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호수에 떨어진 물방울처럼…우간다에 축구가 가져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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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공휴일로 지정된 라마단(Ramadanㆍ이슬람 교리에 따른 금식 기간)의 마지막 날. 한산해야 할 은예로 초등학교가 100명에 가까운 인파로 북적였다.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에 출전하는 우간다 대표팀과 인근 모리타(Moruita) 지역 어린이 축구팀의 친선경기가 열렸기 때문. 모리타 지역 아이들은 원정경기를 치르는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 위해 1시간 넘게 걸어서 이곳에 왔다.

응원 열기가 아프리카의 태양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무렵, 경기가 시작됐다. 전반전은 빨간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희망월드컵 팀의 우세였다. 큰 키의 조셉(Joseohㆍ17)은 빠르게 파고드는 상대편 공격수의 뒤를 철저히 마크했다. 여성 플레이어인 아포(Apooㆍ14)의 블로킹은 또래 선수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오팀(Otimㆍ14)은 빠른 스피드로 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나 상대를 위협했다. 상대의 골문 앞에서 몇 번이나 아슬아슬한 찬스가 날아가고, 숨 막히는 전반전이 0대0으로 종료됐다. 지난 4개월간 아이들의 훈련을 맡아온 코치 오첸(Ochenㆍ22)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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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루스(Lazarus·14), 골문 앞에서 날아오는 공을 쫓아갈 땐 꼭 ‘마이볼(My ball)’이라고 외쳐. 그래야 수비수와 동선이 꼬이지 않으니까. 조셉! 그라운드 안에선 더 크게 이야기해야지. 너는 캡틴이니까 뒤에서 누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수비라인이 부실한지 팀원들에게 계속 이야기를 해줘야 해. 지미(Jimmy·12)는 상대 팀이 크다고 해서 움츠러들지 마. 우리 팀에는 너처럼 야성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꼭 필요해. 그리고 오파사(Opasa·13), 넌 우리 팀의 스트라이커잖니. 네가 골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뛰어야 해. 알았지?”

팽팽했던 전반전과 다르게 후반전이 시작되고 골은 희망월드컵팀 진영을 맴돌았다. 재정비를 마친 모리타 팀의 공세가 매섭게 이어졌다. 몇 번이나 상대의 슛이 골문을 통과할 뻔했지만, 그때마다 골키퍼 라자루스의 거미손에 막혀 겨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결국 승패는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다섯 번의 슈팅마저 2대2로 동점이 된 상황. 희망월드컵 팀의 일곱 번째 주자로 샘(Smauelㆍ13)이 골문 앞에 섰다. 운동장이 쥐 죽은 듯 고요해지고, 입술을 꼭 깨문 샘의 슛이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이야아아!!!!!!” 일곱 번의 승부차기 끝에 터진 값진 골이었다. 경기는 희망월드컵 팀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제대로 된 축구화 한 켤레 없이 치열한 경기를 펼친 모리타 팀에도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호수에 떨어진 물방울처럼…아이와 지역사회 바꾸는 ‘희망월드컵’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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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대표팀의 여성 스트라이커 몰리(사진 오른쪽)는 희망월드컵 팀 합류를 계기로 4년만에 엄마를 다시 만났다. 알코올 중독으로 가정을 소홀히 하던 아버지는 “내 딸에게 이런 재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며 몰리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쿠미=권보람 더나은미래 기자

“축구를 처음 한 건 다섯 살 때였어요. 친구들이랑 비닐을 둘둘 말아서 만든 공을 차면서 놀았죠. 규칙도,방법도 몰랐지만 행복했어요. 지금은 그때랑 다르게 함께 뛰어줄 팀도 있고, 유니폼과 축구화도 있어요.이렇게 연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알렉시스 산체스(Alexis Sanchezㆍ아스날FC)처럼 멋진 축구 선수가 되면, 꼭 고향으로 돌아와서 이곳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줄 거예요.”

수도 캄팔라(Kampala)에서 차로 8시간. 이곳 쿠미(Kumi) 지역에 기아대책 희망월드컵 소식이 전해진 이후 시작된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에게 ‘축구’라는 미래가 생겼다는 것이다. 희망월드컵 팀 주장으로 활약 중인 조셉 역시 팀에 합류한 이후, 프로 축구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셉은 아버지의 교통사고 이후, 이모 집으로 보내져 가축 키우는 일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한 살이 된 후에야 겨우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학교에 들어간 조셉에게 스포츠 선수가 된다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명현 기아대책봉사단(이하 기대봉사단)은 “조셉의 꿈이 희망월드컵을 통해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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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미 지역 아이들 대부분이 학비 등의 문제로 중등학교(Secondary school)에 진학하지 못해요. 하지만 훈련을 통해 스포츠 특기생이 되면, 도시의 후원자에게 장학금을 지원받고 캄팔라로 유학도 갈 수 있죠.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자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희망월드컵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이 기대봉사단은 쿠미지역 공립 및 사립 학교에 정식 축구부 개설을 지원하고, ‘쿠미 유소년 풋볼리그’를 기획했다. 16일 각 학교 스포츠 담당 교사의 1박2일 훈련이 진행 됐으며, 7월 말 지역별 조별 예선이 예정돼있다. 기아대책 쿠미 사무소는 앞서 2011년, 3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네트볼(농구와 비슷한 스포츠) 갈라’를 ‘기아대책 컵’이란 이름의 지역 종합 구기 리그로 키워낸 전력이 있다. 이 리그를 통해서만 무려 13명의 아이들이 스포츠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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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초등학교 친선 경기에서 시작된 ‘기아대책 컵’은 올해부터 우간다배구협회로 이관돼 2021년까지 협회 주관으로 운영됩니다. 좀 더 많은 아이들이 프로팀의 눈에 띄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거죠. ‘기아대책 컵’ 처럼 쿠미 풋볼리그 역시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입니다. ‘희망월드컵’은 절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에요. 캄팔라는커녕 마을 밖조차 나가본 적 없는 사람이 대다수인 이곳에서, 비행기로 15시간이 넘는 거리를 날아가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아이들과 지역에 엄청난 동기부여가 됩니다.”
 
한편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에는 한국을 포함한 필리핀, 말라위, 인도, 케냐, 페루, 우간다, 베트남,네팔, 브라질 등 10개국의 기아대책 CDP(Child Development Program·어린이개발사업) 결연 아동110명이 참가한다. 각 국가별로 9명의 주전 선수(여아 3인 이상 포함)와 2명의 와일드카드가 한 팀을 이룬다. 개막식은 9월 6일 SK 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된다. 개막식 관람을 비롯해 보다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www.hopeworldcup.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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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에 후원과 응원을 보내주세요.
후원계좌: KEB하나은행 353-933047-45937 (사)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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