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튀르키예 지진피해 1년, 아이들이 웃었다

지진 발생 10개월, 임시학교 짓고 커뮤니티 복원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하타이 지역 어린이들이 학교 수업에서 그린 태극기 그림을 내보이고 있다. /기아대책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하타이 지역 어린이들이 학교 수업에서 그린 태극기 그림을 내보이고 있다. /기아대책

올 초 대규모 지진이 덮친 튀르키예 하타이주. 무너져 내린 건물의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는 복구 작업은 한창이지만, 조립식 건물이 들어서고 학교도 생기면서 마을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텐트에 머물던 주민들이 임시 컨테이너로 이주하면서 일상은 빠르게 회복 중이다.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지난 9월부터 교육 시스템이 정상화되면서 학교에 나가 또래 친구들과 모여 수업을 듣는다.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 어른들은 튀르키예 문화이기도 한 차(茶) 마시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여유도 생겼다.

하타이 지역은 10개월 전만 해도 잿빛이 가득했다. 지난 2월 6일 오전 4시 17분(현지 시각) 규모 7.8의 대지진이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 인근을 강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시간 뒤 규모 7.5의 지진이 인근 지역인 카라만마라슈에서도 발생했다. 이른 새벽에 발생한 지진은 주민들을 그대로 덮쳤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에 따르면 강진 발생 이후 5만783명이 사망했고, 건물 17만3000채가 붕괴하거나 심하게 파손됐다.

재난 지원은 초기 복구부터 일상 회복까지 통합적으로 관리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일이다. 지진 발생 3일째 구호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이재민 규모를 조사했다. 튀르키예 하타이주에 머물렀던 박한나 기아대책 간사는 “두 차례 큰 지진과 잦은 여진으로 건물 대부분이 무너지거나 금이 가 있는 상태였다”며 “재산을 잃어 갈 곳이 없어진 주민들은 임시 텐트촌에 모여 생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지역 주민들의 식사와 위생 문제를 해결하면서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고, 안전한 학습 공간 마련을 위해 임시 학교도 지었다. 식량 문제부터 인프라 재건, 교육·심리까지 포괄하는 통합 지원 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300만달러(약 39억원) 규모로 내년 2월까지 총 10개월간 진행된다. 기아대책은 이번 지원 사업을 통해 이재민 약 1만8000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구호 물품 구성도 이재민 의견 반영

지진 피해 중 해결이 가장 시급한 것은 식량 문제다. 하타이주는 튀르키예 농산물 생산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두 차례의 큰 지진이 하타이 지역을 타격하자 현지 농산물 생산·저장·운송 체계가 전부 마비됐다. 지역의 마트와 시장은 무너졌고, 도로마저 통제돼 외부로 식량을 구하러 나갈 수도 없었다.

재난 초기 이재민에게 4인 가족 기준으로 3주 분량의 식량 키트가 제공됐다. 이 밖에 베이비샴푸나 물티슈 등 아기용품으로 구성된 모성 키트, 여성용 속옷과 생리대를 담은 존엄 키트, 청소년들의 교육을 돕기 위한 교육 키트 등으로 세분화된 구호 키트도 마련됐다. 물품 배분 작업은 현지 긴급 구호 전문 단체인 ‘퍼스트호프협회(First Hope Association)’와 호흡을 맞췄다. 로컬 NGO는 하타이주 캠프 리더들과 미팅을 주선했고, 상대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이재민 캠프 27곳을 선정했다. 내년 2월까지 식량 키트 3만개, 위생 키트 3만2100개를 배분할 예정이다.

키트 구성에는 해당 주민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주민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고충 사항과 필요한 물품을 입력할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의견을 받았고 주민 1824명이 응답했다. 요청 물품으로는 아동 물품이 전체의 28%(519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방한용품이 13%(250명)로 뒤를 이었다. 기아대책은 주민 의견을 반영해 아동용 기저귀 2000개를 지원하고 아동 1000명분의 방한용품도 마련했다. 또 한파를 대비해 담요와 전기 담요, 점퍼 등 필수 방한용품 2000명분을 제공할 예정이다.

박한나 간사는 “이재민은 행여나 지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불편한 점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기아대책은 ‘이재민에 대한 책무성(Accountability to Affected People·AAP)’을 지키고 이재민도 능동적인 주체로 지원 현장에 참여시키기 위해 QR코드를 통해 의견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기아대책이 튀르키예 하타이주에 770㎡ 규모로 마련한 임시 학교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기아대책
기아대책이 튀르키예 하타이주에 770㎡ 규모로 마련한 임시 학교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기아대책

임시 학교 중심으로 커뮤니티 형성

지진 피해는 아동 교육도 마비시켰다. 학교 건물이 대부분 파괴되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 탓이다. 박한나 간사는 “지난 3월 학교 시설 점검을 나갔는데 거의 모든 건물이 붕괴 위험으로 출입 금지된 상태였다”며 “한 텐트에 50~60명의 아이가 모여 어두운 조명 아래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타이주 당국 조사에 따르면, 지진 피해로 철거가 필요한 학교는 576개로 파악됐다. 또 부분 파손으로 보수가 필요한 학교는 2864개에 이른다. 특히 지진 이후 교사들이 인근 지역으로 이주해 학생들의 교육 접근성은 더욱 낮아졌다. 이재민들이 임시 정착촌으로 한데 모이면서 학생 수는 늘고 교사는 줄어든 상황이었다.

기아대책은 교육 시스템 복구를 위해 우선 임시 학교를 구축했다. 임시 학교는 약 770㎡ 규모로 교실 4개, 장애 학생 교육실, 상담실, 교무실, 교장·교감실 등으로 구성됐다. 실습 활동이 많은 튀르키예 교육과정을 고려해 실습실 4개도 마련했다. 교육 인력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교사 숙소도 조성했다. 기아대책은 임시 학교 옆 부지에 교사용 컨테이너 숙소 10동을 제공했다. 임시 학교에 수용 가능한 학생은 180명 수준이다. 또 학생들에게 필요한 책걸상과 서랍장 등 기자재도 모두 지원했다.

이 외에도 지역 교육 안정화를 위해 몹산 지역 등 캠프 3곳을 대상으로 유치원도 운영 중이다. 캠프에 컨테이너형 유치원을 설치해 유아 도서와 책장, 매트 등 기자재를 지원했다. 또 현지 파트너 단체에서 훈련받은 유치원 교사를 파견해 4~6세 아동 70명을 대상으로 심리 정서 안정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박한나 기아대책 간사는 “튀르키예 하타이 지역의 인프라 복구는 많이 진행되면서 마을 공동체도 다시 만들어지는 중”이라며 “정기적인 학부모 모임이나 주민 모임이 뚜렷하게 관찰될 정도로 회복된 건 아니지만 서로 어려움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종범 기아대책 국제사업본부장은 “현재 진행 중인 조기 복구 사업뿐 아니라 튀르키예 정부와 협력해 장기 재건 사업까지 수행해 이재민들의 일상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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