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8일(일)

세이브더칠드런, “분쟁, 기후 변화로 아동 5명 중 1명 의료 지원 없이 태어나”

분쟁 지역에서 보건 시설 밖 출생 비율 44%
기후변화로 폭염과 산불의 강도와 빈도 증가
조산, 사산 및 임신 합병증 위험 늘어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분쟁과 기후 변화가 모성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글로벌 보고서 ‘조용한 응급 상황: 죽어가는 여성들(Silent Emergency: Women Dying)’을 13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올해 태어나는 아동 5명 중 1명이 의료 인력의 도움 없이 의료 시설 밖에서 출생해 산모와 신생아의 안전이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유엔의 세계인구전망 등을 토대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숙련된 의료 인력 없이 태어나는 아동은 2400만명(17.9%), 의료 시설 밖에서 태어나는 아동은 2800만명(22.2%)에 이른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원을 통해 병원에서 조산팀의 보살핌을 받으며 출산한 라마(32세, 가명)씨. /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원을 통해 병원에서 조산팀의 보살핌을 받으며 출산한 라마(32세, 가명)씨. /세이브더칠드런

분쟁, 기후 재난, 인도주의적 긴급 상황은 모성 건강에 제동을 걸고 있다. 기후 변화로 폭염과 산불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면서 조산, 사산 및 임신 합병증의 위험이 늘고 있는 것. 분쟁 지역 중 일부는 의료 인력 없이 출산할 가능성이 3배 더 높았다. 평균적으로 분쟁 지역에서 보건 시설 밖에서 출생하는 비율은 44%이며, 이는 타 지역 평균인 15%를 웃도는 비율이다.

최악의 기후위기에 놓인 동시에 세계 최악의 아동 분쟁 피해국으로 꼽히는 소말리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 의료 서비스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소말리아 여성 중 31.9%만이 의료 인력의 도움을 받아 출산하고 있다.

최근 소말리아 벨레드웨인 병원에서 출산한 라마(32세, 가명)씨는 이전의 가정 분만 경험의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전문 간호사를 찾을 수 없어 집에서 출산하게 되면서 심한 출혈로 죽을 뻔했다”며 당시의 위험했던 출산 경험을 전했다.

한편, 의사, 간호사, 조산사 등 전문인력은 안전한 출산을 보장하고 잠재적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또 의료시설에서의 출산은 응급 처치 및 의료 장비 접근성을 높이기에, 산모와 신생아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보장되어야 하는 핵심적인 모성 보호 서비스이다.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보건 정책옹호 책임자 마리온카 폴은 “분쟁 지역과 기후 변화의 중심에서 아동은 첫 숨을 쉬는 순간부터 고통받고 있다”며 “엄마와 아기는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엄마 없이 자라는 아이들과 신생아를 잃는 고통을 겪는 산모들이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소외되고 위험한 지역에 사는 여성까지, 모든 여성은 의료 서비스와 교육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면서 “우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룬 진전을 포기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은 여성과 아이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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