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가정밖청소년 자립, 보육원 시절부터 돕는 ‘어른’ 필요해”

이랜드재단, 보육원 멘토단 간담회 개최
가정밖청소년 자립 위한 지원방안 논의

“보육원에 멘토로 참여하면서 소위 ‘시설병’이라 걸 처음 알게 됐어요. 아이들이 가정 대신 보육원이라는 시설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정작 사회에 나와서 적응을 못한다는 거예요. 청소년기에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 지를 탐색해야하는데 곁에서 도와줄 어른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멘토 한 사람이 대여섯명 아이들을 상대하다보니 한 명씩 온전히 신경쓰기도 어려워요.” (송은아 지구촌교회 멘토)

18일 서울 종로구 라이프투게더 사무실에서 ‘보육원 연계 멘토단 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가정밖청소년과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돕기 위한 보육원 시기 조기개입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랜드재단의 가정밖청소년 멘토링 지원 사업 ‘고잉 투게더(Going Together)’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모임엔 보육원, 지원단체 등 관계자 14명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각 기관의 활동 내용을 공유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재욱 이랜드재단 본부장은 “여러 기관 관계자를 만나 오면서 네트워킹 기회를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크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기관마다 겪은 사례를 나누면서 보육원 생활부터 자립을 준비하는 청소년을 도울 수 있는 정보 공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라이프투게더 사무실에서 '보육원 연계 멘토단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이랜드재단, 보육원, 지원단체 등 관계자 14명이 참석했다. /황원규 기자
18일 서울 종로구 라이프투게더 사무실에서 ‘보육원 연계 멘토단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이랜드재단, 보육원, 지원단체 등 관계자 14명이 참석했다. /황원규 기자

현장 관계자들은 ‘조기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세라 라이프투게더 원장은 “보육원 퇴소 후 90%에 달하는 아이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생계를 유지할 직업과 머물 공간만큼이나 어려서부터 꾸준히 함께 해 줄 어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은아 지구촌교회 멘토는 “보육원 아이들은 자신이 버려졌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며 “정서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도와줄 멘토가 어린 시절부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 체험을 통한 정서적 안정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명희 신망원 원장은 “보육원 안에서 형성하는 관계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정 체험을 하면서 가정의 의미를 배우고 정서적인 지지 등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석 지구촌교회 멘토는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정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관별 솔루션도 공유됐다. 라이프투게더는 매주 목요일 영어 교실을 진행한다. 고세라 원장은 “매주 5~15명의 아이가 모여 영어 공부를 하면서 책도 읽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다”며 “영어 교실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아이들이 삶에 흥미를 잃지 않고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가정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단계별 가정체험을 만든 기관도 있다. 지구촌교회는 ‘가정체험을 위한 5단계’를 설정했다. 1~2단계는 멘토가 될 가정이 먼저 전반적인 교육을 받고, 3단계는 보육원에서의 만남, 이후 4~5단계는 보육원의 지도로 매칭 가정과 함께 외부 활동으로 이뤄진다. 김유정 지구촌교회 멘토는 “멘토 역할을 특정 인물이 아니라 한 가정이 맡는 식”이라며 “가정 체험을 위한 다섯 단계를 통해 멘토들은 사전에 아이를 대하는 법을 배우고,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관 운영에서 겪는 고충도 나눴다. 김상희 징검다리 팀장은 “단체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심리치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1년 이상 진행되는 장기 치료비를 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서석 지구촌교회 멘토는 “지원기관 대부분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체계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멘토를 양성하는 교육과정 등 프로그램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외부 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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