2024년 4월 30일(화)

MT 가는 대학생 대상 쇼핑몰… 전통시장에 ‘숨’ 불어넣었어요

답십리 현대시장 되살린 서울시립대 사회공헌 동아리 ‘인액터스’

“전통시장 살리기에 관심 있는 대학생 동아리가 있다던데, 도움을 청해 보는 건 어때요?”

지난 2012년, 빠르게 활력을 잃어가던 답십리 현대시장을 되살릴 방법을 찾던 상인회는 서울 동대문구청에서 단비 같은 소식을 접했다. 상인들과 서울시립대 사회공헌 동아리 ‘인액터스’ 학생들과의 운명적 만남의 시작이다.

인액터스 학생들과 상인들은 ‘고객의 소리함’ 을 설치해 전통시장 이용객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있다. /서울시립대 인액터스 제공
인액터스 학생들과 상인들은 ‘고객의 소리함’ 을 설치해 전통시장 이용객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있다. /서울시립대 인액터스 제공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현대시장은 본래 월평균 소득 100만~150만원인 고만고만한 상인들이 모여 노점상을 하던 곳이었다. 1978년 개장한 이후 농수산품, 생필품 등을 판매하는 100여개 점포가 도로점용 사용료까지 내고 있었지만, 노점거리란 이유로 정부의 전통시장 지원금마저 늦어졌다. 2009년에야 전통시장으로 인정되어, 2012년 동대문구의 지원으로 지붕 공사를 진행했다. 외관이 현대적으로 바뀌면서 시장이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잠시, 손님들의 발길은 여전히 뜸했고 상인들은 애가 탔다.

“우리 시장의 문제점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해결 방안을 말하니, 상인들이 모두 깜짝 놀랐어요. ‘학생들이 뭘 얼마나 알겠어’ 하던 사람들도 그때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죠.” 현대시장에서 소매상을 운영하는 조경화(48)씨는 당시의 신선한 충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현대시장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숨’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프로젝트 첫 단계는 바로 실제 이용객 인터뷰를 토대로 한 상인 대상 서비스 교육이었다. 시장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원산지 및 가격 표시하기’ ‘중앙 고객선 넘지 않기’ 등을 다뤘다. 가판대 디자인 바꾸기, 전용 봉투 제작, 제품 광고사업 진행 등 새로운 시도도 줄을 이었다.

이어서 진행된 프로젝트가 바로 온라인 쇼핑몰 ‘현대엠티몰'(www.hdmtmall.com) 이다. 당시 시장 내 배송센터는 매달 70만원 이상 적자를 내며 허덕이고 있었다. ‘대량으로 물건을 사면서 배송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층은 없을까?’ 고민하던 인액터스는 MT를 떠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기획했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인액터스 학생들은 직접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었고, 아예 청량리역 등 시외로 가는 대중교통 거점으로 삼겹살, 김치, 라면 등 20인분 상당의 MT용 식품 패키지를 배송하는 ‘맞춤형 서비스’까지 기획했다. 쇼핑몰 매출은 오픈 첫해 200만원에서 지난해 1200만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가을 대학 축제 시즌에 맞춰 출시된 ‘축제 패키지’는 600여만원의 판매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엠티몰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 중인 조경수(48)씨는 “납품을 하지 않아 직접적인 수익은 없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시장이 많이 알려진 덕분에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30년째 현대시장을 찾는다는 우재경씨는 “예전에는 후미진 골목시장 같았던 곳이 조금씩 현대적으로 바뀌었다”면서 “어렸을 적엔 부모님 따라 재래시장을 찾았지만, 이제는 깔끔하고 저렴한 맛에 내가 먼저 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액터스와 상인들의 최종 목표는 ‘상생과 자립’이다. 서울시립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이주영 숨 프로젝트 매니저는 “매일같이 시장에 나가 대학생과 상인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찾아봤다”면서 “추후 학생들이 즐겨 찾는 펜션과 제휴해 상품을 펜션까지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성관 답십리 현대시장 상인회장은 “전통시장은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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