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발로 뛰어 2000명 후원자 확보… “한 생명 도울 수 있어요”

어린이재단 최고모금자 이전선씨
3년 전 상금 5백만원 한 아이 병원비로 기부
아이 인생 변화 보고 본격적으로 나눔 실천
사람 마음 얻기 위해 2~3시간 얘기하기도
식당서 자체 기부 캠페인 아내도 후원 뜻 같이해 좋은 일하며 가족애 끈끈

이전선(47)씨는 매일 흰색 조끼를 입고 전남 순천 일대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 사무실 등을 가가호호 방문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착한스펙 캠페인’ 내용이 담긴 A4용지 한 장을 건네주며 나눔을 권유한다. 작년 한 해 이씨가 발로 뛰면서 만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자는 무려 1200명이다. 올해엔 지금까지 400여명의 후원자를 모았다.

이씨는 8개월 전만 해도 광양제철소 협력업체에서 인사노무를 맡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무의탁 노인들에게 매주 한 차례씩 도시락 배달을 하고, 회사의 봉사단 단장을 맡기도 했지만, 직접 NGO 단체에 돈을 후원한 적은 없었다. 6년 전 이씨는 두 딸의 이름으로 처음 어린이재단에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아이들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고, 좋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후원자 이전선(47)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후원자 이전선(47)씨.

평범하던 그가 ‘나눔에 미친’ 계기는 무엇일까. “3년 전, ‘여수MBC 전남시민상’을 받았어요. 상금 500만원을 한 아이의 병원비로 기부했어요. 아버지는 암에 걸렸고, 엄마는 가출했고, 동생은 어릴 때 사고를 당해 뇌사상태, 언니만 정상적으로 성장한 가정이었어요. 동생 병원비를 못 내 쫓겨날 형편이었는데, 상금 덕분에 동생이 치료를 받았고, 이 내용이 방송에 알려지면서 돕는 손길도 많아졌어요. 언니는 서울의 명문사립대에 진학했고, 지금은 미국 유학 중입니다. 그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게 참 뿌듯했어요.”

이씨는 작년부터 주말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후원자를 모으는 활동에 나섰다.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300~400명의 사람에게 안부문자를 보낸다. 시장상인부터 판사·변호사까지 어디든 달려가서 만난다. 매달 자동이체를 통해 후원금이 나가는 일이니, 사람들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 “2~3시간 얘기할 때도 있고, 아예 마음이 열리지 않아 30분 얘기하고 돌아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후에 다시 방문합니다. 제 얘기를 통해 기부에 대한 생각이 50%쯤 열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구두 굽을 간다. 때로 “시의원 되려고 하느냐” “장사 잘되려고 하느냐”는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는 “다리품을 팔 때마다 아이를 한 명 더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를 통해 후원을 결심하게 된 약 2000명의 사람 중 85%는 주부다. 그가 착한 스펙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다. “저희 딸들한테 중학생 때부터 용돈을 아껴서 후원을 하도록 했어요.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학교에서 봉사상을 받아오더라고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봉사상이 가산점이 있더군요. 입시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는 주부들에게 “앞으로는 봉사와 기부 등 인성이 중요한 시대다”고 어필한다. 주부 한 명을 만나면, 가족을 포함해 4명의 후원자가 한꺼번에 만들어진다.

작년 11월, 이씨는 23년 동안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후원자 모으는 활동을 전업으로 시작했다. 회사에 재직할 당시 50만원씩 후원하던 걸 월 5만원으로 줄이는 대신 몸으로 뛰고 있다고 했다. 식당을 하는 그의 아내도 10만원을 후원하고, 두 딸과 부모님과 장모님까지 모두 어린이재단 후원자다. 부족한 후원금을 채우려고, 아내의 퓨전한식당에서 친환경 나눔수세미도 판다. 이씨는 “아내가 식당일 끝내놓고 새벽까지 친환경 수세미를 직접 만든다”며 “작년 겨울부터 팔기 시작했는데, 올 연말이면 200만원을 채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 테이블 세팅지도 ‘나눔실천’을 위한 팸플릿을 쓰고, 공깃밥이나 음료수를 추가로 주문할 경우 이 금액을 100% 기부하는 ‘한 공기의 기적 캠페인’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씨는 “후원을 시작하면서 가족끼리 공통의 이야깃거리가 생겼다”며 “이렇게 좋은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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