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키워드 브리핑] 폭염 때는 하루 일당 지급… ‘파라메트릭 보험’ 늘어난다

[키워드] 파라메트릭 보험

기온·강우량 등 지표에 따라 보험금 지급
개도국 기후 피해 완화할 방안으로 주목

폭염·폭우·산불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늘면서 ‘파라메트릭 보험(Parametric Insurance)’ 시장이 커지고 있다. 파라메트릭 보험이란, 보험 가입 시 정한 객관적인 기준을 충족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지진의 강도, 강우량, 기온 등이 보험금 지급의 기준이 된다. 실제 피해 규모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는 일반 보험과 달리, 파라메트릭 보험은 손실 정도와 관계없이 보험금이 전달된다.

보험금 지급도 신속하게 이뤄진다. 피해를 입은 고객이 보험금을 신청하고 손해사정사가 실제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험금 지급 기준을 충족하는 폭염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고객의 은행계좌에 보험금이 입금되는 식이다. 대응이 지체되면 피해 복구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 보험은 빠른 대응이 가능해 피해를 최소화 한다.

23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를 찾은 관광객들이 분수에 손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전역이 40도에 달하는 폭염에 시달렸다. /AP 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를 찾은 관광객들이 분수에 손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전역이 40도에 달하는 폭염에 시달렸다. /AP 연합뉴스

이런 장점 덕에 파라메트릭 보험은 예기치 못한 대규모 사회·경제적 피해에 대응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제기구와 글로벌 NGO 등은 ‘기후변화’로 인한 개발도상국 국민과 저소득층의 피해를 완화할 방안으로 파라메트릭 보험을 활용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게 지난 5월 인도에서 시범 출시된 ‘폭염 수입 보험(Extreme Heat Income Insurance)’이다. 폭염으로 일용직 노동을 할 수 없게 된 저소득층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다. 이 보험은 아드리엔 아슈트-록펠러재단 회복력센터(Arsht- Rock)와 인도여성노동조합(SEWA), 보험사 블루마블이 제휴해 운영한다. 폭염이 3일 이상 지속되면 하루 일당에 해당하는 3달러(약 3800원)씩 은행 계좌에 자동 입금된다. 폭염이 장기화될 경우 최대 85달러(약 11만원)까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센터는 SEWA 회원 2만1000명의 보험금을 지원했다. 인당 보험금은 10달러(약 1만3000원) 정도다. 센터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최소 50만 달러(약 6억4000만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지원도 파라메트릭 보험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해 10월 유엔개발정책위원회(UNCDP)·유엔개발계획(UNDP)·유엔연합대-환경안전연구소(UNU-EHS)와 보험사 밴케어(VanCare)는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바누아트에서 사이클론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파라메트릭 보험을 출시했다. 대상은 바누아투의 소작농, 어민, 장애인 등이다. 뉴질랜드·호주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다. 고객은 사이클론 발생 후 2주 이내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UNCDP는 “바누아투의 기후 취약계층이 사이클론과 같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와 UNCDP는 지난 6월 바누아트, 피지, 퉁가, 키리바시, 파푸아 뉴기니 등 태평양 도서 8국에서 파라메트릭 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만들었다. 그래이그 처칠 ILO 사회금융 프로그램 책임자는 “보험 산업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니셔티브를 통해 보험사 역량 강화, 이해관계자 협업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여행 보험사 센서블 웨더는 ‘폭염 보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닉 카바노 센서블 웨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영국 아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기온으로부터 여행자를 보호하는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여행지 기온이 35도 이상이면 총 여행비의 50%를 보상하고, 40도 이상이면 100%를 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센서블 웨더는 지난해 7월에는 ‘폭우 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총 여행비의 10%를 보험료로 받고, 여행 기간 중 오전 8시~오후 8시에 2시간 이상 비가 오면 당일 총 여행비를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카바노 CEO는 “기후의 영향을 장기적으로 억제하려면 탄소제거와 같은 기술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악영향을 상쇄하는 데는 보험과 같은 금융 상품이 도움될 수 있다”고 했다.

파라메트릭 보험 시장은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알리드마켓리서치는 2021년 117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였던 전세계 파라메트릭 보험 시장 규모가 2022년부터 연평균 9.9%씩 성장해 2031년에는 293억 달러(약 37조5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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