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공익, 직업의 세계] NGO와 단체 사이에 다리 놓는 ‘펀드레이저’ 이야기 ④

앰네스티_공익직업의세계_글로벌NGO_비영리단체_회원_이은영팀장_2015-09-10 12.30.04

여러 글로벌NGO 중에서도 앰네스티의 모금은 조금 더 특별하다. 시민 개개인의 후원이 전체 모금액의 9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비영리 영역이 성장하면서 펀드레이저(Fundrazer·모금활동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 앰네스티의 모금활동가는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까. 이은영(36·사진) 앰네스티 모금회원커뮤니케이션팀장을 율곡로에 위치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 만났다. 앰네스티는 1961년 설립된 인권단체로 지난 50여 년간 고문·사형·인권탄압에 맞서왔으며, 현재 전세계 700만명의 이상의 회원 및 지지자와 함께 활동 중이다.

-앰네스티는 어떤 조직인가.

“일반적으로 NGO라고 하면 아이들을 돕고, 빈곤한 세대를 돕는 기관을 많이 생각한다. 앰네스티는 같은 NGO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인권옹호와 로비(Lobby∙막후교섭)활동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최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벌어진 경찰의 민간인 사살 문제를 두고 정부 당국과 책임자에게 해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발송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로비’의 어감이 부정적이지만, 해외에선 매우 자연스러운 옹호활동의 일부다.”

-어떻게 앰네스티에서 일하게 됐나.

“앞서 복지재단의 사회복지사로 근무했었다. 그러다 아동복지전문 NGO의 모금담당자로 일하게 됐고, 10년 만에 앰네스티로 직장을 옮겼다. 모금전문가는 후원금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곳에서만 즐겁게 일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앰네스티에서의 하루하루가 참 행복하다. 이직을 하고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은 비영리영역에서 나름 발을 넓혀왔다고 생각했는데 앰네스티에서 만난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NGO와 옹호활동을 하는 NGO 사이에 교집합이 너무 없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아니겠나.”

앰네스티_공익직업의세계_글로벌NGO_비영리단체_회원_이은영팀장_P20150327_140340249_B2ACD423-D9BA-4019-B970-AEC80CD59E36

-모금활동가란 정확히 어떤 직업인가.

“모금가는 돈을 좇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본질적으로 사람과 가치를 좇는 직업이다. 비영리단체에서 복지사업과 구호활동, 캠페인을 펼치는 현장활동가가 한 축이라면, 조직과 사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떠받치는 모금활동가가 나머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앰네스티의 모금회원커뮤니케이션팀은 어떻게 구성돼있나.

“먼저 잠재적 회원들에게 우리의 활동을 알리고, 동참하도록 이끄는 파트(개발)가 하나 있다. 다른 파트 하나는 기존 회원들과 주기적으로 소통하는 파트(커뮤니케이션)다. 인원은 나를 포함해 총 다섯 명이다. 이슈(홍보)팀과의 협업도 잦다. 이 밖에도 캠페인이나 사업이 새로 생길 때마다 각 팀의 담당자로 구성된 TF(Task Force)가 차려진다.”

-다른 단체에서도 모금담당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데, 앰네스티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지부에는 후원회원과 운영회원이 있다. 후원회원은 단체의 활동에 대해 기부를 하고, 운영회원은 기부금 영수증을 받지 않는 연회비를 통해 단체의 운영을 지원한다. 활동방향 수립, 이사회 선출 등은 정기총회를 통해 운영회원의 투표를 거쳐 결정한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도 설치하고, 정족수도 맞춘다. 보통선거 원칙에 따라 이사장도 일반회원도 모두 공정하게 1표를 갖는다. 현재 한국지부의 운영회원은 180여명 정도로 지난해에 비해 2배가량 성장했다. 정부지원금 없이 회원 후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원리원칙에 따라 인권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이다.

-모금활동가라는 직업의 가장 힘든 점과 가장 매력적인 점은 무엇인가.

“사람을 찾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상처도 사람에게 받고 치유도 사람에게 받는다. 특히 비영리에 대한 시각이 틀어져 있는 분들을 대할 때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런 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앰네스티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회원으로 만들었을 때 활동가로서 느끼는 희열이 크다. 정확한 가치관을 갖고 기부를 하는 분들과 함께 할 때면 과정이 힘들다. 커뮤니케이션도 촘촘하게 해야 하고, 조율할 것도 많다. 투명성을 입증하기 위한 절차도 까다롭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앰네스티_공익직업의세계_글로벌NGO_비영리단체_회원_이은영팀장_ERN_6457

-기억에 남는 회원이 있나.

“사형수 교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80대 여자 회원분이 있다. 인터뷰를 했었는데, ‘앞으로 내가 (죽고) 없어도, 나와 같은 일을 앰네스티가 계속 해줄거란 믿음이 있기에 괜찮다’고 하시더라. 그 믿음이 너무 감사했다. 사람은 수명이 있지만, 단체는 연대하는 이들이 있다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 주말에 어려운 시간을 내서 가족과 함께 찾아오는 회원들을 만나면, 연대의식이 느껴진다. 보통 비영리단체에서 행사 한 번 하면 사진 찍고 가기 바쁜데 앰네스티는 이런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다보니 총회가 항상 열띠다.”

-앰네스티의 모금활동가로서 가장 큰 고민이 뭔가.

“앰네스티는 회원 한 명 한 명이 인권옹호를 위한 서포터(지지자)이자 원동력이다. 하지만 그 중 일부는 당연히 적극적인 개입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도 있다. ‘앰네스티를 지지하지만, 인권이라는 영역이 너무 어렵다’ 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며 다른 의견을 내는 분들도 있다. 회원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한편 그들의 이해를 돕는 것, 단체와 회원 사이를 조정하는 것이 요즘의 가장 큰 고민이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