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월)

매달 1000만 켤레 이상 폐기되는 美호텔 일회용 슬리퍼, 대체품 전환 가속화된다 [글로벌 ESG 트렌드]

해외 호텔·리조트 운영업체들이 일회용 슬리퍼 제공을 중단하고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슬리퍼 등 대체품 전환에 나서고 있다.

일회용 슬리퍼 폐기물.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제작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슬리퍼 등이 플라스틱 빨대에 이어 지속가능성 활동가들의 다음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윌리 르그랑(Willy Legrand) IU 국제응용과학대학교 교수는 미국 내에서만 평균 63% 점유율 이상을 기록 중인 고급 호텔들이 매달 1000만 켤레 이상의 슬리퍼를 버리고 있다고 계산했다.

북미 호텔 노동조합 유나이트 히어(UNITE HERE)는 통상 호텔들의 청소 수칙이 하우스 키퍼(House Keeper)들에게 객실 내 남겨진 포장지가 벗겨진 슬리퍼 등을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텔들이 제공하는 일회용 슬리퍼는 빨아서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위생상 폐기를 지시하고 있다. 호텔에 있는 일회용 슬리퍼의 청결도 등은 호텔 등급 평가 시 중요한 척도가 된다.

그동안 미국자동차협회(AA)나 유럽연합의 호텔스타 유니온(Hotelstars Union)은 호텔 등급을 매길 때 일회용 슬리퍼를 제공하면 가산점을 부여해왔다. 일회용 슬리퍼의 제공 여부는 일회용 샴푸와 린스 등 어메니티의 고급성과 더불어 투숙객 서비스 만족도의 평가 기준 중 하나다.

하지만 식스센스 등 복수의 해외 호텔·리조트 업체는 더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2020년을 기점으로 일회용 슬리퍼 제공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태국 방콕에 본사가 있는 식스센스(Six Senses)는 지난 2020년부터 전 세계 23곳 리조트에서 황마포(Jute)와 대나무(Bamboo)로 만들어진 슬리퍼나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슬리퍼를 제공하고 있다. 스위스 식스센스 크렌스 몬타나(Six Senses Crans Montana)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세척 후 재사용이 가능한 카이타(Kaaita) 펠트 슬리퍼를 구비했다. 카이타는 지난 2004년 설립된 친환경 슬리퍼와 가방 등 제품을 판매하는 슬로베니아에 있는 회사다.

앞서 식스센스는 지난 2016년부터 모든 호텔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포장 용기를 순차적으로 처분하는 등 2022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2년 플라스틱 프리를 달성한 식스센스는 다른 호텔들 및 산업 관계자들과 협업을 통해 호텔 업계의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카이타 펠트 슬리퍼. /카이타 홈페이지 갈무리

홍콩과 태국의 합작 호텔 브랜드인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그룹(Mandarin Oriental Hotel Group)은 지난 2022년부터 일회용 슬리퍼 제공을 중단하고 판지(Cardboard), 코르크 나무 목재(Cork), 100% 천으로 만든 재사용 가능한 슬리퍼를 갖췄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그룹은 지난해 LTI로부터 세계 호텔 순위 1위에 선정됐다. 전 세계에서 38곳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그룹도 지난 2018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2021년까지 전면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022년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의 99%를 모든 점포에서 제거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플라스틱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못했지만,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매립 폐기물량을 50% 줄인다는 계획이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슬리퍼. /이베이 갈무리

투숙객이 특별히 요청할 때만 일회용 슬리퍼를 제공하는 호텔들도 있었다. 캐나다 캘거리 더 도리안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The Dorian, Autograph Collection)은 투숙객 요청 시에만 일회용 슬리퍼를 제공하고 집에 가져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 다른 북미 지역 호텔인 쉐라톤 샌디에이고 호텔 앤드 마리나(Sheraton San Diego Hotel & Marina)도 일회용품 저감을 위해 투숙객 요청 시에만 일회용 슬리퍼를 제공하고 있었다. 쉐라톤은 내년까지 플라스틱 프리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한국은 지난 3월 29일부터 자원절약 재활용촉진법을 개정·시행했다. 이 법에 따르면, 50객실 이상의 숙박업소는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회용품 무상 제공 금지 대상 물품은 칫솔, 치약, 샴푸, 린스, 면도기다. 규제 대상이 아닌 객실용 일회용 슬리퍼나 빗, 페트병 생수 등은 호텔마다 유무상 제공 여부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가 지난 2021년 포장을 최소화한 생분해성 소재의 슬리퍼를 도입한 바 있다.

김강석 더나은미래 기자 kim_ks022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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