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2일(목)

“기후위기 해결, 기술에만 맡길 수 없다” [2023 미래지식 포럼]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4>

인류가 자초한 기후위기. 지구 생태계 파괴와 인류 멸종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 28일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는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호모사피엔스, 기후위기를 말하다’라는 대주제로 물리학, 심리학, 국문학, 환경공학, 건축학, 지리학 등 여섯 분야 학자들의 강연이 진행됐다.

28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진행된 ‘2023 미래지식 포럼’의 1부 마지막 순서로 연사 대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리사 손 컬럼비아대 버나드컬리지 심리학과 교수,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진행을 맡은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과 최기환 아나운서는 관객들의 사전 질문을 중심으로 연사들이 강연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28일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에서 '기술이 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1부의 연사들이 강연 후 한자리에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최기환 아나운서,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리사 손 컬럼비아대 바너드컬리지 심리학과 교수,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28일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에서 ‘기술이 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1부의 연사들이 강연 후 한자리에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최기환 아나운서,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리사 손 컬럼비아대 바너드컬리지 심리학과 교수,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첫 번째 토론 주제는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이유’였다. 김시원 편집국장은 “대다수의 시민이 이제는 기후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무관심하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기후위기를 ‘나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욱 교수는 “과학적으로는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올라가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지만, 개인에게는 추운 날이 좀 많아지고 태풍이 자주 오는 수준으로 느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전형적인 공유지의 비극인데, 먼 미래에 재앙이 온다고 하지만 다들 ‘큰 일 나겠어’하는 생각을 하고 뭘 하려고 해도 어떤 걸 해야 할 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마치 유령과 싸우는 느낌을 받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어쩌면 과학의 영역이 아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정재찬 교수는 “결국 지금 상황에 몰입하는 게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평소 많은 사람이 조폭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지만, 소설 속 주인공으로 나오면 인물이 겪는 상황을 이해하고 느끼듯이 기후 문제를 다루는 문학에서 우리가 처한 문제를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사 손 교수는 “많은 사람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올 것 같은 문제에는 직접적인 의견이나 행동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기후위기 문제에 공감해도 해결 방법은 각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말하기가 어려워 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심리적으로 불편해지면 문제에 손놓게 되기 때문에 메타인지를 통해 끊임 없이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조금씩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에 참석한 (왼쪽부터)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리사 손 컬럼비아대 바너드컬리지 심리학과 교수,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1부 연사 대토론에서 관객들의 사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에 참석한 (왼쪽부터)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리사 손 컬럼비아대 바너드컬리지 심리학과 교수,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1부 연사 대토론에서 관객들의 사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다음으로는 기후위기를 기술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이른바 ‘기술 유토피아적’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시원 편집국장은 “기후위기를 당면한 과제로 느끼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기술이 기후위기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재찬 교수는 “기술의 발달로 저질러진 이 문제를, 또 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에 많은 우려가 있는 것”이라며 “과학에 대한 낙관을 버리자는 건 아니지만, 과학에 모든 걸 맡기지는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과학은 믿되 과학자의 선의에만 의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문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의 접근이 필요하고”고 강조했다.

김상욱 교수는 “과학자들조차 과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술 자체는 물리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고, 많은 문제는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기술을 어떻게 쓰는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만들어진다”라며 “지금으로서는 산업의 발전과 성장의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있어야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리사 손 교수는 “인간의 문제를 기술에 맡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우려에 동의한다”며 “실수 없는 해결책, 완벽을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MZ 세대 중심으로 외출할 때마다 텀블러를 챙기는 것처럼 개인적인 실천들이 기후위기 해결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리사 손 교수는 “뉴욕의 대학생들은 거의 100% 텀블러를 챙기고, 신입생 필수품으로 텀블러를 꼽을 정도로 문화가 형성돼 있다”며 “기성세대들은 잘 하지 않지만 청년 세대들의 행동은 앞으로 쭉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도 무척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재찬 교수는 “개인의 행동이 거대한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희망과 낙관의 시나리오가 없다면 인간은 움직이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꽃밭을 만든다고 했을 때 꼭 돈을 들여 기계를 동원하지 않아도 작은 꽃들이 하나둘 모이면 꽃밭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시원 편집국장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안되는 게 있다”며 “유네스코가 2019년에 내놓은 기후변화 보고서 제목인 ‘Changing minds, not the climate'(변화해야 하는 것은 기후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처럼 강연과 토론에서 나온 절제, 공감, 돌봄, 공존의 가치 등을 각자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요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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