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1억 기부하면 3000만원 넘게 세금 내야 하는데… 누가 기부하겠습니까”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대표 발의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

지난 1월 1일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 제133조2항으로 인한 NPO(비영리단체)들의 반발이 뜨거워지고 있다. 문제의 조항은 소득공제 종합 한도 대상을 교육비, 신용카드 사용액, 보험료 등에 지정 기부금까지 포함해 2500만원까지만 소득공제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 조항대로라면 지난해 1억1800만원을 월드비전 등에 기부한 목천김정식문화재단 김정식(78) 이사장은 올해 3887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지난 3일 NPO단체 협의체인 한국NPO공동회의와 월드비전·유니세프한국위원회·굿네이버스·기아대책·한국컴패션·세이브더칠드런·구세군 등 205개 시민사회단체는 “지정 기부금을 소득공제 종합 한도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에게 전달했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2월 지정 기부금을 소득공제 종합 한도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원혜영<사진> 민주통합당 의원을 만났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의 진척 상황은 어떤가. 올해 안에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나.

“이번 4월 국회에서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법안심사 소위원회 논의→기재위 전체회의 가결→이후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새 정부 초기여서 중요한 안건들이 많아, 정상적인 흐름으로는 소위원회 회부까지도 어렵다. 이번 법안은 기부문화 활성화에 장애가 될 우려가 높기 때문에 법안 심사의 우선순위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여론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부 NPO에서는 임원들조차 관련 내용을 잘 모를 정도로 이번 법안은 통과된 이후에야 문제점이 뒤늦게 드러났다. 기부문화 활성화라는 정책 취지에도 맞지 않은데, 어떻게 통과됐나.

“작년 연말 복지 수요 확대로 정부 예산확보가 시급했다. 현 정부는 증세(增稅)는 없다는 기조다. 결국 세금을 면제해주는 비과세 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소득공제 2500만원 종합 한도를 둬서, 공제를 축소해 세수를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익을 위해 지정 기부금을 내는 것과 사적으로 지출하는 의료비·학원비 등을 똑같은 걸로 묶어버렸다. 정부가 얼마나 기부에 무관심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돈 많은 사람이나 기부하는 것’ ‘허위 기부를 통해 탈세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문제다.”

―이번 청문회에서 고위 공직자의 기부금 내역을 들여다본 후,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내려고 준비 중이라는데 어떤 내용인가.

“박근혜 정부 출범 내각 후보자들의 기부내역을 살펴보니,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현실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적십자 회비만 기부하는 등 연간 기부액이 7만~8만원이 채 안 되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후보자는 소속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게 수천만원의 기부를 하면서도 순수한 공익 목적의 기부는 거의 안 하고 있었다. 어떤 후보자는 기부내역 제출을 아예 거부했다.

애초에 정부가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을 할 때 제출하는 기본 첨부서류 목록에 기부내역을 포함시켜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기부내역 뿐 아니라 자원봉사활동에 관한 사항도 제출토록 하려고 한다. 기부와 자원봉사는 고위 공직자에게 최소한의 도덕이자 의무이기 때문에 이런 사회 기여 정도를 평가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해비타트 자원봉사로 인해, 해비타트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등 선진국에선 고위 공직자·CEO 등의 자원봉사나 기부활동은 ‘리더가 공동체를 위해 해야 할 당연하고 또 명예로운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이 부분이 부족해 국민의 실망감이 크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인사 채용을 할 때 기부나 봉사활동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에 어떤 형태로든 기여한 노력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평가와 대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고위 공직자부터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 금전과 물품 기부만이 아니라 미용, 의료, 요리, 법률, 회계, 디자인, 노래 등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기부 대상이 될 수 있다. 예전에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지만, 기부를 널리 알리고 평가해주는 문화적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좋은 기부사례를 보고 자극받아서 ‘아! 나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정착된다.”

원혜영 의원은 부천육영재단을 만들어 자신의 풀무원 지분인 21억원을 전액 기부, 지금까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교생 2000여명에게 10억원가량의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2009년 모친상의 부조금 1억원을 시민단체에 기부하고, 지난 1월 부친상의 부조금을 기아대책과 환경찬 등에 기부했다. 2010년 ‘아버지, 참 좋았다’ 출판 수익금은 노숙인 자활 지원단체에 기부했다. 국회의원 재직 동안 받는 국민연금은 부천희망재단에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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