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3만원은 아동 후원에만 쓰인다? 지역사회 자립 돕는 게 최종 목표죠

월드비전 후원금 어떻게 쓰일까
후원금 3만원 어떻게 사용되나? 후원 아동 가정과 마을 자립 비용으로
행정비는 왜 12% 비중을 차지하나? 체계적·효율적 지원 위한 최소 비용

월드비전의 해외 아동 후원금은 월 3만원이다. 54만명의 전체 후원자 중 80%가 해외 아동 후원자로 이들의 후원금은 전 세계 33개국 129개 월드비전 사업장을 통해 해외 아동 36만여명에게 전달된다(2014년 12월 8일 기준). 여기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해외 아동 후원금은 왜 3만원일까. 내가 낸 기부금 전액이 아동에게 전달되는 걸까. 후원금 3만원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 걸까.’ 2010년부터 모잠비크 아동을 후원하고 있는 5년차 후원자 문성남(27)씨가 45만 후원자를 대표해 9년차 월드비전 국제사업 전문가 장문희(36) 팀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들의 대담을 통해 그동안 궁금했지만 기회가 없어서 묻지 못했던 월드비전 해외 아동 후원금 3만원의 비밀을 공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 14일 5년차 월드비전 후원자 문성남(27)씨와 9년차 월드비전 국제사업 전문가 장문희(36)팀장이 만나 월드비전 해외 아동 후원금 3만원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그 뒤에 보이는 지도에는 월드비전이 후원하고 있는 국가들이 표시돼있다. /월드비전 제
지난 14일 5년차 월드비전 후원자 문성남(27)씨와 9년차 월드비전 국제사업 전문가 장문희(36)팀장이 만나 월드비전 해외 아동 후원금 3만원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그 뒤에 보이는 지도에는 월드비전이 후원하고 있는 국가들이 표시돼있다. /월드비전 제

◇해외 아동 후원금, 왜 3만원인가

문성남 후원자(이하 문): 해외 아동 후원을 결심한 2010년 많은 단체를 찾아봤다. 월 2만원에서 4만5000원까지 단체마다 아동 후원금 액수가 다르더라. 왜 월드비전은 해외 아동 후원금을 3만원으로 정했는지 궁금하다.

장문희 팀장(이하 장): 단체마다 비전과 목표, 사업장의 물가상승률, 후원자 의견을 종합해 해외 아동 후원금을 결정한다. 월드비전은 해외 사업을 시작한 1991년 이후 28년 만에 2만원이었던 해외 아동 후원금을 3만원으로 인상했다. 당시 아프리카 사업장은 인플레 때문에 건축 사업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물가상승률과 후원자 의사를 고려해 금액을 올렸는데, 감사하게도 절반 이상의 후원자가 동의를 했다. 참고로 월드비전 다른 후원국들의 평균 해외 아동 후원금은 35~40달러인데, 나라마다 경제·문화·사회적 공감대에 따라 해외 아동 후원금이 결정되고 있다.

◇후원금 3만원, 아동에게 직접 전달되는가

: 처음엔 내가 기부한 돈이 아동에게 현금으로 직접 전달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월드비전은 3만원 후원금을 그 아이가 속한 마을의 자립을 위해 사용한다고 들었다. 아동에게 직접 후원금을 전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 월드비전은 한 지역당 평균 4000명의 아동을 후원하고, 후원자 4000명이 보내준 기부금으로 해당 마을의 지역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후원금이 아동에게 직접 전달되진 않지만 이는 마을 자립을 위한 다양한 사업 비용으로 사용된다. 일례로 기존 우물의 90%가 비소로 오염된 방글라데시 락삼 지역에선 비소 필터링 시설을 18개 설치하고, 해당 시설을 관리하는 마을위원회를 조직했다. 정기적으로 비소를 걸러주는 장치를 바꿀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수도료를 내고 수질 테스트를 받는 등 직접 운영하도록 했다. 이 18개 식수 시설로 락삼 지역의 4000여명의 아동과 그 이웃들이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궁극적으로 건강한 가정과 지역사회가 바탕이 돼야 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방지하고, 마을 주민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도움받는 사람이 도움 없이 스스로 살게 하는 것’이다.

한국 월드비전 후원자 45만명이 매달 후원하는 해외 아동 수는 36만5000명에 달한다. /월드비전 제공
한국 월드비전 후원자 45만명이 매달 후원하는 해외 아동 수는 36만5000명에 달한다. /월드비전 제공

◇내가 후원하는 아동에겐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가

: 해외 아동을 직접 만나지 않는 한 후원자들이 직접 현장의 변화를 체감하긴 어렵다. 지역개발 사업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겐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 지난 3월 우간다에서 젖소를 키우는 농민조합을 방문했다. 조합원인 청년 30명 중 12명 가정의 아동만 후원한 상태였다. 월드비전은 조합에서 우유를 짜내면 이를 직접 살균 처리해서 판매할 수 있는 우유 공정 설비를 지원했다. 우유를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연결해 수익금이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구조도 만들었다. 이후 후원 아동을 불문하고 조합에 가입된 가정의 아이들 모두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 2006년에 만난 아이가 4년 뒤 그 마을의 아동권리위원회 리더가 됐고, 방글라데시 선더번 지역 주민들은 2016년 월드비전 사업장 종결을 앞둔 워크숍에서 축하 파티를 열고 향후 10년의 자립 계획을 토론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월드비전의 도움 없이도 자립할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낸 기부금의 100%가 아동에게 전달되는가

: 월드비전 홈페이지를 보니 전체 후원금의 88.1%가 사업비로, 나머지 11.9%가 행정비(사무비, 시설비, 모금 활동비)로 사용됐다고 명시돼 있다. 처음엔 행정비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2011년 후원자 사업장 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후원 가정을 직접 방문하면서 소소한 사연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던 현지 코디네이터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한 아이를 돕는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문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깨달은 뒤로는 11.9%란 수치가 다르게 와닿더라.

: 내가 낸 기부금의 전부가 아이들에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법적으로 비영리단체의 행정비는 기부금의 15%로 정해져 있지만, 월드비전은 최소한의 행정비를 제외한 모든 후원금을 현지에 전달하고 있다. 다만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자원봉사자나 후원금을 단순히 전달하는 ‘배달부’로 오해하는 인식은 바뀌길 바란다. 후원금이 가장 적절한 곳에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활동하는 ‘기부 코디네이터’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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