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0일(목)

“기후변화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해”

옥스팜, 기후변화 토크콘서트 현장

지난 5일 저녁,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과 주한영국문화원, 주한영국대사관이 함께 주최, 주관한 ‘영국동문 기후변화 토크콘서트’(UK Alumni Talks)가 개최됐다.

토크 콘서트에는 지경영 옥스팜 코리아 대표와 폴 클레멘슨(Paul Clementson) 영국문화원장, 개러스 위어(Gareth Weir) 주한영국 부대사를 비롯해 영국 동문 100여 명 등이 참석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와 이정온 옥스팜 국제개발 팀장, 허해림 기후솔루션 전략 및 개발 책임자, 김광제 국민통합위원회 정치통합정책과장, 강이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교수 등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생생한 경험과 통찰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모더레이터를 맡은 김윤태 교수는 “한국의 탄소배출은 OECD 국가 중 7위, 1인당으로는 5위로 외국에서도 ‘기후 악당’으로 꼽힌다”면서 “전 세계가 마주한 기후위기의 문제를 냉철한 이성으로 바라보되, 해결책을 고민하고 변화를 위해 나아갈 때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후위기 콘서트 현장 모습. /옥스팜 제공

韓, 기후변화 문제 인지하고 있지만… 대응 부족

이정온 옥스팜 국제개발 팀장은 방글라데시 현지 상황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그는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면서 “특히 시라지간지(Sirajganj) 차우할리 지역은 우기에는 집, 학교, 도로가 잠겨 마을에서 이동하려면 배를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기 시 마을이 물에 잠기면 지역민 중에서도 노인,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고 덧붙였다. 옥스팜은 지난 2년간 시라지간지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역량과 위생시설 인프라 구축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기로 불어난 수위에 방글라데시 현지인들이 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옥스팜 제공

실제로 기후변화의 극심한 피해는 주로 열대 지방이나 적도 지방, 바다에 있는 작은 섬나라들이 더 크다.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국토의 면적이 점점 줄어드는 위기를 겪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매년 4mm씩 높아지면서 이미 2개의 산호섬이 바닷물에 잠겼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남아메리카 지역 아마존 우림의 40%는 나무 없이 풀만 자라는 아프리카 초원처럼 바뀔 위기에 처했다. 스웨덴 연구팀은 지난 2020년 이런 분석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발표했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아마존 지역의 강우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광제 국민통합위원회 정치통합정책과장은 영국과 독일, 한국의 탈석탄 과정을 다룬 자신의 석사 논문을 기반으로 정책 연구 내용을 공유했다. 그는 “영국은 2025년도에 탈석탄 완료를 하려고 했는데, 1년 앞당겨서 2024년에 완수하는 것으로 정책이 만들어진 상황”이라면서 “한국은 아직 흐릿한 로드맵을 가지고 명확한 목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은 2019년 탈석탄위원회에서 정부에 탈석탄 제안을 했고, 2020년도부터 본격적으로 탈석탄 진입을 했다.

현행 정책하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예상 이용률 및 경제성 상실 시점(각 색깔은 개별 석탄발전소를 의미하며 연도는 발전소 수명이 다하는 시기를 의미) /기후솔루션 제공

기후솔루션이 지난 2021년 영국의 금융 씽크탱크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CTI)와 충남대학교 미래전력망디자인 연구실과 함께 발간한 ‘탈석탄, 이제는 결정의 시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석탄발전의 전력 비중은 약 40%이며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음에도 구체적인 탈석탄 목표를 정하지 않은 상태다. 보고서는 향후 석탄발전의 경제성 추이를 연구해 비관적 재무 전망을 전했다. 석탄발전은 현행 환경 정책과 전력시장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2030년이면 경제성을 상실할 것이란 전망이다.

인스타그램 숏츠, 예술 작품…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다양해져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허해림 기후솔루션 전략 및 개발 책임자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온실가스 배출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정책 지원 및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인스타그램 숏츠 영상 등을 활용해 대중들이 기후변화를 더 가까운 이슈로 느낄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숏츠 영상 일부. /기후솔루션 인스타그램 갈무리

강이연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조교수는 담수 자원의 중요성과 기후변화로 인한 담수의 위기를 알리기 위해 구글(Google)·나사(NASA)와 협업해 ‘패시지 오브 워터(Passage of Water)’라는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엑스포시티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전시돼 주목을 끌었다.

강 조교수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민물은 상당수 지하수 등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민물은 적다는 것을 표현했다”면서 “저의 역할은 (기후변화) 데이터를 우리의 삶과 연관되어 있고 몰입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이연 작가 작품. /PKM 갤러리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시작된 옥스팜은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인도주의 구호 및 개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구호개발기구다. 전 세계 약 80개국에서 식수, 위생, 식량원조, 생계자립, 여성보호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빈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와 협력을 통해 정책 입안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옥스팜은 한국전쟁 당시 약 6만 파운드를 지원하며 긴급구호 활동을 펼친 바 있다.

김강석 더나은미래 기자 kim_ks022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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