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해외 SIB 40%(사회성과연계채권)가 아동·청소년 사업인데… 아이들이라서 안 된다니요

미상_그래픽_공익분야_미래TALK_2014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사회성과연계채권(SIB·Social Impact Bond)’ 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급제동이 걸렸습니다. 지난달 30일 열린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일부 시의원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찬성 38명, 반대 32명, 기권 9명으로 찬성표가 반수를 넘지 않아 부결됐기 때문입니다. SIB는 민간의 투자로 공공 정책 사업을 수행한 후, 성과 목표를 달성하면 정부가 사업비에 이자를 더해 투자자에게 지급하되 실패하면 민간 투자자가 비용을 떠안는 제도입니다.

서울시와 한국사회투자는 첫 SIB 사업으로 ‘그룹홈(소외계층 청소년 5~7명이 함께 거주하는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경계선 지적장애 청소년 100명’을 대상으로 지능지수(IQ)와 사회 적응도를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정했습니다. 전국에는 80만명(전체 학생의 13%)의 경계선 지적장애(IQ 71~84) 학생이 있는데, 법에서 규정하는 지적장애가 IQ 70 이하에만 해당하다 보니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 사이에 끼여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에게 일대일 상담 치료와 학습 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 가능성을 끌어올린다면, 가난의 대물림도 막고 한 명당 최소 1억5000만원(연간 기초생활수급비 및 관련 시설 운영비)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간 투자 회사도 어렵게 끌어들였습니다. KDB대우증권은 선진적인 사회공헌 방식을 적용해본다는 의미로 3년 동안 14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원들의 반대 논리가 기대 이하입니다. “왜 하필 그룹홈 아동이 대상이냐” “취약 계층 아이들을 수치화된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심지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기업의 영업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SIB 사업을 서울시에 제안했던 한국사회투자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정량적 평가를 바탕으로 이미 많은 SIB가 아동 대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현재 영국·미국·호주 등 전 세계에서 발행된 SIB 중 아동·청소년 대상 사업이 약 40%(25건 중 7건)에 달합니다. 아동 심리 관련 전문가도 “경계선 지적장애 아동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곧바로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입할 수 없기에 오히려 SIB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다음 달 서울시와 한국사회투자, KDB대우증권이 SIB 본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1월부터 프로그램을 실행할 예정이었지만 향후 일정도 불투명해졌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사후 약방문식 복지가 아닌 예방적 복지를 기대하기엔 아직 이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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