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특별기고] 구세군 자선냄비는 하늘과 땅의 통로

지난해도 어김없이 12월 한 달 동안 거리에는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자리를 지켰다. 1928년 시작된 이후 한국전쟁 기간을 제외하고 항상 계속된 일이다. 벌써 86년을 지켜온 사랑이다. 이웃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아마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추운 겨울 한자리에 가만히 서서 종을 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손과 발뿐만 아니라 온몸이 꽁꽁 얼어 자선냄비가 끝나도 몸에 남아 있는 한기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2014년의 자선냄비는 전년도의 기록적인 금액을 넘었고, 애초 목표로 했던 65억도 훌쩍 넘은 68억3000여만원이 모금되었다. 한국구세군의 자선냄비는 1928년 시작 이래로 한 번도 모금액이 줄어든 적이 없다. 추운 겨울 한결같이 자선냄비를 지키는 사람들, 매년 최고 모금액을 달성하는 자선냄비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구세군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었다. 1928년 12월, 홍수와 가뭄으로 고통받는 이가 많았던 한 해의 끝자락, 가난한 이들이 얼어 죽은 변사체로 발견되는 일이 일어나면서 당시 박준섭 구세군 사령관은 정부에 공식 모금을 요청하여 허가를 받았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그해 12월 15일 서울 명동 등 20여 곳에 처음 등장했으며 첫해 848원 67전이 모금되었고, 그 돈은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의 식사와 땔감에 쓰였다. 그 후 자선냄비 모금액은 계속 증가했고, 심지어 IMF 시기에도 줄어들지 않았다.

2014년의 자선냄비는 그 어느 해보다 봉투 기부자와 그 안에 담긴 사연이 많았다.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마지막으로 주신 용돈을 기부한 자녀들, 이젠 편지를 받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를 넣어 주신 분, 큰 수술을 앞두고 마음의 소원을 담아 넣어주신 분, 거액을 무명으로 몇 해 동안이나 기부해 주신 분들, 최근에는 한 할머니께서 20원짜리 소주병 1800여개를 팔아서 모은 돈이라며 자선냄비에 편지와 함께 넣어주셨고, 어떤 젊은 부부는 1년 내내 저금통에 돈을 모아서 자선냄비에 기부해줬다.

자선냄비는 단순히 돈이 아닌 마음을 나눈다. 자선냄비 봉사자들은 시간을 나누고, 국민은 금액의 적고 많음에 상관없이 자신의 소유를 나누는 자선냄비는 그 자체로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힘이 있다.

작은 물질이라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며 그 감사함은 더욱 큰 기쁨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86년을 지켜온 사랑이고, 국민이 자선냄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원동력이요 또한 나눔의 힘이다.

2014년 자선냄비를 통해 모인 기부금은 사회 곳곳의 필요에 따라 사용되는데, 아동·청소년, 노인, 장애인, 여성, 다문화, 사회적 소수자, 긴급 구호, 위기 가정, 지역사회 역량 강화, 해외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용된다. 그 분야에서 기초생계, 건강 증진, 역량 강화, 환경 개선을 중점으로 포괄적이고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거리의 자선냄비는 끝이 났지만 정기 후원, 일시 후원 등 일반 모금은 연중 계속해서 진행될 예정이다.

다시 한 번 자선냄비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