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후원자를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창의적 기부문화 시작된다

향후 5년 대한민국 기부&모금 트렌드
비영리단체 모금액 지난 5년새 2배 늘어 개인기부도 증가 예상
최근 SNS 모금 효과 커 향후 유산·부동산·재능 등 다양한 기부 확대 기대

“치열하게 고민하고, 눈치 보고, 경쟁하는 ‘모금 전쟁 시대’였다.”

비영리단체 모금 전문가 9명은 지난 5년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기간 비영리단체 모금액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월드비전은 578억(2007년)에서 1426억(2011년)으로 2.5배 가까이로 늘었다. 기아대책은 516억에서 990억으로, 어린이재단은 443억에서 740억원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유니세프는 3.6배나 증가했다. 모금액의 85~90% 이상은 정기 후원자가 내는 기부금이다. 전재현 월드비전 후원개발본부장은 “2012년을 기점으로 개인 후원자 수가 47만명을 넘어섰다”고 했다. 100명 중 1명이 후원자인 셈이다. 이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개인기부 늘지만, 폭발적 성장은 미지수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동안 개인기부가 늘어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증가가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효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국민참여추진단장은 “다른 나라는 개인기부 대 기업기부 비율이 7대3인 데 반해, 우리는 3대7로 기업기부가 더 많은 유일한 나라”라며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의 기부, 10년 전부터 나눔교육을 접한 20대 직장인의 기부가 늘면서 개인기부 증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부 부장도 “우리 국민소득이 2만5000불 정도인데 3만불 시대에 의식개혁이 일어난다”며 “평균 20% 정도 기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경기지표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반면 박순 유니세프 후원자개발국 국장은 “2008~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이 2012년부터 모금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신규 후원자 수가 줄고 후원중단의 숫자는 늘고 있다”며 “개인기부가 향후 5년간 줄지는 않겠지만 과거와 같은 증가세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기부 확대의 전제조건으로 비영리단체의 역량과 투명성을 꼽은 이도 많았다. 박종호 기아대책 후원개발본부장은 “지금까지 NGO들이 후원자에게 애스킹(Asking·요청)만 많이 하다 보니, 기부 피로가 생겨나고 있다”며 “후원자 피드백과 NGO의 투명성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현 월드비전 본부장은 “광고나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어떻게 더 잘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컴패션 지경영 피알(PR)팀 실장은 “후원금의 투명한 사용을 보여주고, 후원자들에게 사업의 가치를 잘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년간 비영리단체 9곳의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컸던 모금 방법은 ‘홈페이지, SNS 등 온라인 모금’이며, 향후에는 ‘통합 기부 마케팅’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굿네이버스·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지난 5년간 비영리단체 9곳의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컸던 모금 방법은 ‘홈페이지, SNS 등 온라인 모금’이며, 향후에는 ‘통합 기부 마케팅’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굿네이버스·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SNS를 넘어선 통합 기부 마케팅 뜰 것

‘지난 5년간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컸던 모금 방법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홈페이지, SNS 등 온라인 모금’을 꼽은 단체가 9곳 중 6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온라인 모금 개발에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SNS 캠페인을 통해 홈페이지를 방문해 정기 후원하는 기부자들이 약 3배 늘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을 넘어선 새로운 모델’에 대해서는 9개 단체 중 3곳이 ‘통합 기부 마케팅’을 답했다. 온라인·오프라인·방송 미디어를 결합한 ‘참여형 기부 캠페인’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모자 뜨기 캠페인’이나 굿네이버스의 ‘소셜 100원의 기적’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김미애 굿네이버스 나눔사업부 부장은 “오프라인 모임을 SNS로 알리고, 피드백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해당 콘텐츠를 신문이나 방송으로 전파하고, 관련 내용을 CD나 책에 담아 나눔 교육으로도 활용하는 방식”이라며 “기부자들을 사업에 참여시키고 이 과정 자체를 브랜딩하는 게 중요해진다”고 했다.

이성우 대한적십자사 재원조성팀장은 “구세군이 신용카드를 이용해 기부시스템을 마련했듯 온·오프라인이 결합한 다양한 모금 툴(tool)이 등장해 소액기부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마케팅전략본부 팀장은 “지난 5년간 다양한 모금방법을 시도했는데, 모금이라는 게 투입 대비 산출이 명확하지 않아 효과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며 “영상과 지면, DM발송 등 통합적 마케팅과 함께 기부자 중심의 모금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땅,골동품 등 다양한 기부 기대

기부는 대부분 현금을 통해 이뤄진다. 건물, 땅, 골동품, 그림 등 물품이나 부동산 기부는 절차가 복잡하고, 세제 혜택 기준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 9곳 중 8곳이 “유산 기부, 물품 기부, 부동산 기부를 1년에 2~3차례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중히 거절하거나, 현금으로 환산해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김효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국민참여추진 단장은 “부동산 가액이나 소득 공제 기준이 마련되고, 절차가 간소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영리단체 9곳 모두 “법과 제도가 정비된다면, 부동산 기부나 다양한 물품 기부가 확대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박종호 기아대책 후원개발본부장은 “기아대책은 물품 기부가 많아, 사회적기업 ‘행복한 나눔 가게’를 설립했다”면서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은 물론 물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더 많은 이를 도울 수 있다”며 물품 모금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 외에도 시민들이 자신의 전문 지식이나 재능을 기부하는 프로보노(Probono) 활동이 향후 5년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다.

정유진 기자

김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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