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2일(수)

좋아요 받는 방법, 한 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페이스북’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비영리단체

각 단체 대표할 만한 콘셉트 설정하고 시각화·재미 요소로 공감 이끌어 낼 수 있어

올해 2분기 기준 월 활동 사용자 14억9000만명. 페이스북은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의 소중한 창구다. 2015년 상반기에 가장 ‘핫’했던 비영리단체 페이스북은 어디일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디지털 마케팅기업 유엑스코리아와 함께 2015년 1월부터 9월까지 상위 10대 비영리단체(NPO)의 페이스북을 비교·분석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분석 서비스 빅풋(http://bigfoot9.com)을 통해 이뤄진 이번 분석에서,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국경없는의사회 ▲해비타트 ▲유니세프 ▲기아대책 ▲헌혈(대한적십자사혈액관리본부) ▲책읽는지하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이 좋아요(팬) 수에서 10위 안에 들었다.(※캠페인 페이지, 미등록 단체, 기업 관련 재단은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4월 30일부터), 책읽는지하철(5월 21일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6월 9일부터)은 데이터 집계 시작일이 타 단체보다 늦었다.)

◇헌혈, 캐릭터로 소통 늘려… 월드비전, 사진 콘텐츠 ‘좋아요’

굿네이버스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팬 수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23만7507명)를 차지했다. 굿네이버스의 월평균 게시물 건수는 37.89건으로, 시기에 맞는 콘텐츠를 빠르고 적절하게 생산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에 굿네이버스는 가장 빠르게 추모 콘텐츠를 게재해 반응을 끌었다. 공익에 아직 관심이 없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연성 콘텐츠를 많이 올리는 것도 눈에 띈다. 굿네이버스 댓글 상위 1~5위 게시물은 낱말찾기, 한글 초성을 활용한 댓글놀이 등 흥미를 자극하면서도 기부, 봉사, 공유 등의 키워드를 암시하는 콘텐츠다. 노재옥 굿네이버스 홍보팀 과장은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캘린더 이슈도 굿네이버스 활동과 접목해 콘텐츠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가장 빠르게 팬을 늘린 단체는 국경없는의사회다. 1월 31일 기준, 5만7070명이던 팬은 9개월 새 60% 이상 증가한 9만1825명으로 늘었다. 최정혜 국경없는의사회 디지털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전 세계 28개국에 흩어져있는 사무소가 1년에 한 번 디지털 관련 모임을 가질 정도로 SNS에 대한 내부 관심이 높은 편”이라면서 “약 2000여 명에 달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온라인 서포터스가 페이스북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가장 많은 콘텐츠를 게재하는 곳은 헌혈-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월평균 49.78건)로 나타났다. 포스트당 평균 댓글 수도 30.68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초희 혈액관리본부 헌혈진흥팀 대리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팬이 많지 않았는데, 대표 캐릭터인 ‘나눔이’가 적극 활용된 이후 소통이 활발해졌다”고 자체 평가했다.

월드비전은 포스트당 평균 좋아요 수(703.29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페이스북에 최적화된 카드뉴스형 게시물과 현장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 포토게시물이 전체의 88.2%를 차지해 눈에 띄었다.

미상_그래픽_NPO_비영리단체페이스북페이지팬TOP10_2015가장 많은 공유를 이끌어낸 단체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 포스트당 평균 45.46건의 공유가 이뤄졌다. 모금이나 후원에 관련된 포스트는 후원팀이, 단체 브랜딩과 질적 관리는 홍보팀이 담당한다. 이정현 유니세프 후원본부1팀 팀장은 “유니세프의 모든 팀이 후원자와 소통을 원할 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 유니세프의 다양한 모습을 알고 싶어 한다”면서 “여러 팀이 함께 페이스북을 운영하면 그만큼 시너지가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비영리 페이스북, 코어 콘셉트(Core Concept) 설정하고 오프라인·기존 자원 활용해야

“로고를 가리면 똑같아 보이는 콘텐츠가 고민입니다.”(A단체 페이스북 담당자)

비영리단체 페이스북 담당자들의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일까. 질문에 응답한 단체의 절반 이상이 ‘차별성’ ‘방향성’ ‘말투와 태도(Tone & Manner)’ 등 콘텐츠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전문가들은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답을 내놨다.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수백 개 상품을 다루는 기업이 대표 상품 한 개를 정하는 것처럼, 비영리단체도 각자의 ‘코어 콘셉트(Core Concept)’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 권리 보호’가 목적이면, 어떤 아동의 무슨 권리를 어떤 방법으로 보호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라는 지적이다.

표현의 구체성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 소장은 “‘OECD 자살률 1위’ 대신 ‘매일 한 반(班)이 자살로 사라지는 나라’라고 표현하면 더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문제를 그릴 수 있다”면서 “시각화가 쉽고 공감을 얻어낼 만한 표현을 고민하라”고 말했다.

SNS를 활용한 캠페인이 힘을 받으려면 ‘흥미’와 ‘오프라인’ 두 가지 요소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공득일 크리에이팁 대표는 미국 전역 리바이스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찍어 SNS에 공유, 기부 참여를 유도했던 ‘워터탱크 캠페인’을 성공적 사례로 꼽으면서 “사용자의 재미와 공유 욕구를 자극할 만한 온·오프라인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족한 자원으로 급변하는 SNS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고민에 대해 박일준 한국갈등관리본부 대표는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를 적극 활용하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비영리단체의 기존 네트워크 자산을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적극 활용하면,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동현 스트래티지샐러드 부사장은 “페이스북 활동에 참여하는 ‘우리 단체의 팬’에게 소속감을 줘야 한다”면서 “팬이 ‘나는 B비영리단체의 친구야’라고 자발적으로 인증·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갖춰진다면, 페이스북 운영 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보람 기자

강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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