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재능으로 연주하고, 마음으로 나눕니다

올림푸스 앙상블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자” 올림푸스한국이 후원하는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

의료기관 힐링 콘서트 등 재능 나눔으로 사회 환원

올해 초부턴 기획콘서트로 NGO 소개·즉석 기부하는 소통의 장 마련하기도

세계적 음악가들이 연주회를 준비했다. 입장료는 ‘음식’이다. 모인 먹거리는 지역사회의 굶주린 이들에게 돌아간다. ‘이 시대 최고의 여류 비올리스트(Violist)’로 불리는 킴 카슈카시안(Kim Kashkashian·뉴잉글랜드 음악학교) 교수가 만든 ‘뮤직 포 푸드(Music for Food)’ 프로그램이다. 비슷한 꿈을 품었던 국내의 젊은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2년 5월 탄생한 ‘올림푸스 앙상블’이다. ㈜올림푸스한국이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을 후원하고 그들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창단했다. 권혁주(28·바이올린), 김지윤(28· 바이올린), 박진우(31·피아노), 이한나(28·비올라), 박고운(33·첼로), 성민제(23·더블베이스), 장종선(26·클라리넷) 등 7명의 멤버는 모두 국내를 대표하는 신진 클래식 명인으로 평가받는다.

“늘 꿈꾸던 것이었어요.”

2011년, 뉴잉글랜드 음악 학교에서 공부하던 이한나씨는 은사가 진행했던 ‘뮤직 포 푸드’ 무대의 전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이씨는 “처음에는 관객 30명으로 시작했는데, 금세 200명 정도로 늘었다”며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가들이 나눔에 앞장서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고, 나도 재능을 세상과 나눌 결심을 했다”고 회상했다. 김지윤씨는 지인으로부터 섬마을 오케스트라에 대한 얘기를 접하곤, 무작정 부산 가덕도로 들어갔다. 2010년의 일이다. 김씨는 “음악이 힘들었을 때였는데,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모습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며 “음악을 가르쳐주고, 오래된 악기를 고쳐주면서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올림푸스 앙상블 멤버로 첫 제안을 받은 것도 그녀였다. 김씨는 “클래식으로 혁신적인 팀을 만들고 싶다는 올림푸스 측의 뜻에 공감해 음악과 나눔을 함께 할 친구나 선후배들을 모았다”고 했다. 조혜영 올림푸스한국 PR팀장은 “우리 목적은 어려운 음악가를 후원하는 게 아니라, 훌륭한 뮤지션을 지원해 그들을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것”이라며 “재능 나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올림푸스한국에서는 이들에게 활동비, 공연장, 음반제작 등을 지원한다. 전국의 교도소를 순회하는 봉사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음악 하길 잘했다고 느꼈다”던 박고운씨도 합류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형식적으로 봉사에 임했지만, 연주를 듣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큰 행복을 느꼈다”며 “그 행복을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잘 맞는 사이”라며 팀워크를 자랑하는 올림푸스 앙상블. 왼쪽부터 박고운, 이한나, 박진우, 김지윤씨. /올림푸스한국 제공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잘 맞는 사이”라며 팀워크를 자랑하는 올림푸스 앙상블. 왼쪽부터 박고운, 이한나, 박진우, 김지윤씨. /올림푸스한국 제공

어느덧 데뷔 2년 차를 맞은 올림푸스 앙상블. 그동안 의료기관을 찾아 ‘힐링콘서트’를 펼치고, 발달장애청소년들로 구성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멤버 개개인이 기획콘서트 시리즈를 진행하며 나눔의 ‘음폭’을 넓혀왔다. 일본 공연을 통해 클래식 한류에 앞장서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7개월여 동안 진행된 첫 번째 기획콘서트에선 멤버 전원이 출연료를 기부했다. 고화진 올림푸스한국 문화사업팀장은 “매달 공연이 진행될 때마다 하트하트재단, 세이브더칠드런, 메이크어위시재단 등 NGO를 섭외해, 단체소개와 즉석기부가 이뤄질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고 했다. 멤버들은 “활동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협연 이후에도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멤버들의 음악적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박진우씨는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남들보다 수십 배 더 노력해서 나온 이들의 소리를 통해 특별한 메시지와 영감을 얻을 때가 잦다”고 했다. 박고운씨는 “15년간 외국에서 공부하며 굉장히 힘들었고, 그만두려 했던 적도 많았는데 앙상블을 시작하면서 내 음악과 삶에 큰 변화를 맞았다”며 “내 연주에 ‘힐링’의 힘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 즐겁고 신나게 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고 했다.

멤버들에게 앙상블은 생활의 일부가 됐다. “거의 매일 만나 이야기 나누는 사이”라고 한다. 김지윤씨는 “무언가를 제안했을 때 ‘노(No)’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며 “멤버들이 같은 마음을 갖고 있으니 팀이 더 끈끈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한나씨는 “(김)지윤이가 섬마을에서 알게 된 친구를 내가 개인 레슨 해주기도 한다”며 “음악은 물론, 나눔에도 서로 자극을 받는 건강한 경쟁심이 생긴다”고 했다.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욕심도 크다. 이한나씨는 “킴 카슈카시안 선생님의 무대를 보면서 사회적 영향력이 가진 힘을 실감했다”며 “노력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우리의 나눔도 최고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힐링콘서트에서 ‘뽀로로’ 음악을 클래식으로 편곡해 들려줬어요.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아이들 눈이 커지는 게 느껴졌어요. 독창적인 음악, 수준 높은 음악, 모두 중요하지만 우리가 진짜 해야 하는 음악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우리도 행복해지는 음악인 것 같아요. 원래 음악의 목적이 그거잖아요.”(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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