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최선의 긴급 구호는 대비와 투자… 빠른 대응이 아이들 생명 살려”

아이티 지진 23만명 사망, 뉴질랜드는 180여명…
재난 대처하는 시스템따라 피해 규모 극명히 갈려
재난 발생 후 모금은 늦어… 대비 위해 미리 모금해야

마이클 펜로즈 세이브더칠드런 긴급 구호 글로벌 디렉터
마이클 펜로즈 세이브더칠드런 긴급 구호 글로벌 디렉터

“2010년 1월 아이티에 진도 7.0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23만명이 사망했습니다. 반면 2011년 2월 뉴질랜드에서 진도 6.5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180여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피해가 그쳤습니다. 재난에 대처하는 사회 시스템에 따라 그 피해 규모가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지난 2일 기자는 국제구호개발 NGO인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의 글로벌 긴급 구호 디렉터 마이클 펜로즈(Michael Penrose·사진)씨를 만났다. 펜로즈씨는 전쟁, 폭력, 가뭄, 폭우, 기근, 지진, 쓰나미 등의 재난이 발생한 현장에 지구에서 가장 먼저 도착해 긴급 구호 활동을 벌이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 펜로즈씨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말이 있다.

“아무리 빠른 대응이라고 하더라도 ‘대비’보다 효과가 높지 못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재난으로 영향을 받는 인구의 수, 해당 정부와 지역의 대응 역량, 식량 안보와 영양, 인구의 이동 및 쉼터, 재난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긴급 구호 발령을 결정하고, 물질적인 개입은 비상사태가 발생한후 48시간에서 72시간 사이에 수행한다.

사흘이 채 못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비상사태는 대재앙을 초래한다. 2008년 미얀마에서는 사이클론으로 13만명이 사망했고 2010년 아이티에선 지진으로 23만명이 사망했다. 2009년 국제인도주의 포럼에서는 매년 자연재해로 평균 5만8000명이 사망하고, 2억2500만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문제는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보도하는 긴급 구호의 극적인 장면을 보고서야 지갑을 연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럴 정도면 이미 많은 사람이 희생을 당한 후라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습니다.”

긴급 구호 현장에서는 시간이 중요하다. 재난 사태가 발생하고 24시간은 아동의 생사를 가르는 시간이고 72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은 10% 미만으로 급감한다. 하지만 기부자들은 긴급 상황의 절박함이 아니라 미디어에 노출되는 강도에 따라 기부를 결정한다. 2004년 영국에서는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됐던 인도네시아의 쓰나미를 위해 2억원을 모금하는 데 하루가 걸렸다. 하지만 2010년 니제르의 식량 위기 대응을 위해 2억원을 모금하는 데에는 49일이 걸렸다.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은 긴급구호아동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긴급구호아동기금은 전 세계에 긴급 구호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적립하는 기금이다. 긴급구호아동기금은 긴급 구호 상황 발생 후에 시작되는 모금보다 빠르게 현장에 전달될 수 있고 더 체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리고 언론에 의해 주목받지 못하는 긴급 구호 상황에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모금하자는 메시지가 기부자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다. 기부 문화의 변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기부만이 아닙니다. 각 지역과 현장에서도 재난에 대비하는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난에 대비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이 재난에 대응하는 비용보다 훨씬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입니다.”

지금 세이브더칠드런은 동아프리카의 기근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2011년 동아프리카에서는 1300만명이나 되는 주민이 영양실조 위험에 놓였다. 강수량 부족으로 농작지가 폐허가 되었고 가축이 폐사했다. 식량과 식수 가격이 올랐고 식량 위기는 대규모 피난으로 이어졌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작년 7월 동아프리카 긴급 구호를 위해 1억달러(약1100억원)를 조성하는 모금을 시작해 지난 6개월 동안 1억800만달러(약1200억원)를 모금해 초기 대응 구호 활동을 통해서 258만명을 지원했다. 그래도 모금 목표액을 2억달러(약2200억원)로 확대해 구호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동아프리카에서 가뭄은 2010년 말에 예견되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 가축이 병들어가고 있었고 그렇다 보니 가정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각 가정이 수입이 얼마나 되고 저금을 얼마나 하는지를 잘 감지했다면 기근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구호 활동이 시작된 것은 2011년 7월입니다. 만약 이 6개월을 재난 대비를 위해 사용했다면 훨씬 효과적인 구호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겁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국제사회와 정부, 국제기구와 함께 동아프리카 구호 활동에서 얻은 교훈을 서아프리카에 적용하고 있다. 서아프리카에서도 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 무작위 조사를 해서 현장의 가정이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지, 동물은 건강한지 등 재난이 발생할 징후가 있지 않은지 관찰하고 있습니다. 6월과 7월이 추수 기간인데 이때 추수를 못 하면 곤궁기가 옵니다. 지금부터 대비를 해야 합니다.”

지금도 150명 중 한 명은 분쟁과 인권침해 등의 인재(人災)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있고 희생자의 반은 아동이다. 2030년까지 태풍과 가뭄 등의 자연재해로 고통받을 아동 수가 매년 1억7500만명이 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앞으로도 전 세계 곳곳에서 긴급 구호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기부자들과 NGO의 매너리즘이다.

“최선의 긴급 구호는 대비와 투자입니다.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부터 배워 미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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