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그 많던 음식은 어디로 갔을까

전 세계 인구 9명 중 1명, 제때 끼니를 떼우지 못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의 수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요즘에도 영양실조는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제학자 맬서스의 말처럼 식량에 비해 인구가 너무 많아서 일까요? 하지만 식량농업기구(FAO)는 이와는 전혀 다른 답을 내 놓았습니다.

‘음식이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음식이 버려지고 있기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요? 매년 생산되는 식량 40억 톤, 그 중에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은 무려 13억 톤에 달합니다. 이는 3.2km의 너비에 2,400m 높이의 산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양입니다. 높다고 하는 백두산이 해발 2,744m라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되실 겁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과일과 채소의 45%, 해산물의 35%, 곡물의 30%, 유제품의 20%, 고기의 20%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많게는 생산량의 절반에 가깝게, 적게는 1/5의 음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보니따_외부필진_공정한수다_그래픽_그림 1_연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양 보니따_외부필진_공정한수다_그래픽_그림 2_품목별 음식물 쓰레기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버려지는지 알아볼까요?

보니따_외부필진_공정한수다_그래픽_그림 3_연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양

위 그림은 지역 별로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양을 인구수로 나눈 수치입니다. 적게는 125kg에서 많게는 295kg까지, 엄청난 양의 음식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살펴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일이지만 생활 수준에 따라 버려지는 단계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풍요롭지 않은 나라에서 식량의 절대치는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버려집니다. 보관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소비자의 손에 닫기도 전에 식량이 상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반면 비교적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는 나라에서는 식품의 절반 이상이 소비자의 손에서 버려집니다. 다시 말해, 선진국에서는 매년 먹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음식이 쓰레기통에 던져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의 70%가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버려진 것이라고 하니 우리도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이대로 두면 지구가 위험하다

음식을 버리면 안 되는 이유, 누구나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단지 배가 고픈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식량을 나눠주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이대로 두면 지구가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버려지는 식량 13억 톤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웬만한 국가들이 배출하는 양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순위를 매기자면 세계 경제 대국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냅니다. 물 사용량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정도의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인도와 중국이 농업용 용수로 사용하는 양보다 더 많은 물이 필요합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도 부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만 연간 500만 톤이 넘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 드는 비용만 8,000억 원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두가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셈입니다.

보니따_외부필진_공정한수다_그래픽_그림 4_좋은 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물의 양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팔다 남은 식품, 더 이상 버릴 수 없습니다
올해 초 프랑스에서 의미 있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바로, 팔다 남은 식품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법입니다. 매년 발생되는 710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보고자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 부친 결과, 프랑스 마트에서 발행하는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들 전망입니다. 만약 마트에서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버려져 적발될 경우, 벌금 또는 징역형에 처해진다고 합니다. 프랑스 마트가 기부하는 식품이 15%만 더 늘어도 매년 1,000만 명이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이 법으로 수 백만 명의 사람들이 끼니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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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먹다, 푸드 뱅크
한 쪽에서는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너무 적어서 걱정인 세상, 음식 불균형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있습니다. 생산이나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남는 먹거리를 기부 받아 결식아동이나 독거노인, 무료 급식소 등에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는 푸드뱅크 입니다. ‘제2의 수확’이라고 부르며 시작된 이 사업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1997년 경제 위기를 기점으로 푸드뱅크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앱으로 남은 음식 공유 하세요
피자를 주문했는데 2조각 정도 남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 적 있으신가요? 먹기에는 너무 배가 부르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그렇다고 냉장고에 넣어놔도 며칠 후 다시 쓰레기통으로 향할 것 같은 경험, 누구나 있으실 겁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미국에서는 스마트 폰 앱 ‘레프트오버스왑(Leftoverswap)’가 개발됐습니다. 이 앱을 통해 음식이 남아서 걱정인 사람과 먹을 음식이 필요한 사람의 고민이 한 번에 해결됐다고 합니다. 여분의 음식이 있는 사람은 음식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고, 음식이 필요한 사람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을 검색해 음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처음 이 앱이 출시 되었을 때만해도 ‘충격적이다, 어떻게 남이 남긴 음식을 먹느냐라며’ 놀란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많았지만, 점차 동참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 지금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넘어 유럽까지 확산돼 10,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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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푸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아끼는 것
좋을 일을 한다고 하면, 뭔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것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든다면 어떤 효과가 생길까요? 전 세계 음식물 쓰레기가 25%만 줄어들어도 영양실조에 걸린 7억 9,500만 명의 사람들의 배를 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4인 가족이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20%만 줄여도 소나무 30그루를 심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비영리단체 보니따(BONITA)는 ‘좋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자(Bon Idea To Action)’라는 뜻으로, 세계시민교육, 캠페인, 개발협력 프로젝트,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모두에게 이로운 세계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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