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병원동행, 가족 아닌 이웃도 괜찮아요”

[인터뷰] 한혜련 이웃하다 대표

“노인분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서 혼자 병원에 방문하는 게 어려워요. 휠체어를 타시는 등 완전히 거동이 불가능한 경우엔 가정 방문이나 시설 입소라는 지원 제도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단순히 거동이 불편한 경우엔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죠. ‘이웃하다’는 이런 분들을 돕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 ‘이웃하다’는 외부 활동에 동행이 필요한 노인에게 이웃을 연결하는 돌봄·동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에 가는 것부터 주민센터에 가서 행정 업무를 보거나 관광·쇼핑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처음 서비스를 도입한 2021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이용자 수는 1700명에 달한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소셜캠퍼스온 2센터에서 만난 한혜련 이웃하다 대표는 “돌봄서비스로 이웃과 이웃이 묶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소셜캠퍼스온 2센터에서 만난 한혜련 이웃하다 대표는 "아직까지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없다"며 "이웃하다는 이웃의 돌봄·돌행으로 보호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장희원 쳥년기자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소셜캠퍼스온 2센터에서 만난 한혜련 이웃하다 대표는 “아직까지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없다”며 “이웃하다는 이웃의 돌봄·돌행으로 보호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장희원 쳥년기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병원 동행인 서비스’와 무엇이 다른가?

“서울, 인천 등 지자체에서 병원 동행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지자체 내에 거주해야 하고,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 유사 서비스를 받고 있으면 안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조건을 찾다가 지쳐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웃하다는 첫 인증 후 자유롭게 매칭할 수 있기 때문에, 조건 등에서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돌봄이나 동행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까이 사는 이웃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병원 동행이 필요하지만, 동행인을 구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지역을 기반으로 해 동행을 할 수 있는 이웃을 매칭해주는 방식이다. 실제 이용 사례 중에 평소 혼자 병원에 갈 경우 두 시간이 걸렸는데, 서비스를 이용하고 소요시간을 절반이나 줄일 수 있었다.”

-수익 구조가 궁금하다.

“사실 서비스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보니 큰 수익이 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점은 다른 한 편으론 장점이 될 수 있다. 수수료가 없어 동종 서비스보다 5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건강 관련 식품 등 제품 판매로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이용자 사례를 소개한다면.

“병원 동행이 필요할 만큼 거동이 불편하지만, 동행인을 구하지 못하는 분들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테스트 기간 중 지방에 거주하는 분이 정기적으로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진료를 다녀야 했다. 보호자와 서울을 오가려면 교통비, 식비 등가 두 배로 드는데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웃하다는 동행인 등록과 인증 시스템을 간편하게 해 접근성을 높였다. /장희원 청년기자
이웃하다는 동행인 등록과 인증 시스템을 간편하게 해 접근성을 높였다. /장희원 청년기자

-타인이 동행인이다 보니 안전을 걱정하는 분이 있을 것 같다.

“모르는 이웃과 동행하는 게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철저한 인증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 동행인 자격으로 등록되는 ‘이웃하다 선생님’에게 인증마크를 부여해 안전 등을 관리하고 있다. 이웃하다 서비스에 처음 등록할 때 관련 경력이나 자격증 등 서류를 등록하면 된다. 특별한 점은 복지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우도 인정해주고 있다. 주말에 남을 위해 시간을 내어 봉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러한 가치도 인정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퇴직 공무원 대상으로 일자리를 연결한다고 들었다.

“중장년의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인 ‘뉴스타트 일자리 매칭’ 사업을 통해 퇴직 공무원 중심으로 진행하게 됐다. 처음엔 사회공헌 활동 차원으로 퇴직 공무원이었던 분들이 동행인 역할을 해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퇴직 공무원 한 분이 이웃하다 서비스 이용자와 함께 병원에 동행해 계단에서 업고 오르내리는 걸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 진정성만 있다면 퇴직 공무원도 이웃하다의 선생님이 충분히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서비스를 알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한번 이용하시면 자연스럽게 계속 이용하시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과 동행한다는 게 두려움이 아닌 누구나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보호자 입장에선 마음 편히 맡길 수 있고, 당사자 입장에서도 동행인을 구하는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장희원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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