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좋은 인재 찾고, 고객과 소통하려면 CEO가 직접 나서 CSR 챙겨야

제레미 프렙시어스 BSR 총괄 디렉터
CSR 중시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 확보
소비자 심리 변화 이해하면 니즈 충족시킬 수 있어
CSR 무시했던 나이키 불매운동 겪으며 변화… 지속가능한 상품 만들어

제레미 프렙시어스 BSR 총괄 디렉터
제레미 프렙시어스 BSR 총괄 디렉터

“세상이 바뀌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회 국제나눔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방한한 제레미 프렙시어스(Jeremy Prepscius) BSR 아시아지역 총괄 디렉터는 줄곧 변화를 강조했다. BSR은 1992년 설립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본사 외에 뉴욕과 파리·베이징·홍콩 등 전 세계 60개국에서 기업 CSR 컨설팅과 리서치 등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다. 현재 홍콩 지역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프렙시어스씨는 나이키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공장이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노동 관련 업무를 맡기도 했다.

―기업 외부에서 아무리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도 오너나 CEO 다수는 매출액 같은 경제적 수치를 우선시한다. CSR은 장기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출액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CSR의 중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가.

“CSR이 자선 기부나 사회적 영향 등의 개념과 혼용되고 있는데, 본질적인 건 비즈니스다. 최근 급격한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 분명한 트렌드는 ‘글로벌 IT’와 ‘글로벌 연결성’이다. 전 세계 소비자가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정보 접근성을 갖고 있다. 중국에선 60여개 이상의 환경단체가 손을 잡고 기업의 환경 오염물질 배출 자료를 웹사이트에 올린다. 한국이나 일본·미국 기업 등을 감시하고 반대하는 캠페인을 한다. 투자자들은 이를 주시한다. 환경이나 노동문제 등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기업에 내 돈을 투자했다가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누가 이런 것을 주목하는가. 바로 규제 당국인 정부다. 이제 어떤 제품이 어떤 공장에서 만들어졌는지 추적 가능한 시대가 되었고, 브랜드의 평판이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됐다.”

―기업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CSR에 접근해야 하는가.

“아니다. 리스크도 있지만 기회도 있다. CSR은 기업활동의 본질과 관련돼 있다. 물건 하나를 만들어낼 때 투입물이 뭔가. 에너지와 노동, 원자재, 지식재산권 등이다. CSR을 중시하는 기업은 경쟁 우위를 잘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인구는 증가하고, 천연자원이 고갈되고,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 변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어떻게 창의성을 활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문제를 잘 이해할수록, 미래를 위해 노력할수록 기회가 생긴다. 브랜드의 명성이나 인권 등도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다. 기업이 소비자의 취향과 선호도의 변화를 잘 이해하면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

―글로벌 기업에선 CSR이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는가 아니면 부수적인 책임으로 여겨지는가.

“CSR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리서치 부서가 담당하는 업무인지, 커뮤니케이션 부서가 담당하는 업무인지 혹은 기업 전체적으로 다뤄야 하는 업무인지. 일부 기업은 최고윤리책임자(Chief Ethics Officer)를 두고 있다. BSR은 300여개 기업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지속 가능성 문제를 다루는 조달업체, 글로벌 지속 가능성을 담당하는 기업체 부회장, 기업 전략 개발 부서 등 다양하다. 삼성과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듯이 각 기업의 지속 가능성 구조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출발점에 서 있는 한국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전략적 질문을 스스로 해봐야 한다. 똑똑한 기업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왜 하는지를 많은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개발할 때 한국 소비자뿐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와 대화하는 것처럼 지속 가능성 전략도 마찬가지다.”

―CSR이 어느 부서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보는가.

“CEO에게 가깝고 미래를 보는 리더십 역할과 현재의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서여야 한다. 기업 전략 개발 부서나 마케팅 및 상품 혁신 개발 부서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혹은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가 있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CSR은 기업 DNA 자체에 포함되어야 하는 가치다.”

―BSR은 리바이스와 HP, 팀버랜드와 여성 건강 프로젝트, 쉘과 풍력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는 등 CSR을 통해 기업의 핵심 전략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CSR을 통해 기업의 핵심 전략이 바뀌어 성공한 대표적 사례가 궁금하다.

“많은 성공 사례가 있다. 우선 나이키는 1990년대 중반 동남아 소녀들의 비인간적인 근무 환경으로 인해 불매운동과 기업 이미지 타격 등 많은 부작용을 겪었다.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기업 내부 논의를 시작했고, ‘지속 가능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면서 지속 가능한 상품을 만들기로 결론 내렸다. 지난 5~6년간 환경 친화적인 화학약품, 재활용, 협업 등에 초점을 맞췄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GE의 에코메지네이션도 좋은 예이며, 리바이스도 지속 가능한 소비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청바지가 낡으면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전력회사 또한 전력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다. 또 글로벌 기업은 핵심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경쟁하는데 인재들한테 ‘일하고 싶은 회사’를 증명하기 위해 CSR이 필요하다.”

―CSR의 가장 큰 어려움은 성과 측정이 어렵다. CSR을 잘하는 기업과 재무적 성과가 뛰어난 기업이 일치하는 편인가.

“많은 기업이 정확한 성과 측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여기에 지속 가능성도 포함된다. CSR의 가치는 좋은 직원을 뽑고 이들을 유지할 수 있으며, 시장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경제 위기 이후 많은 기업이 브라질, 중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국가를 어떻게 이해하고, 이 국가의 소비자와 어떻게 소통하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소비자가 겪는 변화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품질의 상품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니다. 에너지 효율성, 원자재 관리, 다른 커뮤니티와의 소통 등 단순한 ROI(투자수익률)로 측정하기 어렵다. CSR이 수익을 더 많이 가져다주는지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봤을 때 더 훌륭한 직원, 더 풍부한 통찰력, 더 나은 협력관계, 신흥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해왔다면 답은 쉽지 않을까. 최근 조사에선 CSR을 잘하는 기업이 재무적 성과도 좋다는 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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