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④ 주민 협동조합서 자립 방법 찾아… 사막화·황사 문제 해결

작지만 강한, 强小 NPO (4)푸른아시아

서울 사무국 인원 10명 남짓에 연간 모금액 평균 25억원.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국내 한 비영리단체(NPO)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16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황사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온 비영리 단체 ‘푸른아시아’ 이야기다. 지난해 6월, 푸른아시아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2011년부터 선정해 온 ‘생명의 토지상(Land for Life)’에서 최우수 모델(First Prize)을 수상했다. 이 상은 기후변화·사막화 방지 분야의 노벨상이라고도 일컫는다. 세계적인 인정은 물론이고 3만5000달러(약 3900만원)에 달하는 상금은 덤이다. 지난 2011년에는 6개월에 걸쳐 푸른아시아의 몽골 사업장을 방문해 조사·연구했던 세계은행 연구소(World Bank Institute)에서 ‘그간 이론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유례 없는 모델’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까지 만든 거라곤 파일럿 모델 하나 개발한 거예요(웃음). ‘어떻게 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를 막고, 동시에 지역을 지속 가능하게 복구할 수 있을까’, 이 질문 하나로 아시아·아프리카 등 어느 지역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을 찾아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시도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1998년, 푸른아시아의 전신(前身)이었던 한국휴먼네트워크를 세우고 이후 10여년 세월을 함께 해온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의 말이다. “당시 국내에선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지만,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일본에서는 이미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붐이 있었어요. 대만이나 실제 사막화가 일어나던 중국, 몽골 등에서도 문제의식과 공감대가 생겨나던 시기였고요. 아시아지역 기후변화에 대응해 국제적으로 활동해 나가는 단체를 만들고자 했죠.”

2007년 말라버린 몽골 어그로호수 모습 /푸른아시아 제공
2007년 말라버린 몽골 어그로호수 모습 /푸른아시아 제공

시작은 몽골이었다. 이미 90년대 말부터 아시아에서 가장 큰 기후변화를 겪고 있었기 때문. 남한 면적의 7배 크기, 대초원과 호수가 가득했던 땅에서 이젠 3600여 호수 중 1166개가 사라지고 강 887개가 메말랐다. 식물 종(種)의 75%도 멸종했다. 가축 수천만 마리가 굶어 죽었고, 가축이 곧 생계수단이던 수십 만 유목민이 졸지에 ‘환경 난민’이 됐다. 갈 곳 없어진 이들이 도시 외곽으로 몰려들고, 빈곤 지역이 생겨났다. 국토의 90%에서 사막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00년부터 처음 3년간은 나무만 심었다. 100그루가 모두 죽었다. “다들 ‘사막화 방지’라고 하면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물도 없고, 심기만 했지 관리하는 이가 없었던 거죠. 게다가 유목문화에선 멀리서도 가축을 잘 볼 수 있도록 나무는 베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줄도 몰랐죠.”

전략을 바꿨다. 환경 난민이 돼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지인들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몽골 지자체에서 실업자 구제자금을 받아, 이들에게 월급을 주고 나무를 심고 관리하게 했다. 또다시 실패였다. 방책을 친 구획 안쪽에서 나무가 자라자, 가까운 지역 사람들이 너나없이 양이나 염소를 집어넣었다. 고용된 현지인들이 막아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월급 주는 방식은 한계가 있더군요. 우리가 빠져나오면 옛날로 돌아가겠더라고요.”

2011년 몽골 바가노르구 ‘아시아 희망의 숲’ 조림지 전경. /푸른아시아 제공
2011년 몽골 바가노르구 ‘아시아 희망의 숲’ 조림지 전경. /푸른아시아 제공

월급이 아니라 자립이 필요했다. 그들 스스로 보호하고 가꿀 유인책도 있어야 했다. 그렇게 찾은 답은 ‘협동조합’. 상주 활동가들이 마을에 들어가 지역 주민들을 조직했다. 공동체가 모여 주인의식을 갖자 나무가 자라나고 숲이 만들어져갔다. 돈 되는 과일나무 ‘차차르간’을 심어, 주민들의 소득원이 되도록 했다. 수입은 다시 주민 자립기금으로 사용됐다. 과일나무 앞뒤로는 강한 모래바람을 막아줄 방풍림도 함께 길렀다. “협동조합식으로 운영해보니, 5년까지는 ‘이익 공동체’에만 머물더니, 7년쯤 되어 ‘의미 공동체’로 바뀌기 시작하더라고요. 주민들끼리 의논해 감자 농사, 생태 목축으로 범위가 확장된 곳도 있어요.” 오 사무총장은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지 않고 나무 심기만 집중하다 보면 ‘부자들을 위한 조림지’로 전락할 위험이 있더라”고 했다. 협동조합을 통한 ‘마을에서 지구 살리기’, 이젠 이 모델이 미얀마로도 확장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서, 기업의 탄소 배출권 컨설팅도 시작했다.

“바양노르란 마을에 1200헥타르 크기로 숲을 가꿨더니, 그곳에서 발생하던 모래먼지 폭풍이 더 이상은 생기지 않아요. 몽골 사막화가 우리와 상관없는 ‘남 일’ 같지만, 매년 한반도로 날아오는 엄청난 미세 먼지의 발원지가 몽골입니다. 더 많은 이들이, 지구와 우리 자신을 위해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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