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2일(목)

“연간 1조원 기부 시장 열린다”…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위한 NGO의 역할은?

올해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성화하면 1조원 규모의 신규 기부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7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의미와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고향사랑기부제 이해와 민간의 역할 탐색’ 포럼을 개최했다. 제도 시행 100일을 앞두고 온라인 플랫폼 줌(ZOOM)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지자체 관계자, 모금단체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거주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를 골라 기부하는 제도다. 기부금 한도액은 500만원. 기부금 10만원 이하는 전액 세액공제, 10만원 초과 금액은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기부자에게 기부 금액의 30% 내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줄 수 있다.

이날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인구 2600만명 중 세금을 부담하는 납세자는 약 1600만명”이라며 “이 중 60%인 1000만명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10만원을 기부하면 1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마다 평균 5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확보되는 셈이다.

김희선 광주광역시 동구청 인구정책계장이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현황과 지역의제 발굴'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김희선 광주광역시 동구청 인구정책계장이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현황과 지역의제 발굴’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모금 업계 전문가들은 제도를 활성화하려면 민관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 교수는 “공무원 수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50억가량의 예산을 추가로 집행하려면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지자체 입장에서 모금 전문성을 갖춘 민간단체와 협력하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를 통해 기부자들이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부자들이 기부를 통해 보람과 연대의식을 느낄 수 있어야, 이 제도가 궁극적으로 생활인구를 확장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 기준, 전국 지자체 243곳 중 234곳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총 기부 금액은 6억9500만원이다. 답례품 신청 건수는 9767건으로, 기부자의 60%가 답례품을 신청했다. 이영주 아름다운재단 연구파트장은 “답례품과 세제 혜택은 초기 단계에서 기부를 독려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기부가 지속적, 장기적으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고향사랑기부금이 의미 있게 사용된 사례가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기부금으로 연계된 관계인구는 지역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지역 발전의 새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재단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기부금으로 연계된 관계인구는 지역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지역 발전의 새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재단

이날 포럼에는 고향사랑기부제 담당 공무원도 참석해 경험과 고민을 공유했다. 김희선 광주광역시 동구청 인구정책계장은 제도 활성화의 핵심 과제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 ▲경쟁력 있는 답례품은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 ▲관계인구를 확보할 수 있는 특화된 기금 사업 등을 꼽았다. 김 계장은 “광주광역시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로 모인 기부금을 활용해 오래된 극장을 재생하는 프로젝트, 발달장애인 청소년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한 경험이 많은 민간조직과 자지체 행정의 교집합을 찾아 협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원조 격인 일본에서는 민관 협력을 통해 제도 활성화를 이뤘다. 일본은 2008년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의 모태가 된 ‘고향납세제’를 시작했다. 사회적기업 공감만세의 김대호 연구위원은 “제도 시행 초기에는 개인 기부만 가능했지만 2016년부터 법인까지 참여 대상이 확대됐다”면서 “그러자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연계 가능한 지점이 생겼고, 폭발적으로 규모가 늘면서 지금은 연간 8조원 규모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더 적극적으로 기부하고 있다”며 “이렇게 확보된 기부금을 지역사회에 적절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NGO의 역할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은 답례품 시장도 크다. 답례품을 고를 수 있는 민간 플랫폼만 20개 이상 존재한다. 지자체는 더 특색있는 답례품을 제공하기 위해 기부·마케팅 전문가를 민간에서 찾는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행안부가 답례품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정부 주도로 기부 시장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조례를 만들어 민간과의 연계를 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영주 연구파트장은 “우리는 이제 제도 시작 단계에 있다”며 “오늘 포럼에서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공공과 민간의 전문성이 발휘돼 시너지를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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