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기후변화 대비한 투자… 기업에게 손해 아닌 기회

英 비영리 단체 ‘CDP’ 마커스 노턴 본부장… 주요기업 66곳, 연 1300조원 투자해
대중에게 안정적·지속가능 기업으로 인식… 한국기업도 노하우·데이터 축적해야

CDP 제공
CDP 제공

“기후변화 대응은 기업에 리스크가 아니라 또 다른 기회다.”

마커스 노턴(Marcus Norton·사진)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영국 본부 대외협력본부장의 조언이다.

CDP는 전 세계 금융투자기관의 위임을 받아 주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정책을 분석하고, 투자자 및 금융기관이 이러한 정보를 고려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비영리단체다. 매년 전 세계 5000여개 기업이 CDP에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경영 정보를 공개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골드만삭스 등 767개 금융기관이 이를 반영해 보다 지속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CDP가 매년 분석·발표하는 ‘기후성과 리더십 지수(CPLI)’는 다우존스(DJSI·Dowjones Sustainability Index)나 블룸버그 지속가능경영지수와 더불어 가장 신뢰성 높은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지표로 꼽힌다.

지난 3일, CDP한국위원회가 국내 250개 주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주최한 ‘기후변화 대응 우수 기업 시상식’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M&A 전문 변호사로 시작, 영국 환경청에서 환경법·정책을 만들다가 2009년 CDP에 합류한 마커스 노턴은 영국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영향력 있는 전략가로 불린다.

―영국 등 선진국은 기후변화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영국은 상장기업들의 공시자료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반드시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고, EU는 기업 6000여곳에 기업의 환경·사회·거버넌스 등 CSR 관련 사항을 보고서에 담아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중국 정부도 2만여개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했다. 기업에 대한 정부 및 투자자들의 요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한국도 내년 1월 1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각 기업이 매년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할당량을 부여해, 남거나 부족한 배출량은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은데, 글로벌 기업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영국 기업들은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을 시행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재무·경영보고서 안에 배출량을 비롯한 친환경 정책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왔다. 영국 시가총액 350대 기업의 71%가 CDP에 정보를 공개하고,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세운다. 영국 주요 기업 66곳이 1년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투자하는 예산만 약 1300조원에 달한다.”

―온실가스 등 기후변화를 고려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 실제로 비즈니스나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금융투자자문업체인 ECPI의 분석 결과, 최근 4년간 ‘기후성과 리더십 지수(CPLI)’가 높은 기업에 투자한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이 더 큰 이익을 얻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비해 비용을 투자한 기업들은 오히려 그 전보다 주식이 올랐다. 타 기업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기후성과 지수가 낮아지면 투자를 철회하는 기관도 많다. 일례로 2006년 CDP에 월마트가 찾아왔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당시 월마트는 배달 트럭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CDP 기술팀이 직접 방문·조사해보니 매장 내 냉장고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당시 매장 내 냉장고 문을 열어둔 채로 영업을 하던 월마트는 이후 냉장고에 문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배출량이 크게 줄었고, 에너지도 절약했다. 그 후로도 월마트는 매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IT·경영 컨설팅 회사인 로지카(Logika)는 CDP가 제공하는 자가진단을 통해 1년 만에 약 1800억원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

―환경을 고려한 CSR을 고민하는 한국 기업들에 조언한다면.

“기후변화나 환경 이슈가 기업들엔 새롭고 어려운 주제인 건 맞다. 그러나 이미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은 관련 노하우와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환경을 고려하면서도 친환경 제품으로 수익까지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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