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목)

‘나눔 후 더 커진 삶’…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 인터뷰

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

작곡가 시절부터 아동 결연 시작… 현재는 73명 후원 중
소속 연예인·연습생 스케줄에 정기적 봉사활동 포함은 필수

사재 8억 들여 공익재단 설립 “학교 100개 세우기가 목표”

 
“친한 작곡가 형이 ‘너는 언제 밥벌이를 할래?’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요.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돈을 제대로 못 벌었거든요. ‘어떻게 안 돼도 이렇게까지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까 무엇이됐든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겠더라고요. 나눔도 그랬던 것 같아요. 돈은 없었지만, 기타 하나 들고 소년원 친구들을 섬기기 시작했죠.”   
 
1999년 가수로 데뷔,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조성모와 정재욱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홀로 10년 가까이 무명생활을 보내야 했다. 한성호(43·사진) FNC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이야기다. 밴드 ‘더 넛츠(The Nuts)’의 대표곡 ‘잔소리’를 계기로 돌연 스타 작곡가가 된 그는 2006년 연예기획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보이밴드 ‘FT아일랜드’를 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 CNBLUE(씨엔블루), AOA 등 대형 아이돌을 차례로 선보이고 국민MC 유재석까지 한식구로 들였다. 지난해 한 대표는 가족과 함께 사재 8억원을 출연해 공익재단 ‘러브FNC’를 설립했다.

무명 가수가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대표가 되기까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성공에 자만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1일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한 대표를 만나 그의 삶과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LOVE_러브에프엔씨_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_필리핀비전트립2016

◇대중을 위한 연예인, 나눔에 눈뜨다

2000년,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그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앨범에 실패하고 실용음악학원 강사 자리를 전전할 때다. 깊은 신앙을 갖고 있던 어머니를 보며 어렸을 적부터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꿈꿔 온 것도 이유지만, 학원에서 만난 아이들의 영향도 컸다.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아직 잘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리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꼈다. 어떻게든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던 한 대표는 교회 선교사의 소개로 소년원 봉사를 시작했다.

“안양에 위치한 소년원이었어요. 처음에는 교회 봉사단 스태프로 참여해 일손을 거들다가, 나중에는 아예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에게 성경 공부도 시키고 상담도 해주며 정기적으로 멘토 역할을 했죠. 당시 자주 오시던 여자 시각장애인 봉사자 선생님이 계셨는데, 아이들에게 늘 노래를 불러주셨어요. 눈은 보이지 않지만 그분에게는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많이 가진 자만이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분을 통해 실감했던 것 같아요.”

 

한 대표의 소년원 봉사는 8년이나 지속됐다. 연예기획사를 차리면서 이전처럼 지속적인 방문은 불가능해졌지만, 지금도 최소 1년에 1~2회 이상 소속 연예인들과 함께 해당 소년원을 찾아 아이들을 만나 강연하고, 필요한 물품과 운영비를 건네고 있다.

본격적인 프리랜서 작곡가로 돈을 벌기 시작한 후부터는 아동 결연 후원도 맺었다. 그가 후원하는 아동은 현재 73명으로 늘었다. 조금씩 기부를 늘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새 기아대책의 1억원 이상 고액후원자 클럽인 ‘필란트로피클럽’의 회원까지 됐다.

회사 식구들에게도 나눔을 적극 권하고 있다. 한 대표는 “후원하고 있는 곳이나 앞으로 후원할 곳은 방문하는 것이 원칙인데, 답사를 갈 때 자원하는 소속 연예인이 있으면 꼭 데려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한 대표와 함께 필리핀의 빈민지역을 방문한 배우 성혁은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동 결연을 시작했다. FT아일랜드의 리더 최종훈 역시 올해 3월 탄자니아 음트와라 지역의 초등학교 지붕 보수공사에 일손을 보탰다.

“직접 가서 현장을 보고 오면 달라요. 막연히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구체성이 생기거든요. (최)종훈이는 아프리카를 다녀오더니 ‘앞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꼭 앞장서겠다’고 다짐했어요.”

정식으로 데뷔한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FNC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연습생들에게 봉사활동은 필수다. 아예 연습 스케줄에 정기적으로 노인종합복지관이나 보육원을 찾는 활동이 포함돼 있다. 사내 신인개발팀과 CSR팀이 손잡고 봉사할 곳을 선정해 연습생들을 파견한다. 나눔은 결코 버거운 것이 아니라는 한 대표의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연습으로 꽉 찬 일정을 소화하다가 봉사하는 날이 되면 오히려 쉬는 시간을 받은 것처럼 좋아해요(웃음). 회사 안에 나눔 문화가 깊숙이 배어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앞서 데뷔한 선배들도 바쁜 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에 나서고, 직원 하나하나가 모두 나눔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조선영상미디어 조혜원 기자_에프엔씨_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_2016

◇공익재단 ‘러브FNC’ 설립, 학교 100개 짓는 것이 꿈

2015년 한성호 대표는 아내, 친동생(한승훈 FNC엔터테인먼트 부사장)과 함께 사재 8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재단 ‘러브FNC’를 설립했다. 2014년에 만든 동명의 회사 사회공헌 브랜드를 재단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흔히 주식회사 대표가 재단을 만들 때는 개인이 소유한 주식의 일부를 떼어 재단을 세우고, 그 배당금을 기부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는 개인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제가 이룬 성공으로 혼자 배부를 수는 없겠더라고요. 회사 돈으로 뭘 하기보다 ‘대표로서 솔선수범하자’는 생각에 개인 재산을 기부했습니다. 그동안 내부에 담당자를 두고 파트너 NGO와 함께 사회공헌 사업을 했지만, 앞으로는 좀 더 체계를 잡아서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러브FNC의 목표는 전 세계의 소외받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 100개를 세우는 것이다. 앞서 FNC엔터테인먼트는 파트너 NGO인 기아대책과 손잡고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 ‘FT아일랜드 어린이도서관’, 부르키나파소에 ‘러브FNC스쿨’ 1호를 지었다. 필리핀과 에콰도르 빈민지역에도 차례로 학교가 세워졌다. 특히 부르키나파소 학교는 씨엔블루의 팬클럽이 기부금 3000만원을 보태 의미가 더 크다.

“왜 학교 100개를 짓는 게 목표냐고요? 아이들이 잠시라도 안전하고 깨끗한 곳에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필리핀 사업장을 방문해보고 더욱 확신이 생겼어요.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가슴 높이의 쓰레기 더미로 빠질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저보고 살라고 하면 ’10분은 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요. 저희가 지은 FNC스쿨은 그곳 아이들에게 피난처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밥을 먹고 쉬기 위해 찾아오던 아이들이 배움을 얻어가고, 꿈을 꾸기 시작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어요. 이 친구들이 성장해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돕는다면 조금이나마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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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호 대표는 지난해 11월, 러브FNC스쿨 2호(필리핀)를 방문했다. /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지만 한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사람들에게 알려서 더 많은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로서의 영향력을 제대로 쓰는 길이라 믿는다. 특히 국경을 넘어 문화 콘텐츠를 전파하는 사람이라면 그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한 대표는 “아시아 국가를 방문할 때마다 한류의 파급력을 실감한다”면서 앞으로의 재단 운영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생각해보면 무언가 계획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해왔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재단을 통해 FNC스쿨을 계속 지으면서 그곳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결연사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NGO들을 위해 배분사업도 하고요.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재단의 이름에서 FNC를 빼는 것도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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