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6일(화)

“기후위기의 미래, 기술과 자원 사용에도 책임감 가져야” [2023 미래지식 포럼]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8>

인류가 자초한 기후위기. 지구 생태계 파괴와 인류 멸종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 28일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는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호모사피엔스, 기후위기를 말하다’라는 대주제로 물리학, 심리학, 국문학, 환경공학, 건축학, 지리학 등 여섯 분야 학자들의 강연이 진행됐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처음 겪는 위기입니다. 책으로 치면 완전히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는 거죠. 결말이 어떨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인류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겁니다. 파국이 아니라 좋은 결말을 맞기 위해서 ‘산업’은 어떻게 대응하고, ‘도시’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며, ‘인류’는 어떤 전환을 만들어내야 할까요.”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이 28일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의 마지막 순서로 마련된 2부 연사 대토론의 시작을 열었다. 이날 토론에는 2부 주제인 ‘인류가 쓰는 새로운 연대기’로 강연한 인소영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토론 진행은 김시원 편집국장과 최기환 아나운서가 맡았다.

28일 열린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에서 ‘인류가 쓰는 새로운 연대기’라는 주제로 2부 강연한 연사들이 대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2부 첫 연사로 나선 인소영 교수는 “기후위기에 인류의 대응은 많이 늦은 편이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면이나 기술 혁신 사례들을 살펴보면 희망적인 진전은 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며 “특히 파리기후협약 당시만 해도 탄소중립 이야기를 하면 돈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2021년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이라고 해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모여 탄소 감축에 돈을 쓰겠다고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며 “금융기관의 돈이 기후 대응에 흐를 수 있도록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일도 상당히 중요해졌다”고 했다.

김도년 교수는 “금융기관들이 대응하는 것처럼 세계 국가와 도시들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데 각 도시마다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고 적합한 해결방법도 다르다”며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도시마다 대응책을 내야 하고,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산업화를 이룬 울산,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강릉 등의 도시들이 기후대응 모델을 각자 만들어낸다면 인류적 기여와 함께 세계적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재 교수는 “분명 낙관적인 측면도 있지만, 전공 분야를 연구하다보면 부정적인 이야기를 전할 수밖에 없는 위치라는 생각이 든다”며 “도시와 기술, 금융을 너무 맹신하면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는데 공학적 방법, 인간중심주의 사고에서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계속 돌아보고 성찰해야 하고, 동시에 책임의식을 갖고 충분히 안심할 수 있는 기준들을 마련해야 지속가능한 형태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의 2부 연사로 참여한 교수들과 연사 대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최기환 아나운서, 인소영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의 2부 연사로 참여한 교수들과 연사 대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최기환 아나운서, 인소영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김시원 편집국장은 “기술 발전과 과학에 대한 맹신이 지금의 기후위기를 만들었는데,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또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인데, 인류가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정재 교수는 “근대 이후 인류는 ‘휴머니즘’이라는 개념에 기반해서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고 인류의 능력을 과신했다”며 “자연은 관찰과 분석의 대상, 때론 보호의 대상으로 여겼지만 사실 인간과 환경은 분리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과 자연은 굉장히 밀접하게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려면 인간 외 모든 행위자의 존재와 영향력을 중시해야 한다”고 했다.

인소영 교수는 “미래 가치를 너무 저평가하고, 현재의 가치는 고평가한 데서 오는 여러 문제가 발생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방식으로 기술을 다루고, 도시를 개발하면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 교수는 “투자 시장에서 장기투자에 최적화돼 있는 이해관계자는 정부와 공공기관인데, 이제는 기후대응이라는 장기투자에 필요한 자금의 규모가 정부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버렸다”며 “시장에 인센티브가 없으면 인센티브를 만들고, 시장이 없으면 시장을 만드는 방향으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도년 교수는 “변화가 없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도시를 만들 수 없다”며 “과거 도시를 건설산업, 부동산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지식산업이자 전방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는 디지털 환경을 잘 갖추고 있어서 스마트도시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나라로 꼽히는데, 아직 나서는 기업이 없다는 건 도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니 것”이라며 “이제는 도시에서 어떤 걸 해야 하는지 기획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원 편집국장은 “깊은 숲에 들어가 있으면 내가 어디쯤 있는지, 이 숲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길을 찾기 위해서는 오히려 숲에서 잠시 벗어나서 전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기후위기라는 숲에서 조금 떨어져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뭘 바꿔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가진 힘과 기술, 그리고 자원을 책임감 있게 사용할 때 우리가 바라는 미래에 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일요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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