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변화하는 국내 기업 자원봉사, 향후 10년을 말하다

기업 자원봉사 분석①… 특별좌담회

 

 삼성사회봉사단… 22년간 이어온 봉사, 인식·방법 모두 진화 중
 LG전자… 전담 조직 설립으로 전문성 강화… 참여율 3.4배 증가 
 한미글로벌… ‘착한 일’→’적합한 일’로 자원봉사 개념의 변화
 K-water… 단순 기부 넘어 봉사단 동아리 체계화, 소통도 늘려
 SK브로드밴드… 키즈교실 등 기업 역량 연결해 봉사 완성도 높여

 
국내 최초로 기업 자원봉사 조직인 삼성사회봉사단이 창단된 지 22년. 국내 기업의 자원봉사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사회공헌 3조원 시대에 발맞춰 기업의 85.7%가 사내 봉사 조직을 구축했고, 임직원은 연간 17시간 자원봉사를 할 정도로 확산됐다(기빙코리아 2015). 양적 성장만큼 질적 성장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은 기업 임직원 자원봉사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구자영 한국수자원공사(이하 K-water) 사회공헌부장, 김도영 CSR포럼 대표(SK브로드밴드 사회공헌팀장), 김민석 LG전자 CSR 부장, 윤순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이세형 따뜻한동행 부장, 조상미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나다순)가 참석했다.
 

사진_기업_CSR_자원봉사 좌담회_161025사회=국내 기업 임직원 자원봉사의 지난 10년 평가를 듣고 싶다.

김도영=질적 성장을 탐구하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기업마다 자원봉사 궐기대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었지만, 최근 동력이 떨어진 것 같다. 2009년 이후 임직원 자원봉사 참여율이 계속 줄고 있다. 단순한 사회복지 지원자 역할이 아니라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가 필요하다는 각성이 일어나고 있다.

김민석=LG전자의 가장 큰 변화는 전담 조직이 설립된 점이다. 총무, HR 등 조직별로 진행된 일회성 활동이 전담팀 구성 이후 전문화·체계화됐고 자원봉사 참여율도 3.4배 늘었다. 최근에는 본사 주도가 아니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원하는 자원봉사를 활성화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세형=한미글로벌 직원들은 입사 시 급여 1% 기부(회사가 2배 매칭 기부)와 월 1회 자원봉사를 한다는 특약을 맺는다. 지난 20년간 자원봉사를 내재화시켜왔고, 2010년엔 한미글로벌 자원봉사를 전담하는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도 설립해 전문성도 강화했다. 최근 현장에선 자원봉사의 개념이 ‘착한 일(Good Work)’에서 ‘적합한 일(Right Work)’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윤순화=기업 내부에 자원봉사 전담 조직이 생기고 자체 인력과 예산으로 실행 가능해지면서, 자원봉사 중간지원 조직이나 비영리단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꼈다. 다행히 예전에는 아동·장애인 등 대상을 돕는 ‘서비스’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사회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과 중간지원 조직 및 NGO 간 협력도 강조되는 추세다.

구자영=K-water 역시 양극화 등 사회 이슈 해결에 관심이 높다. 예전에는 지역에서 단순 기부만 하다 2006년 봉사단 동아리를 창단해 체계화했다. 지난해부터 찾아가는 워크숍을 통해 임직원 의견을 들었는데, 참여형·소통형 자원봉사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재능을 나누는 멘토링 프로그램 참여가 많고, 가족 봉사도 활발해지는 등 대내외 소통이 늘었다.

조상미=삼성사회봉사단을 시작으로 20년간 자원봉사와 사회공헌 영역을 들여다보니, 인식이 바뀐 건 확실하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작게나마 참여하며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젠 자원봉사를 통한 ‘소셜 임팩트’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가는 성찰의 시기에 이르렀다.

사회=최근 기업 자원봉사 현장에서 눈에 띄는 트렌드는 무엇인가.

김도영=기업의 역량을 자원봉사와 연결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진행하는 ‘바른 ICT 키즈교실(아동 미디어 중독 예방 프로그램)’의 경우 임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기획·법무·재무·회계·홍보 등 자신의 지식, 기술, 경험을 나누는 프로보노(probono·재능기부) 봉사 조직을 만들어 사회적기업을 컨설팅하는 직원도 늘었다.

