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화)

“재능을 나눈다, 우리는 프로보노”

사가 이쿠마 日 서비스그랜트 대표
전문가들이 팀 단위로 뭉쳐 사회공헌 하는 ‘프로보노’
비영리단체에 제안서 만들어 기업의 후원 받도록 하거나 방향성 컨설턴트 역할도 해

사가 이쿠마 日 서비스그랜트 대표
사가 이쿠마 日 서비스그랜트 대표

사가 이쿠마<사진> 대표는 2001년부터 일본 내에서 ‘프로보노’를 정착시킨 대표적 활동가다. 그는 2004년 미국 최대 비영리 컨설팅 단체인 탭루트(taproot)재단에서 6개월간 연수를 받은 후 그해 12월 일본에서 최초로 프로보노 단체인 서비스그랜트(Service Grant) 설립했다. 현재 서비스그랜트에 등록된 프로보노 워커들은 총 1920명. 이들은 100여개 NGO들을 연계해 웹사이트·홍보물 제작, 회계·마케팅·경영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보노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제1회 동아시아 프로보노 콘퍼런스’ 기조 연설을 위해 방한한 그를 인터뷰했다.

―일찍이 프로보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998년 일본에 NPO 관련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일본 사회의 NPO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01년 회사일과 병행해 지역화폐운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 ‘어스데이머니(earthday money)’를 설립했다. 비영리 단체를 직접 운영하면서 마케팅·홍보·회계·IT 등 전문 인력이 부족해 애를 먹었다. 그때 재능 있는 기업인들과 비영리 단체를 연결하는 중간 기관의 필요성을 느꼈다.”

―서비스그랜트 프로보노 시스템의 특징이 있는가.

“체계적이다. 프로보노 워커로 활동하려면 반드시 설명회에 참석해야 하고, 팀 단위로 활동해야 한다. 프로보노 신청자 중에서 IT·회계·홍보·마케팅 등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한다. 팀 리더는 NPO에 직접 찾아가서 그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프로보노는 평균 6~8개월 동안 진행되고, 서비스그랜트는 프로보노 워커나 NPO로부터 일절 비용을 받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비영리 단체에 도움이 되는 성과가 어떤 게 있는가.

“웹사이트, 홍보물 제작에 국한되던 비영리 단체들의 수요가 다양해졌다. 이젠 내부 회의 매뉴얼, 후원자 DB 시스템을 개편하고, 기부자·기업 파트너 발굴을 위해 영업 자료나 제안서까지 제작해준다. 입출 전표, 회계 양식을 만들고 NPO의 중장기 사업 방향성을 컨설팅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환경단체는 프로보노 워커들이 만들어준 제안서와 영업 자료를 활용해 5개 기업으로부터 후원받기도 했다. 비영리 단체 내부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그랜트는 프로보노 워커와 NPO 양자와 A4 4페이지에 달하는 협약서를 작성한다. ‘NPO 자료는 외부에 비밀을 발설하면 안 된다’ ‘프로보노의 교통비는 1인당 5만원씩 NPO가 부담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협약서엔 프로보노 워커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비용으로 환산해, 실제 일반 기업과 계약할 경우 지불하게 될 액수도 적어준다. 프로보노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다. 프로보노 재참여율이 40%에 달할 만큼 프로보노 워커와 NPO 양자의 만족도가 높다.”

사가 이쿠마 대표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사회공헌 활동에 프로보노를 연계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파나소닉은 25억원 상당의 ‘NPO 역량 강화 펀드’를 만들고, 서비스그랜트와 함께 ‘파나소닉 NPO 지원 프로보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4~5곳의 NPO가 파나소닉 임직원의 프로보노를 통해 NPO 사업 계획, 영업 자료 작성, 마케팅 기초 조사, 홈페이지 등을 구축했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임직원 프로보노를 통해 NPO를 위한 맞춤형 IT 시스템을 제작하고, 일본 골드만삭스는 NPO 사업 과제를 컨설팅하고 추가 비용을 직접 NPO에 기부하고 있다. 서비스그랜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만 15곳에 이른다.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NPO 직원, 기부자, 자원봉사자 등 해당 NPO 이해관계자들을 초청해 프로보노를 신청한 기업 임직원들과 최소 5번 이상 면담한다.”

―한국에서도 프로보노 활동이 일부 시도되지만 활발하지 못하는데,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도 단체 설립 이후 4년간은 프로보노 개념조차 모르는 기업이 대다수라 운영이 어려웠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게 고단하긴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만큼 주위의 응원도 많아질 것이다.”
☞프로보노(Pro bono)

프로보노란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의 줄임말로, 법률이나 경영·의료·교육·전문기술 등 전문가들의 재능 기부를 통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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