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누구에게나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 있단다”

[굿네이버스 여아 지원 후원자들의 편지]

오휘은·오가은 자매

언니 오휘은(오른쪽)양과 동생 가은양. ⓒ굿네이버스 제공

저희는 전남 구례에 있는 용방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저는 5학년이고 동생 가은이는 4학년이에요. 학교에서 매년 기부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우연히 굿네이버스의 ‘너는 반짝이는 별’ 캠페인을 접하게 됐어요. 저희도 이제 곧 초경을 할 나이라 엄마가 면 생리대를 준비하시는데 ‘나는 이렇게 엄마가 챙겨주시는데 그 친구들은 얼마나 외롭고 슬플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용돈을 기부할까 생각했는데, 마침 학교 바자회가 열렸어요. 그때 동생이 손수 뜬 수세미를 팔았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구례에는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프리마켓 ‘콩장’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자신이 만든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요. 저희는 수세미를 팔아 판매액은 기부하고 동시에 캠페인 홍보도 했죠. 다행히 재구매하시는 분도 계시고 친구 부모님들은 선주문하기도 했어요. 동생과 하고 있지만 사실 구례의 많은 분이 함께 활동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앞으로도 기부하려면 동생과 하루에 한 개씩 수세미를 만들어야 해요. 가끔 놀다 보면 잊어버릴 때도 있는데 꾸준히 만들어서 오래 활동을 하고 싶어요. 수세미로 시작했지만 다른 제품에 대한 이야기도 동생과 하고 있는데 그런 모든 과정이 행복해요. 주변 친구에게도 나눔 활동이 어렵고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게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정시아 배우

배우 정시아와 딸 백서우양. ⓒ굿네이버스 제공

지난해부터 딸 서우의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아 생리대 기부를 시작했어요. 서우 이름으로요. 그간 주변 많은 사람으로부터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는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경제적 문제로 인해 생리대 대신 깔창이나 휴지를 사용하는 소녀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결심했어요. 한창 민감할 시기이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고민이 많을 텐데 그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기부를 시작하게 됐죠. 우리 서우도 조금 더 크면 겪어야 할 일이라 더욱 마음이 쓰였어요. 서우에게도 기부를 할 때마다 설명해 주곤 하는데, 서우는 아직 생리대 기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몰라요. 그래도 언니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더라고요.
어려운 환경에 있지만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있는 소녀들을 많은 분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낯선 변화를 홀로 감당하고 있을 아이들이 자신들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면 힘이 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항상 밝은 웃음 잃지 말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너희는 정말 특별한 존재니까.’

기혜진 온리원스 대표

예비사회적기업 온리원스의 기혜진 대표. ⓒ굿네이버스 제공

제대로 된 속옷 입기는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이른바 ‘건강한 속옷 입기’죠. 누구나 매일 입는 속옷이지만, 제대로 알고 입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대충 속옷에 몸을 맞춰 입곤 하죠. 특히 아무런 준비 없이 초경과 사춘기 변화를 맞이해야만 하는 소외된 10대 소녀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문제예요. 저희가 지원하는 물품이 아무래도 속옷이다 보니 사이즈에 대한 문의가 많아요. 보통 간단한 문의에서 출발하지만, 궁금한 걸 물어볼 어른이 없는 친구들은 보통 엄마에게 물어볼 질문을 해요. 얼마 전에는 ‘갈색 혈 같은 게 속옷에 묻었는데 이게 초경이냐’ ‘초경을 하면 어떤 증상이 있냐’ 같은 문의가 와서 자세히 상담해 줬어요. 엄마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10대 친구들과 상담 아닌 상담을 하다 보면 눈물이 핑 돌 때가 있어요. 짧은 대화를 나누고 난 뒤에는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요. 아이들에게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누구나 빛나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우선 그러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첫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몸부터 사랑하면 어떨까요?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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