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토)

청년에게 매력 있는 지방도시는?…‘지방소멸 대응’ 첫 삽

GSC 대전허브, ‘제 1회 지방특별시 포럼’ 개최
스마트시티·기업 통합 등 대안 제시
“이해관계자 한 데 어우러진 열린 토론의 장”

“모든 자원이 수도권에만 집중되고 있는 흐름을 어떻게 하면 역행할 수 있을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의미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데 오늘이 첫 출발이 되길 기대합니다.”

GSC(Global Shapers Community) 대전허브 정원식 쉐이퍼(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투자심사역)가 지난 8일 대전시 동구 소제동 전통나래관에서 개최된 ‘제1회 지방특별시 포럼’에서 행사 포문을 열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포럼은 GSC 대전허브가 이해관계자들을 한 데 모아 지방도시의 청년 인구 유출 문제의 실마리를 찾고자 마련했다. 포럼명 ‘지방특별시’도 ‘지방’이란 이름으로 묶인 대한민국 국토 88%와 이곳에 사는 인구 49.3%를 재정의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이날 대학생, 지자체, 임팩트 기업, 로컬협동조합원 등 120여명의 관계자가 모였다.

‘제1회 지방특별시 포럼’에서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GSC 대전허브

대한민국은 비수도권 내 청년 인구 유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23년 11월 통계청 국가통계 포털에 따르면, 2013∼2022년 서울·경기·인천의 20대 순 이동 인구는 59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순 이동 인구는 지역의 전입 인구에서 전출 인구를 뺀 수치다. 지난 10년간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20대 인구가 59만명을 넘었다는 뜻이다. 이중 서울로 순유입된 20대 인구수만 34만1000명이다.

청년들이 지방도시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첫 번째 세션 발제자로 나선 KAIST 정재승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그 원인을 ‘창조적 역량’ 관점에서 바라봤다. 창조적 역량이란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 능동적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능력을 뜻한다. “대도시에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많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청년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

그러나 대도시는 이점만큼 범죄율 상승과 같은 부작용이 동반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도시가 수도권만큼의 인프라를 확충하되, 불안 요소는 제거한다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게 정 교수 설명이다. 그는 이를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시티’를 주목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을 수치화하고 분석해서 이용자의 삶의 질을 높인 도시다. 예를 들면, 쓰레기통에 설치된 센서가 쓰레기 양 정보를 수거 업체로 전달하면 수거 체계가 자동으로 최적화된다. 또한 센서와 연결된 카메라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과 초기 대응 기관들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 교수는 “지금의 대도시는 에너지 소비가 많고 범죄가 잦아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앞으로는 대도시에 버금가는 기회와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도시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스마트도시가 공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 1회 지방특별시 포럼’ 세 번째 세션 중 ‘로컬 라이프’가 진행되고 있다./GSC 대전허브

이어서 발제에 나선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는 지방소멸의 원인을 제조업의 변화와 연결했다. 양 교수는 대형 제조업체에서 연구개발(R&D)과 실행 기능을 수행하는 연구소와 공장이 모두 울산과 같은 산업도시에 있던 과거와 달리, 현재 대부분의 연구소는 수도권으로 옮겼다는 점을 짚었다. 지금까지 지자체가 청년들을 붙잡아둘 수 있었던 건 산업단지를 유치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연구소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산업도시에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제조업의 ‘자동화’ 기술로 인한 고용 감소 문제도 원인으로 꼽았다.

양 교수는 울산과 같은 산업도시에서 청년 유출을 막으려면 ‘기업 통합’과 ‘청년 창업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산업도시에 남아있는 기업들이 영세하고 설비도 노후화됐기 때문에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기업 통합으로 규모를 키우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했다. 이어 “창업 아이템이 있는 청년들에게는 풍부한 제조업 인프라로 네트워크 연결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일자리와 대학’을 주제로 지방소멸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도시재생 전문 액셀러레이터 크립톤엑스의 선주현 이사는 “디지털 노마드를 유치하기 위한 공간과 커뮤니티에 대한 기획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노마드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장소에 상관하지 않고 이동하며 근무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선 이사는 “디지털 노마드의 등장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전세계적 변화와 트렌드”라며 “근로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하든 즐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동성과 커뮤니티, 문화적 인프라 등을 갖춘 지역이 이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도시 내 대학과 기업, 지자체의 협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 한밭대학교 총장 최병욱 교수는 지방도시 내에 세계 수준의 대학을 만들기 위해 ‘지역 거점 국립 대학 통합’을 제안했다. 경쟁력 있는 대학이 지방에 있으면, 좋은 기업도 유치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조은채 단장도 뜻을 같이 하며 “경쟁력 있는 대학과 기업, 또 지자체의 협력을 강화해 물과 기후변화 등 미래 유망 분야 인재를 양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1회 지방특별시 포럼’ 참석자들./GSC 대전허브

해당 세션과 동시에 소제동 곳곳에서는 ‘로컬 라이프’, ‘청년과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제로 열린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토론 참석자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한 데 어우러져 자신의 견해를 서슴없이 얘기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GSC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 산하 청년단체다. 2011년 WEF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Klaus Schwab 교수가 설립했으며 현재 전 세계 150여개 국가의 500여개 도시의 약 1만5000명의 2030 청년 쉐이퍼들이 활동하고 있다. 대전허브는 지난해 초 서울허브 다음으로 한국의 두 번째 허브로 설립됐다. 카이스트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9명의 청년이 속해있다. 이들은 앞으로 매년 ‘지방특별시 포럼’을 개최해 대전과 지방도시의 청년 인구 유출 문제 및 지속가능성을 두고 유의미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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