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학대 논란’에도 동물원은 접근 불가… 美은 정부가 나선다

사육 동물, 소유권 포기 없이 구조 못해
동물보호단체 “구조 후 보호시설도 부족”

늑골이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마른 몸 때문에 ‘갈비사자’라는 별명이 붙은 수사자 바람이(19)의 근황이 최근 공개됐다. 청주동물원은 지난달 19일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바람이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사진 속 바람이는 부경동물원에서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진 지 2주 만에 살이 오른 모습이었다. 늑골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청주동물원은 “더운 날씨로 식욕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바람이는 4kg의 소고기와 닭고기를 한자리에서 다 먹는다”고 했다.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 있을 당시 늑골이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마른 몸 때문에 '갈비사자'라는 별명이 붙은 수사자 바람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 있을 당시 늑골이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마른 몸 때문에 ‘갈비사자’라는 별명이 붙은 수사자 바람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난 바람이는 2016년부터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지냈다. 가로 14m, 세로 6m가량의 낡고 비좁은 철창 안. 천장과 벽면이 온통 회색 시멘트로 덮여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25평 남짓한 공간이 바람이의 서식지였다. 함께 지내던 암사자가 죽은 후에는 홀로 지내왔다. 이후 부경동물원 관람객들이 바람이가 시멘트 바닥에 누워 있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목격했고, 지난 6월부터 김해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동물복지에 신경 써달라”는 민원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동물학대와 부실운영 논란이 일었다.

동물보호단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온라인을 통해 바람이의 사진과 함께 혹이 달린 거북이, 털이 덥수룩한 양 등 부경동물원의 방치된 동물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자 청주동물원이 바람이를 돌보겠다고 나섰고, 지난달 5일 바람이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동물원서 구조되는 사례는 극소수… 대부분 폐사

부경동물원에는 여전히 흑표·호랑이·양 등 동물 50여 마리가 남아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바람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놓인 동물이 타 보호시설로 이관되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입을 모았다. 2020년 12월 환경부가 발표한 ‘제1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에 따르면 국내 공영 동물원은 20곳, 민간 동물원은 90곳으로 전체 동물원의 82%가량이 민간 동물원이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야생동물 보호센터와 국립생태원에서도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고 있지만, 현재 민간 동물원 내 방치된 동물 전부를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방치된 동물을 구조하고 나서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기가 어려워 곤란을 겪는다”면서 “현행법상 동물은 ‘사유재산’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소유주가 동물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구조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보호단체가 방치된 동물을 직접적으로 구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지붕도 없이 야외에서 생활하는 부경동물원 소속 동물들이 폭염을 피해가도록 수의사들과 함께 가림막을 치고 왔다”고 덧붙였다.

민간단체가 동물 구조·보호를 주도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동물 구조에 나선다. 특히 동물복지를 강조하는 미국은 정부기관과 동물원, 민간단체가 협력해 방치 동물을 구조한다. 미국 내무부 산하 기관인 ‘미국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United States Fish and Wildlife Service)’은 ▲환경 보전 계획과 정책 수립 ▲미국 국립 야생동물 보호소와 시스템 구축 ▲멸종위기종의 관리와 보존 ▲야생동물 밀매 근절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USFWS는 비영리단체인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와도 협약을 체결해 바다거북·해달과 같은 멸종위기종을 구조하고, 야생으로 완전히 돌려보낼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한다.

정진아 팀장은 “미국 같은 경우는 야생동물의 본래 서식지와 흡사한 자연환경을 구현해놓은 ‘생추어리(Sanctuary)’가 잘 조성돼 있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야생동물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남은 생을 보낼 수 있다”며 “한국에서 구조된 사자와 사육곰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에 있는 야생동물생추어리(TWAS·The Wild Animal Sanctuary)에 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야생동물생추어리(TWAS·The Wild Animal Sanctuary)는 동물의 특성에 맞는 자연환경을 조성해 놓았다. /TWAS
야생동물생추어리(TWAS·The Wild Animal Sanctuary)는 동물의 특성에 맞는 자연환경을 조성해 놓았다. /TWAS

방치된 동물들에 넓은 세상 안겨주려면

현재 국내에서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등 5개 환경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이 개정안들은 오는 12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기존 등록제였던 동물원·수족관 설립이 허가제로 전환되고, 시설의 관리 상태를 점검하는 전문검사관제가 도입된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당장 상황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신규로 동물원을 설립할 경우에는 개정안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기존에 설립된 동물원에는 5년간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정진아 팀장은 “개정된 법이 시행되면 운영난을 겪는 동물원은 사육 포기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그러면 방치되는 동물이 또다시 발생하기 때문에 더 많은 보호시설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 전시 시설 자체의 운영 목적과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할 필요도 있다”며 “재미를 위한 공간이나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한 공간으로써 동물원이 운영되지 않을 수 있게끔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원에 방치된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선결돼야 하는 부분이 많다”며 “학대를 당한 동물은 지자체를 통해 일정 기간 격리되지만, 소유자로부터 소유권을 박탈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같은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동물원뿐만 아니라 동물의 권리를 다루는 제도나 법률의 추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해진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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