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청소년 문제 심각성 느낀다면, 가족치료·폭력예방 등 전문가부터 늘려야”

리햐드 권더 도르트문대 명예교수

리햐드 권더 도르트문대 명예교수
리햐드 권더 도르트문대 명예교수

“당장 맹장수술을 받으러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전문의를 찾아가겠죠. 위기 청소년을 다루는 건 그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굉장히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해요.” 리햐드 권더(65) 도르트문트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의 말이다. 리햐드 교수는 독일 내 위기 청소년 교육 전문가로, 독일의 ‘아동·청소년복지지원법’ 제정에 기여했으며 상주형교육시설 ‘하임(Heimerziehun ·우리나라 ‘쉼터’의 모델)’의 관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16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마련한 ‘2014년 독일 초청 학교폭력 분쟁조정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리햐드 교수를 만나 위기 청소년 문제를 함께 고민해봤다.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청소년과 독일 청소년을 비교해보면….

“한국 청소년들은 좋은 대학과 직업이 주는 압박감이 상당하고,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면 쉽게 좌절한다. 이 스트레스는 삶의 곳곳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결과가 말해준다. 물론 독일에서도 학교폭력 등 청소년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사회가 느끼는 심각성은 그리 크지 않다. 독일 청소년들은 외적인 성공보단 가족이나 친구 같은 부분에 행복의 기준을 두는 편이고 사회에 대한 믿음도 강한데, 이런 분위기가 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준다.”

―독일에서는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예방과 시스템을 가장 중요시한다. 내가 사는 하겐(HAGEN)시는 학교에 경찰이 자주 드나든다. 사고가 나서 오는 경찰은 아이들이 싫어하지만,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예방교육도 하면 서로 편해지고 긴밀해진다. 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땐 학교·부모·청소년국(Jugendamt) ·경찰이 함께 움직이며, ‘교육상담”사회성 강화집단 프로그램”가족지원서비스”상주형교육시설(Heimerziehun)’ 등 청소년 복지지원 제도로 발 빠르게 연결한다. 무엇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다. 독일에선 어떤 학생이 학교를 안 오는 낌새가 포착되면 담임교사가 바로 부모를 학교로 부른다.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경찰과 ‘청소년국’도 나선다.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 같은 곳을 탐문 조사하며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을 텐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독일 정부가 흔히 하는 얘기 중에 하나가 ‘애들 때문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독일의 ‘하임’ 같은 경우, 학생 한 명당 일일 운영비용이 120~150유로(16만~20만원)까지 든다. 그중 80%가 전문 인력의 인건비다. 학생 2명당 선생님 한 명이 붙는 구조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 쉬는 곳이 아니라, 가정이 감당할 수 없는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양육하는 대안교육 센터의 역할을 하는데, 그 안엔 가족치료 전문가, 폭력예방 전문가, 동물치료 전문가도 있다.(동물치료 원리를 청소년 교육에 응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실 독일에서도 청소년 복지는 사회복지에서 소외된 분야였다. 사회적 인식이 낮으니, 전문가도 없고 시스템도 허술했다. 그런데 1991년 개정된 ‘아동·청소년복지지원법’이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아동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상담 복지 혜택들이 명문화되면서, 단계별 개선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가족, 학교, 지역사회, 지자체, 관공서 등이 학생을 중심으로 상호보완적 체계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독일의 ‘하임’을 모델로 한 우리나라의 청소년 쉼터는 14년의 역사를 거치며 100개 이상 늘었지만, 사회복지사업법에 포함되지 못해 아직까지 쉼터 직원들의 임금 가이드라인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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