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무엇을 원하고, 해결하고 싶은지에 집중하라”

알렉스 니콜스 영국 옥스퍼드대 사회적기업 연구소 ‘스콜센터’ 창립 멤버
옥스퍼드대 스콜센터-단순 가르침 벗어나… 1년에 한 번 포럼회, 기업 네트워크 구축
청각장애인 취업 위해… 고민하던 MBA 학생, 택배社 차려 고용까지
“그들에겐 필요한 것곰곰이 생각해봐야”

알렉스 니콜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겸 스콜센터 창립멤버는“사회적기업의 책임은 전적으로 사람을 돕는 데 있는 것”이라며“도움을 받는 사람이 느끼기에 특정한 모델이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느낀다면 그게 바로 사회적기업의 좋은 모델”이라고 말한다.
알렉스 니콜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겸 스콜센터 창립멤버는“사회적기업의 책임은 전적으로 사람을 돕는 데 있는 것”이라며“도움을 받는 사람이 느끼기에 특정한 모델이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느낀다면 그게 바로 사회적기업의 좋은 모델”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 빠르게 자리매김한 사회적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지난 7월 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 사회적기업 리더 공동포럼 2012(SELF ASIA with ASES 2012)’에선 전 세계 사회적기업 권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회적기업의 생태계 조성과 연대를 위해서다. 알렉스 니콜스(Alex Nicholls)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 최초의 사회적기업가 정신 분야 종신교수이며, 2004년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위해 설립한 스콜센터의 창립 멤버다.

현재까지 40편 이상의 논문과 5권의 저서로 사회적기업을 연구해왔으며, 특히 2009년 사회투자에 대해 쓴 논문은 영국경영학회가 뽑은 기업가 정신 부문 최우수 논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스콜센터(Skoll Centre)’는 미국의 아쇼카재단과 함께 대표적인 사회적기업 양성기관으로 꼽힌다. 먼저 센터를 소개해달라.

“스콜센터는 옥스퍼드대 내에 있는 학부과정의 하나로, 세계적인 사회적기업가를 키우기 위해 설립됐다. 2003년부터 이베이 초대회장인 제프 스콜(Jeff Skoll)이 만든 스콜재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일 년에 한 번씩 ‘스콜 세계포럼’을 통해 사회적기업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멘토링의 개념을 도입해 기존 사회적기업가들이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옥스퍼드 외에도 하버드, 스탠퍼드, 시애틀, 뉴욕대 등에서 사회적기업가를 배출하기 위한 교육기관을 운영한다.”

―한국에선 사회적기업 육성 정책이 ‘고용’과 맞물리면서 시작됐고, 이에 대한 부작용도 있다. 해외에선 어떤가.

“‘일자리 만들기’는 물론 사회적기업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적기업의 존립 목적은 각 나라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있다. 만약 한국에서 사회적기업이 ‘직업’ 문제로 출발했다면, 그 시점에 한국의 문제가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태국의 주된 사회적 문제가 ‘에이즈’라면 이와 관련된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져야 하고, 인도의 문제가 ‘보건’이라면 이 또한 사회적기업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지난 5년 동안 정부 주도로 빠르게 확산돼왔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회적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영국은 투자 분야에서 단연 세계 최고다. 사회적기업에 투자할 투자자를 찾고, 기관과 은행·금융 담당자들을 만나 사회적기업에 투자할 ‘펀드(기금)’를 조성하는 데 10년을 투자했다. 여기에 영국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는데, 은행가들이 태스크 포스(Task Force)팀을 구축해 정부를 설득했다. 정부에서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 중 몇 개는 성공했고 몇 개는 실패했다. 영국 정부가 투자한 금액은 12억~13억파운드(약 2조3천억원) 정도였다. 한국은 아직 초창기 단계니, 사회적기업에 투자할 사람을 찾고, 정부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투자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할 것으로 본다.”

―최근 국내에서도 청년들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들에게 무슨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가 가장 중요하다. 만약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창업해서 돈을 벌면 된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돈이 들면, 돈이 되는 회사를 만든 후 도움을 주면 된다. 핵심은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을 풀고 싶은가’이다. 사업과 소셜 미션 사이에 고민하는 것 자체가 틀린 것이다. 내가 가르친 학생 중 한 명이 MBA를 마치고 청각 장애인들이 취업하는 것을 돕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그는 인도에서 택배회사를 설립해 청각 장애인을 고용했다. 귀가 안 들린다고 오토바이를 못 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이 회사는 돈도 제법 버는 훌륭한 사회적기업이 됐다. 그 학생은 ‘어떤 것이 청각 장애인에게 도움이 될까?’로 시작했지, ‘택배 회사를 세워야지”청각 장애인들을 고용해 볼까?’라는 생각을 했던 게 아니다.”

―좀더 창의적인 인재들이 사회적기업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적기업 네트워크를 잘 만들고, 각종 기관과 연계해 성공한 사회적기업 사례, 좋은 모델 등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적기업가는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모든 사람은 이미 사회적기업가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들이 좀 더 좋은 사회적기업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아시아에는 이미 좋은 성과를 냈던 훌륭한 기업가가 많다. 그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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