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재능기부 지원조직 노하우 공개… 1600억원 사회적가치 창출한 ‘탭룻재단’
중간관리자 90% “직원들 전문성도 향상” 법률이슈 온라인 공유한 ‘톰슨로이터재단’
한국자원봉사문화에 따르면,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종사자는 약 143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6.2%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했지만, 같은 해 자원봉사자의 비율은 20%에 불과하다(2011년 기준). 영국(40%) 및 호주(38%)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19일,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이하 세스넷)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동천과 사회공헌정보센터가 협력한 ‘2014 국제 프로보노 심포지엄’을 위해 미국과 영국의 대표적인 프로보노(재능기부) 중간지원조직인 ‘탭룻재단(taproot foundation)’과 ‘톰슨 로이터재단(Thomson Reuters Foundation)’의 총괄 디렉터들이 방한했다. 이들은 한국의 프로보노 확산을 위한 세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기업 임직원 프로보노 늘리려면?… “직원 역량강화 프로그램과 연계하라”
-조엘 밥쉐브킨 탭룻재단 샌프란시스코지부 대표
미국의 프로보노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탭룻재단은 지난 15년간 1만명 이상의 전문가와 3000개 비영리단체를 연결, 150만 시간의 프로보노로 1억4000만달러(약 1600억원)에 달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왔다. 그는 “직원들의 역량과 사회의 니즈를 접목시키라”면서 힐튼호텔의 ‘1.5시간 코칭’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당시 기업 내 고객서비스 직군은 직원의 피로도가 높고, 임금이 낮아 이직률이 높았습니다. 반면,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은 고객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었죠. 이에 힐튼호텔 임원은 직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보노를 만들었습니다. 서비스팀 직원 30명은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고객 서비스 훈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자신들의 교육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했습니다. 이 영상은 사회적기업 10곳에 제공됐고,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임직원 만족도가 높아졌죠.”
세계 5위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프로보노를 하는 직원들의 역량이 높아지자, 프로보노 프로그램을 업무 역량 테스트에 활용하고 있다. 밥쉐브킨 대표는 “기업 중간관리자의 90%가 프로보노 이후 직원들의 전문성이 향상됐다고 보고했다”며 “미국 MBA 졸업생들은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면, 연봉을 14%까지 낮춰서라도 갈 것이라 답하는 등 관심이 높다”고 덧붙였다.
◇로펌 변호사의 프로보노 활성화 전략은?…”네트워크와 법률 정보를 공유하라”
-리우 동웨이 톰슨로이터재단 아시아 총괄
톰슨로이터재단은 90개국 3800개 대학·연구기관과 교류해 전 세계 비즈니스 고객 및 전문가들에게 금융·법률·조세·회계·미디어·생명과학 핵심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다. 톰슨로이터재단은 2010년 법률 전문 프로보노 서비스인 ‘트러스트로(TrustLaw)’를 론칭했다. 리우 동웨이 디렉터는 “1990년부터 인도적 이슈를 보도하면서 자연스레 인권·자연재해·보건의료·국제구호개발 현장에 있는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네트워크가 생겼다”면서 “법률 이슈를 해결하기 어려운 개도국 NGO들에게 전 세계 로펌을 연결해주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러스트로에는 전 세계 2000여개의 로펌,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데, 지난 5년간 로펌 변호사들은 155만 시간(총 1230건)에 달하는 프로보노를 진행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억8000달러(약 4300억원)에 이른다. 그는 “매주 전 세계 인도적 법률 이슈를 정리해 로펌들에 메일을 보내면, 프로보노를 하겠다는 회신이 90%에 달한다”면서 “프로보노를 요청한 변호사가 여럿일 경우, 해당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이 직접 선택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최대 온라인 법률 프로보노 플랫폼인 셈.
“중국엔 남성이 14세 미만의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고 돈을 지불할 경우, 강간이 아닌 성매매로 규율됩니다. 미성년 여성에게 불리한 이 조항을 철폐하기 위해, 전 세계 로펌들이 모여 각 나라 법률과 정책을 연구했죠. 그 결과 중국 의회에 개정안이 제출됐습니다. 영국 자선단체 설립 방법, 외국 NGO가 미국 기업으로부터 모금할 수 있는 방법, 나라별 적합한 사회적기업 조직 구조 등 모든 정보가 트러스트로 웹사이트에 있습니다.”
그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정보 공유와 네트워킹이야말로 프로보노를 확산시키는 최대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과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매칭 잘하려면?… “프로보노 평가 시스템 만들어라”
-레이첼 김 탭룻재단 샌프란시스코지부 디렉터
탭룻재단은 프로보노 프로젝트를 5가지 기준으로 평가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완성했는지 ▲프로보노 전문가의 서비스가 비영리단체에서 지속 가능한지 ▲비영리단체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지 ▲모두가 프로보노 과정을 즐겼는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등이다. 레이첼 김 디렉터는 “탭룻재단은 프로보노를 설계할 때 전문가들과 타임라인을 미리 정해놓고, 인터넷으로 실시간 프로보노 현황을 파악한다”면서 “프로보노 신청자의 경력과 스킬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전화 면접을 거쳐 포트폴리오를 요청할 정도로 절차가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탭룻재단은 프로젝트를 끝낸 후 6~9월째 별도의 평가도 진행한다. ‘이 프로보노 프로그램을 친구에게 추천하겠는가’, ‘추천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 ‘NGO가 유사한 서비스를 받으려면 얼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등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세밀한 기준을 만들어야, 지속적인 프로보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레이첼 김 디렉터는 “프로보노 시작 전, 진행 도중, 종결 후 반드시 스토리를 만들어 기념하는 게 좋다”며 “단체 행사 때 프로보노를 게스트로 초대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유진 기자
김경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