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더나은미래 논단] 공익재단도 M&A 필요… 착한 일도 효율적으로 해야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올 한 해 최고의 뉴스메이커였던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최근 “빌 게이츠와 자선 경쟁을 하겠다”고 했다. 착한 행동을 하는 데 효율을 따져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겠다는 얘기다. 600억달러(약 66조원)의 자산가 워런 버핏 회장은 2007년 310억달러(약 34조원)를 자신의 재단이 아닌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에 기부했다. 좋은 세상이라는 성과 위주로 착한 행동을 관리한 셈이다.

최근 한 장학재단이 해산을 신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저금리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 보도를 접하고 우리 사회가 착한 행동을 하는 데 한 가지 방법만을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은 좋은 세상이었다. 이를 위해 장학재단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기본자산인 자본금은 사업비로 사용될 수 없고 이자 수익만으로 착한 행동을 해야 했다.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저금리가 덫이 됐다. 결과적으로 착한 행동이 만들려고 했던 좋은 세상도 힘들어졌다.

효율을 따져보고 성과 위주로 이 어려움을 타개할 수 없을까. 유사한 환경에 처한 공익재단이 많다면 재단 운영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방법은 소규모 자산을 가진 재단들이 청산과 합병 절차를 거쳐 그 자산을 유사한 재단에 기부하는 것, 둘째는 재단의 기본재산을 주무관청의 승인하에 매년 5~10% 정도 직접 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이 기본재산이라면 그중 매년 5000만원에서 1억원씩 직접 사업에 쓰면 어떻게 될까. 저금리하에서 연간 1000만~2000만원, 10년을 써도 1억~2억원에 불과한 착한 행동의 성과가 5억~10억원으로 올라가는 셈이다. 물론 재단은 10년 후 혹은 20년 후 활동이 종료된다. 그러나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기부자의 취지는 그만큼 더 빛을 발하게 된다. 자산이 적은 소규모 재단들은 이 방법을 쓰면 설립자의 설립 목적 달성과 공익사업에 기여하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방법을 도입하려면 설립자의 의지와 함께 관련 정책 당국의 제도 개선과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가족재단 및 기업재단들의 ‘최소 사회 환원금 규정'(Minimum Investment Return)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0년대 말 미국의 가족재단과 기업재단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가족재단과 기업재단의 설립은 공익을 위한 사회 환원의 목적으로 이해되기보다는 세금 회피와 지배구조 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매도되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은 이러한 재단에 주어지는 면세 혜택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했다. 즉, 재단은 면세의 혜택을 받는 대신 사회에 환원할 의무를 가지고 있으며 재단이 자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의무를 불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1969년 시행된 최소 사회 환원금 규정이란 가족재단·기업재단들이 매년 보유한 특정자산의 일정 비율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말한다. 현재 미국의 가족재단·기업재단들은 보유하고 있는 특정자산의 5%를 매년 사용해야 한다. 만약 재단이 해당 금액을 기한 내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용 부족액에 대한 30%에 상당하는 금액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부족액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추가로 부족액의 200%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최소 사회 환원금액 산출 시 사용되는 특정자산이란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이며, 여기에서 재단이 고유목적 사업을 위해 보유한 자산은 제외된다. 예를 들어, 재단이 건물·컴퓨터·기타사무기기 등을 자선 활동에 사용하고 있다면 이는 최소 사회 환원금 산출 시 사용되는 특정자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착한 행동은 좋은 세상을 지향한다. 물론 쉽지 않다. 저금리 같은 것이 장애요인이 된다. 그래서 효율을 따지고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그러면 유연해진다. 최근 경기 침체 속에서 정부와 기업의 틈새에서 공익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공익법인(NPO)들의 기능과 역할은 더욱 필요하다. 자산가들이 재단 설립의 목적을 국민에게 인정받고 그들의 좋은 취지를 성과 위주로 확산시키기 위해 공익재단의 M&A 및 순자산 사용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착한 행동을 넘어 좋은 세상으로 가는 길은 의외로 가까이에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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