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한 잔의 음료로 전 세계인 이어주는 역할 하고 싶어”

청년 소셜벤처 ‘베브릿지’
세계 각국 음료로 내외국인 사로잡아… 유학생 교류 프로그램 진행하기도

대학생 경제봉사 동아리인 인액터스(INACTUS), 사회적기업 연구 대학연합동아리 센(SEN) 등 창업과 관련한 대학생 동아리의 인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동아리 회원들이 아예 실제 창업에 나서기도 한다. 한국외국어대 창업동아리 ‘허브’도 비슷하다. ‘음료로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되겠다’며 소셜벤처 ‘베브릿지(BE:BRIDGE)’를 만든 이들의 이색 실험은 과연 성공할까. 편집자 주


지난달 한국외대 인근에 오픈한 베브릿지 2호점에서 한 외국인 유학생이 주문을 하고 있다. /베브릿지 제공
지난달 한국외대 인근에 오픈한 베브릿지 2호점에서 한 외국인 유학생이 주문을 하고 있다. /베브릿지 제공

“첫 시도는 대실패였어요. 1층에 이미 큰 카페가 있는 데다, 동아리방이 건물 3층에 있어 ‘뜨내기’ 손님조차 없었죠.”

한국외대 창업동아리 ‘허브’ 회장이었던 조현우(26·한국외대 4년) 대표가 공정무역커피 카페를 처음 연 건 지난 2012년 봄. 개강에 맞춰 4평짜리 동아리방을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꾸몄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여름방학도 되기 전에 문을 닫았다. 방학 동안에는 2가지 고민만 했다고 한다. ‘잘할 수 있는 것’과 ‘수요가 많은 것’. 그리고 찾아낸 아이템이 바로 외국 음료였다.

“학교 특성상 외국 친구들이 많잖아요. 이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가, 한국 친구들은 타국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는 걸 깨달았죠.”

처음엔 외국인 학우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무작정 음료를 추천받았다. 이중 ‘통할 만한 것’을 추리고, 레시피를 다듬는 과정이 방학 내내 되풀이됐다. 방학이 끝날 때쯤 8개의 메뉴가 완성됐다. 대만의 버블티 ‘쩐쭈나이차’, 인도네시아의 홍차 ‘떼마니스’ 같은 것들이다. 2학기 개강과 동시에 선보였는데, 결과가 놀라웠다. 첫날 100잔이 넘게 팔려나갔고, 사람들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늘었다. “칠레 전통음료 ‘콜라데모노(Cola de Mono)’는 ‘원숭이 꼬리’라는 뜻이에요. 칠레 친구가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죠. ‘외국’을 공부하러 모인 학생들에겐 우리 음료가 하나의 문화이며 공부였던 셈이죠.”

1년간의 성업. 이후 조씨는 음료를 팔아 모은 돈 1000만원을 학교에 통째로 기부했다. 이 돈은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 4명의 해외연수 장학금으로 쓰였다. 조씨는 “돈이 아니라,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했다.

수익금을 기분 좋게 ‘탕진’한 후엔 본격적인 창업이 이뤄졌다. ‘인큐베이팅’이 끝났다는 판단으로 조씨의 자취방을 창고 삼아 물류체계를 갖추고, 유통망을 다듬었다. 메뉴는 20개까지 늘렸다. ‘베브릿지’라는 사명(社名)과 ‘음료로 세상을 잇는 다리가 되자’는 소셜 미션도 그때 완성됐다.

미션에 따라 ‘콘텐츠’도 보강했다. “유학생들 보면, 적응에 애를 먹는 친구들이 은근히 많아요. 한국인과 어울리지 못하면 한국 사회와도 어울릴 수 없죠.” 베브릿지는 매장 게시판 등을 통해 외국인이 교류 기회를 넓히도록 도왔다. ‘짝꿍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140쌍의 내외국인 친구가 생겼고, 작은 카페에선 수시로 네트워킹 파티가 진행됐다. 2013년 말에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소셜벤처경연대회’ 입상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엔 홍대 상권으로 진출했지만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 대표는 “월 매출이 3000만원이 넘은 달도 있었고, 프랜차이즈 전문기업이나 식음료 대기업 등 20여 곳으로부터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절했다.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한다는 원칙이 있는데 적응에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가맹점은 3일 만에 가게 하나가 ‘뚝딱’인 구조예요. 속도가 너무 빠르더라고요. 2년 넘게 실험하며 만든 미션이나 가치가 지켜지기 힘들다고 봤죠.”

조 대표는 “아직은 내실을 닦아야 하는 단계”라고 했다. 현재 매출의 1%를 해외교류 기금으로 적립 중인데, 이 역시 늘리고 싶은 욕심이 크다. 지금도 매장 땅바닥에 자리를 펴놓고 자는 게 일쑤일 정도로 고민이 이어지는 이유다.

“음료 하나로 그들을 더 느끼고, 서로가 통할 수 있는 다리가 되어주는 것. 그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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