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더나은미래 논단] 100년간 끄떡없는 기업 되고 싶다면

더나은미래 논단

이윤석·InnoCSR 그룹 CEO 인하대 지속가능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이윤석·InnoCSR 그룹 CEO 인하대 지속가능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아시아는 지난 20년간 중국의 눈부신 발전을 필두로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시장이 되었다. 한·중·일 세 나라의 경제 규모를 합쳐보면 전 세계 경제 규모의 20% 이상으로 미국·EU와 맞먹는다. 한·중·일 FTA에 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박근혜 정부 이후 중국과의 FTA는 최우선적으로 체결돼 국회 비준만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지속적인 성장과 국제적 동반 협력 관계 뒤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세계무대에서 일본·중국의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필자의 클라이언트 중에는 일본 대기업인 H사가 있다. 전기전자 산업에 종사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못 잊고 후발 주자로 계속 밀려나던 이 기업이 지난 몇 년 동안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바꾸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기전자 산업의 경험을 최대한 살리면서 물과 에너지, 환경 등과 같은 미래의 먹거리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었다. 통상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다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베 노믹스의 힘으로 정책적 탄력을 받은 일본 기업들은 최단시간 내에 체질 개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결국 아베 노믹스의 가장 큰 효과는 일본 기업들에 시간을 벌어주고, 체질 개선을 시킨 점이다.

반면 중국은 세계 금융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며 여러 가지 모델들을 테스트하는 중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자국 기업의 스피드가 너무 빠르다 싶으면 큰 내수 시장과 막강한 외교력을 바탕으로 환율까지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추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스피드가 너무 느리다 싶으면 시장을 빠르게 개방하여 새로운 자금을 유입시킨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여러 리스크들에 대한 진단을 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회사의 투명성, 노동시장의 유연성, 예정되어 있는 국영 기업들의 합병과 개혁 등은 중국이 지속적으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있는 증거이다.

중국의 기술력 차이는 계속 좁아지고 있는 반면 내수 시장은 늘어나는 신흥 중산층들이 성장시키고 있다. 지금 당장은 고성장에 의한 부작용 때문에 조금 삐걱거릴는지 몰라도 이는 앞으로 분명 개선될 것이다. 체질이 개선된 일본 회사들은 새로운 전략과 늘어난 현금 보유액으로 해외 M&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출격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눈에 띄게 뒤처지고 있다. 로봇이 사람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노사 간의 갈등이 회사의 근본적인 골칫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취업 문제가 심각한데, 젊은 층들은 중소기업을 회피한다. 중소기업들이 인재난을 겪은 지는 벌써 수년째다. 국가와 정치인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들을 쏟아내고 과거의 정책들은 덮어버린다. 재벌 그룹들의 지배 구조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며, 부패와 투명성은 후진국 수준이다.

100년 이상 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업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이들을 이해하며, 책임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그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중국·일본 기업들처럼 빠르게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정·관·재계가 합심하여 기업의 체질 개선에 큰 그림을 그리고, 기업들이 빠르게 이를 수용하면서 바뀌어야 한다.

눈치 볼 시간이 없다. 그러다가는 뒤처지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주 강한 근성과 응집력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이를 토대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바뀐 나라다. 우리 기업들도 마찬가지 근성을 가졌고, 이에 필자는 우리 기업들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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