김민석=예전엔 비즈니스와 연계된 사회공헌을 말하면 ‘순수하지 못하다’고 여겨졌는데, 최근 ‘기업의 역량과 자원을 활용한 사회공헌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 업(業)과 연계되면서 마케팅·홍보 예산까지 더해졌고, 소셜 임팩트도 커지더라. 기업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다가, 기획 단계부터 NGO와 협력하는 파트너십으로 회귀하는 트렌드도 보인다.

윤순화=전국 자원봉사센터 현황 조사를 해보니, 기업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아동과 노인에게 집중된 점은 과거와 다르지 않더라. 그러나 프로그램 내용은 확실히 달라졌다. 철강을 다루는 한 기업은 과거 노인 급식 지원 자원봉사를 하다가 최근 폐지 줍는 어르신의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자투리 철강으로 튼튼한 리어카를 만들고, 형광을 칠해 밤길을 밝히고, 브레이크 장치까지 달았다. 기업의 역량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이세형=한미글로벌은 건축주를 대신해 설계와 시공 등 건설사업 전 단계를 챙기는 CM(Co-nstruction Management) 전문 기업이다. 그렇다 보니 시설 기능 보강, 도배·장판 등 업과 연계된 자원봉사를 할 때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더라. 2년 전엔 건축사무소를 설립해 복지관 등 시설 개선 사업도 시작했고, 이를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려 한다. 은퇴한 엔지니어들로 인력도 구축했다. 소셜 임팩트를 높이기 위한 또 다른 시도다.

구자영=K-water도 적정 기술을 활용한 자원봉사를 진행한다. 대장균 검사 키트, 소독 키트 등을 직원들이 직접 개발해 개도국에 보급하고 댐 인근 주민들에게 물 관리 교육도 시킨다. 시행착오 끝에, 기획 단계부터 분야별 전문가·NGO·지자체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것도 큰 변화다.

사회=2012년을 기점으로 사회공헌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임직원의 자원봉사 참여율도 줄고 있다. 기업과 비영리단체 간의 파트너십 문제도 나온다.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김민석=임직원의 자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핵심인 것 같다. 최근 2~3년간 본사 주도형 자원봉사에서 직원 주도형 자원봉사로 바뀌었다. 2010년 기획부터 실행까지 임직원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장(場)을 열어줬는데, 1000여 명이 삼삼오오 봉사단(현 Life is Good 봉사단)을 꾸려 유기견 봉사·쿠키 베이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 회사는 평일 유급휴가와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1년에 최소 4번 봉사하라는 제한을 줬는데, 매주 자원봉사 가는 팀이 생길 정도로 적극적이다.

김도영=임직원들이 앞장서고 사회공헌팀이 뒤에서 서포트하는 형태가 바람직한 것 같다. SK브로드밴드는 사회공헌에 관심이 높은 직원들을 ‘CSR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조력자)’로 선정해 1박 2일 워크숍 및 특강을 하는 등 전문가로 양성한다. 임원, 팀장, 차장, 대리 등 직급도 다양하다. 연말 자원봉사 대상 행사에서 ‘CSR퍼실리테이터’에게 상도 준다. 경영층이 직원들의 자원봉사 및 사회공헌활동을 인정해주는 문화도 중요하다.

윤순화=강릉의 자원봉사센터는 한전이 관리하는 전봇대를 초당 두부마을 홍보판으로 활용하는 자원봉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청년 기자들이 초당마을의 음식점을 취재해 콘텐츠를 만들고, 한전은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전봇대에 붙여진 큐알(QR) 코드를 찍으면 해당 정보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한전은 기업 홍보가 되고, 지역은 관광객이 유입되니 서로 윈윈(win-win)이더라. 서로의 필요를 솔직하게 공유하고 협력 포인트를 찾아가는 파트너십이 강화돼야 한다.

이세형=한미글로벌 직원들은 40개 자원봉사 수요처 복지사들과 함께 1년치 봉사 스케줄을 미리 짠다. 내년도 자원봉사 계획안이 미리 설계되니, 경영층도 봉사 스케줄을 존중하게 되고, 직원들도 일정에 맞춰 가족과 함께하는 등 로열티가 올라간다.

조상미=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재원이 줄어든 만큼 공익 마케팅 등 타 부서와 연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임팩트를 키울 수 있다. 임직원 자원봉사 성과를 연구해보니, 봉사활동이 직원의 업무 능력과 리더십을 향상시키고 애사심과 직무 몰입도를 높이더라. 자원봉사 성과 평가 지표와 효과성에 대한 임팩트 지표가 개발돼야 한다.

※기업 자원봉사 분석② 산업군별 자원봉사 프로그램 연구조사는 11월 29일 지면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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