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최저가’ 욕심이 남을 돕는다? 무료 기부 쇼핑몰 ‘위시플렉스’

“‘욕심을 줄여라, 그러면 이웃과 나눌 수 있다’는 말이 불편했어요. 내 주머니를 비워야 누군가를 도와 줄 수 있다는데, 누가 기부를 쉽게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만들었죠. 더 많이 욕심낼수록 더 크게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을요.”

무료 기부 쇼핑몰 ‘위시플렉스’의 김태호(43) 대표가 소탈하게 사업 시작 배경을 말했다.

위시플렉스 쇼핑몰에서는 장바구니 10개를 채우기만 하면 기부금 500원이 주어진다. 이용자는 이 돈으로 홈페이지에 소개된 다양한 자선 프로젝트에 후원할 수 있다. 자기 돈 들이지 않고 무료 기부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깜짝 선물’은 또 있다.  매주 추첨을 통해 장바구니에 담긴 물품을 10%에서 90%까지 할인해주는 것. 이는 기부의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다. 김 대표는 “초반엔 자선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이들이 기부금을 얻기 위해 장바구니를 되는 대로 채우다 점점 할인 기회를 겨냥해 진짜 사고 싶은 물품을 담기 시작하더라”고 했다. 덕분에 특정 프로젝트만 후원하러 왔다가 물건 구매를 계속 이어가면서 다른 프로젝트들의 후원에도 참여, 나눔을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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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플렉스 쇼핑몰 모습./위시플렉스 제공

덕분에 1달에 신규 가입자 수는 천여 명, 월 평균 후원금 규모도 4~500만원이나 된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과 기부금은 유기 동물들을 치료하고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저소득 가정 등 취약계층을 돕는데 쓰이고 있다. 김 대표는 “나눔도 경험을 통해 배운다”며 “기부에 관심 없어도 이렇게 한두 번 하다 보면 자신이 발 담근 이슈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쇼핑몰에 오래 머물다보니, 물품 판매 기업들에게도 위시플렉스는 좋은 마케팅 창구다. 덕분에 현재 쇼핑몰에 등록된 브랜드 수는 800개, 상품은 1500개가량 된다. 특히 아무리 홍보해도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 신생 브랜드들은 위시플렉스로 유입되는 자선 프로젝트 지지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름을 알릴 수 있다. 이런 홍보효과만큼 기업은 쇼핑몰 이용자가 물품을 클릭하고 장바구니에 담을 때마다 일정 금액을 기부,  고객에게 기부 종자돈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무역학을 전공한 김 대표가 소비자와 기업이 가진 욕구의 점점을 찾고, 이를 나눔과 수익의 동력으로 삼은 건 위시플렉스가 처음이 아니다. 

2012년 페이스북이 떠오를 때 김 대표는 후원기업의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부금 500원을 주는 방식으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했다. 당시 기업이 1명의 구독자를 끌어오는 데 드는 비용이 평균 700원이었으니  200원씩 아끼면서 이미지 재고를 할 수 있었고, 후원자 입장에선 페이스북에 ‘좋아요’만 눌러도 간편하게 기부금을 얻었다. 이 모델로 누적 회원 수 14만 명을 모았고. 실제 사용자 수는 월 6만 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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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플렉스를 소개하는 김태호 위시플렉스 대표 /위시플렉스 제공

점차 페이스북 정책 변화로 구독자 가치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위시플렉스 모델로 전환한 김 대표는 “단순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철저히 산업적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하면서 선한 마음을 에너지 삼아 수익을 내보자는 게 변함없는 목표”라고 했다. 이어 “위시플렉스로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형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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