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스마트 도시” [2023 미래지식 포럼]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6>
“다음 세대에 물려줄 ‘기후긍정도시’ 필요”

인류가 자초한 기후위기. 지구 생태계 파괴와 인류 멸종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 28일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는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호모사피엔스, 기후위기를 말하다’라는 대주제로 물리학, 심리학, 국문학, 환경공학, 건축학, 지리학 등 여섯 분야 학자들의 강연이 진행됐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축제, 공연, 시위 등이 열리는 교류의 장(場)이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서울광장이 있던 자리에는 8차선 도로와 회전교차로만이 있었다. 시민은 상습적인 교통혼잡과 정체에 시달렸고, 지하상가와 지하보도로만 횡단이 가능했다. 장애인, 노약자의 보행접근성도 떨어졌다. 이러한 탓에 시민은 보행 공간 조성을 끊임없이 요구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서울광장 조성에 속도가 붙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이 대규모 응원을 펼치는 붉은 악마들의 메카로 부각되면서 시민결집과 커뮤니케이션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이에 2004년 1만3207㎡ 규모의 서울광장이 조성됐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28일 ‘2023 미래지식 포럼’에서 “서울광장은 삶의 질을 향상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스마트 도시(smart city)’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스마트 도시는 첨단기술과 축적된 지혜를 활용해 다음 세대를 위한 도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도년 교수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스마트 도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28일 열린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에서 "스마트 도시는 첨단기술과 축적된 지혜를 활용해 다음 세대를 위한 도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28일 열린 ‘2023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에서 “스마트 도시는 첨단기술과 축적된 지혜를 활용해 다음 세대를 위한 도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유엔(UN)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는 2030년 85억명, 2050년 97억명, 2100년 109억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면서 10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메가시티는 10개, 30만 신도시는 250개가량 신규 조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 교수는 “새로운 미래 도시 계획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인간은 경제적 풍요를 누리게 됐지만, 대량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자연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이는 결국 부메랑이 돼 우리에게 돌아왔죠. 19~20세기 도시를 중심으로 전염성 감염 질환인 콜레라와 스페인 독감이 퍼졌습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도시는 악의 소굴이자 전염병의 중심지’라는 뉴스를 쏟아냈습니다. 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죠.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코로나 팬데믹 등이 인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스마트 도시를 조성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첨단 기술 도입 등 디지털 전환으로 스마트 도시를 만들 수 있죠. 매연 자동차를 친환경 전기차로 바꾸는 시도 등이 첫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자원을 보존하고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는 도시에 인재들이 모인다고도 했다. 그는 “에어비앤비, 삼성, 구글, 넷플릭스 등은 최첨단 ICT 기술을 활용해 도시 기반 시설을 바꾸고 있다”며 “이러한 기업이 몰린 도시에 인재들이 유입되면서 개방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첨단이동통신 네트워크(5G)와 빅데이터는 스마트 도시의 핵심 기반 시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세계 주요국들이 정책적으로 스마트도시에 지원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은 스마트도시를 실현할 가장 좋은 환경을 갖춘 국가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세계 주요국들이 스마트 도시에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특히 한국은 스마트 도시를 실현할 가장 좋은 환경을 갖춘 국가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의 스마트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1997년 상암에는 1억t의 쓰레기 산이 있었습니다. 기업들은 쓰레기 처리 기술 등을 도입해 대량의 폐기물을 처리했고 지금 상암에는 300만㎡의 공원과 월드컵경기장이 자리 잡았습니다. 또 5만명의 창조근로자가 삼성·LG·CJ 등 1000개의 기업에서 일하며 연 매출 20조원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상암은 디지털 미디어 문화 ‘K컬처’의 발원지로 불리기도 하죠. 얼마 전에는 국내 첫 자율자동차가 상암동을 누비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상암은 ‘스마트 도시’의 본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도년 교수는 ‘기후긍정도시’ ‘기후배려도시’ 등의 키워드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기후긍정도시와 기후배려도시가 주목받고 있다”며 “기술을 활용해 도시 특성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좋은 도시를 만들자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도시기반시설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쾌적한 삶을 도모할 수 있는 설계를 고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는 수많은 연주자가 각양각색의 악기를 갖고 만들어내는 교향악과 같습니다. 그만큼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요건들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포용적인 기술뿐 아니라 시민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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