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0일(화)

“기후위기, 얼마나 믿을 만한가” [2023 미래지식 포럼]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1>
유례 없는 속도로 지구 온도 상승 중
‘인간의 편리 추구’ 줄여야 해결 가능

인류가 자초한 기후위기. 지구 생태계 파괴와 인류 멸종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 28일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는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호모사피엔스, 기후위기를 말하다’라는 대주제로 물리학, 심리학, 국문학, 환경공학, 건축학, 지리학 등 여섯 분야 학자들의 강연이 진행됐다.

“과학적 방법이란 물질적 증거를 모으고, 그 증거에 입각한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이 일을 하죠. 그런 과학자들이 ‘지구에 기후위기가 닥쳤다’고 이야기합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를 왜 문제라고 보는 걸까요? 과학적 관점에서 기후위기라는 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28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에서 열린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첫 연사로 무대에 섰다. 김 교수는 ‘기후위기, 얼마나 믿을 만한가’를 주제로 지구 기온이 상승했다는 과학적 증거에 대해 설명했다.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첫 연사로 나선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기후위기의 과학적 증거는 수백가지가 넘고, 그 책임은 거의 인간에게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첫 연사로 나선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기후위기의 과학적 증거는 수백가지가 넘고, 그 책임은 거의 인간에게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아주 오래전, 지구의 온도는 몇 도였을까요? 이미 지나버린 시점의 온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수천년 동안 남극에 쌓인 두꺼운 얼음에 주목했습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산소에는 두 종류가 있다. 무거운 산소와 가벼운 산소. 화학적으로 같은 산소지만 무게는 다르다. 대기 온도에 따라 산소의 작용도 달라진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물이 증발하는데 이때 상대적으로 무거운 산소가 공기 중으로 더 많이 날아간다. 과학자들은 남극 얼음의 산소 비율을 분석하면 과거 온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분석 과정에서 남극 얼음에는 산소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도 갇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얼음을 분석해 온도와 이산화탄소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김 교수는 찰스 데이비드 킬링(1928~2005)이라는 과학자가 1958년부터 지구의 이산화탄소량을 측정한 그래프 한 장을 화면에 띄웠다. “이 그래프는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가장 오래된 데이터입니다. 명백히 이산화탄소는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자, 그럼 이건 누구 때문일까요?”

과학자들은 왜 이산화탄소의 증가의 책임이 인간에게 있다는 결론을 내린 걸까. 김 교수는 식물의 광합성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포도당으로 바꾸는 광합성을 한다. 이 과정에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 “인간이 석탄을 태워 발생시킨 이산화탄소는 가벼운 탄소입니다. 식물의 몸에서 발견되는 이산화탄소도 바로 이 가벼운 탄소죠.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증거입니다. 이 예는 하나의 사례일 뿐, 과학자들은 왜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를 수백, 수천 가지 가지고 있습니다.”

2023 미래지식 포럼에서 김상욱 교수는 “기후위기는 편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습관으로 비롯된 것이고, 이를 조금만 희생해도 기후 문제 해결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2023 미래지식 포럼에서 김상욱 교수는 “기후위기는 편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습관으로 비롯된 것이고, 이를 조금만 희생해도 기후 문제 해결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이 모든 사실을 확인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1988년에야 설립됐다. 과학자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지구 온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이를 이상하게 여겨 국가를 초월한 협의체를 만든 후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여러 방식으로 정말 지구 온도가 오르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탐구한 것이다. 1995년 2차 IPCC 보고서를 낼 때만 해도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은 확인했지만, 인간 활동으로 인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2001년 3차 보고서를 낼 즈음에야 인간 때문이라는 의견이 모였다. 태양이 더 밝아졌을 가능성, 화산 폭발로 인한 가능성 등 가설은 기각됐다. 지난해 발표된 6차 보고서에서는 인간 책임이라는 데 일치된 결론이 나왔다.

김 교수는 “아직 과학자들은 온도가 올랐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다만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건 지금보다 훨씬 좋지 않은 상황일 거라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이렇게 지구 온도가 갑자기 오른 시기가 있었습니다. 팔레오세-에오세 극열기에는 2만~5만년 동안 5~8도가 올랐습니다. 이것이 인간이 아는 가장 극악한 온도 변화입니다. 계산하면 이때는 1.1도가 오르는 데 수천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최근 200년 동안, 그러니까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나서 1.1도가 높아졌습니다. 지구 상에서 유례 없는 속도로 기온이 오르고 있는 거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김 교수는 “인류가 부닥친 기후위기를 전문가들만 풀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각자 위치에서 생각하는 바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의 적은 이산화탄소도, 기온도 아닌 ‘인간의 편리 추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발달로 전기 가격이 저렴해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집에 한 대 있던 에어컨을 세 대로 늘리고 거리 곳곳에 에어컨을 더 많이 설치할 것”이라며 “편리를 추구하는 게 인간의 습관이며 이를 조금만 희생해도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텀블러를 드는 것만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시민이 기후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걸 정치인에게 끝없이 알리고 기후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는 하나뿐입니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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