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존경하던 예술가와 악기 제작… 장인정신도 代 잇지 않을까요”

루이비통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장인과 함께 창작·전시
신진작가와 멘토와의 만남… 예술적 영감 얻는 기회 만들어

몇년 전만 해도 문화예술을 접목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기업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현 정부가 ‘문화 융성’을 정책 과제로 내세우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기업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활성화 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기업들도 문화예술을 테마로 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외국계 명품 기업 루이비통코리아의 신규 사회공헌 프로그램 ‘아티잔스(ARTisans)’ 또한 문화예술 사회공헌의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편집자 주


지난 5일, 컬래버레이션 전시가 열릴 스페이스K에서 ‘아티잔스’ 1기 신진 작가 3인방을 만났다. 현정윤, 서완, 정혜윤씨(왼쪽부터).
지난 5일, 컬래버레이션 전시가 열릴 스페이스K에서 ‘아티잔스’ 1기 신진 작가 3인방을 만났다. 현정윤, 서완, 정혜윤씨(왼쪽부터).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부터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와 함께 중요무형문화재와 현대미술 작가, 신진 작가를 잇는 신(新)개념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일명 ‘아티잔스(ARTisans)’.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전공의 젊은 예술가들이 장인의 창작 과정에 참여하면서 영감을 얻고, 함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전시를 여는 방식이다. 전시 과정에는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술 작가가 멘토로 참여한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인간문화재·신진 작가 발굴 등 총 2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첫 번째 장인은 이영수(84·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보유자)·이동윤(57·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전수교육조교) 부자. 두 장인과 함께 작업을 하기 위해 150여명의 젊은 예술가가 지원했다. 2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6명(서완·이윤희·정혜윤·한성재·한수정·현정윤)은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 동안 악기 제작 워크숍에 참여해 직접 가야금을 만들었다. 6인방의 전공은 디지털아트·도예·작곡·실내디자인·가구·서양화로 모두 다르다. 한성재(31·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졸업)씨는 “외형은 책상이지만 뚜껑을 열면 가야금이 있는 현대 좌식생활에 맞춰 재구성된 내장형 가야금을 만들었다”고 했다. 정혜윤(26·서울대 작곡과·영상매체예술과 졸업)씨는 “장인 선생님과 악기를 만들면서 ‘소리의 본질’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됐다”면서 “다른 전공생과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또 다른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된다”고 했다. 정씨는 전통악기 아쟁의 소리에 모티브를 얻어 ‘우리의 소리빛’이란 곡을 작사·작곡했다. 이 곡은 오는 13일, 컬래버레이션 전시 오프닝 이벤트에 연주될 예정이다.

‘아티잔스’ 컬래버레이션 전시 포스터.
‘아티잔스’ 컬래버레이션 전시 포스터.

신진 작가 6인의 멘토로는 현대미술계의 스타 작가인 문경원(45)·전준호(45) 설치영상작가가 활약했다. 2012년, 두 작가의 프로젝트인 ‘공동의 진술 – 두 개의 시선’이 ‘카셀 도큐멘타’에 초청을 받아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카셀 도큐멘타란 5년에 한 번 독일 카셀에서 열리는 권위 있는 미술 전람회로 한국 작가가 이 행사에 초청을 받은 것은 20년 만이었다). 두 멘토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2’를 받기도 했다. 서완(28·홍익대 디지털미디어학과)씨는 “보통 신진 작가 지원사업은 갤러리 대관·홍보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예술가에게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 다르다”면서 “특히 현재 미술계에서 활약하는 멘토와의 만남 또한 뜻깊었다”고 했다.

한편 이영수 악기장과 같은 인간문화재는 전국 180여 명. 지난 1월 말 문화재청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중요무형문화재 131개 종목 가운데 26개가 전수조교가 없는 상태다. 루이비통코리아가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현대와 미래 세대를 연결하려는 노력이 반가운 이유다. 첫 번째 아티잔스 프로젝트 결과물인 신진 작가 6인의 컬래버레이션 전시회는 3월 13일부터 31일까지 스페이스K(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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