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다이어트 했을 뿐인데… 어려운 이웃 돕게 돼서 보람차네

생명보험재단 ‘건강나눔도심걷기’
팀별 미션·경쟁 통해 체중 감량해… 상위팀 상금은 복지 소외계층 기부

지난달 11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노인종합복지관에 어르신 겨울나기를 위한 기부금 825만원이 전달됐다. 이는 소위 ‘땀내 나는 돈’이다. 지난 6월부터 100일 동안 직장인 20팀이 살 빼기 경쟁을 펼쳤는데, 최고점을 받아 수상한 LG전자의 ‘헬스킹’ 팀이 상금의 절반을 쾌척한 것. 지난달 27일, 어린이 겨울 운동용품 구입을 위해 서울시지역아동센터협의회에 기부된 365만원, 이튿날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을 후원한 76만원 역시 같은 성격이다. 모두 직장인 건강증진 사업 ‘건강나눔도심걷기’ 상금으로부터 나왔다. ‘헬스킹’ 팀의 이호진 과장(LG전자·CTO연구지원실)은 “고도비만으로부터 고생하던 몸을 바꿔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뛰었는데, 그 열정이 주변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더 뜻깊다”고 말했다.

‘건강나눔도심걷기’ 캠페인에 참가한 직장인 100여명은 15주간의 미션 수행활동을 통해 건강과 팀워크를 다졌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건강나눔도심걷기’ 캠페인에 참가한 직장인 100여명은 15주간의 미션 수행활동을 통해 건강과 팀워크를 다졌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백해무익(百害無益)의 몹쓸 병, 세계는 지금 ‘비만’과의 전쟁 중

전 세계 비만 추정 인구는 약 21억 명. 3명 중 한 명이 ‘과체중’인 셈이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교수는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병의 근원”이라며 “이로 인해 환자 본인과 가족이 노동력을 잃고, 경제적 부담은 쌓이면서 갖가지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비만으로 인해 전 세계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연간 2조달러(약 2221조원)”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는 전쟁의 여파와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은 한 해 평균 비만 관련 의료비로만 약 20조원을 쏟아 붓는다.

우리나라에선 10여 년 전부터 각 자치구 보건소 등에서 건강증진 사업을 펼치며 비만 예방에 힘써 왔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김창보 서울시 복지건강실 국장은 “보건소 사업은 모든 시민에게 열려 있지만, 현실적으로 30~40대 직장인들이 따로 시간을 내어 찾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세대별 비만율은 30대(36%)가 가장 높다. 백은미 한양대병원 직원보건관리실 계장은 “불규칙한 생활습관에 회식이 많은 직장인의 특성상 직장생활을 하면 할수록 비만에 쉽게 노출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 등 18개 생명보험사들의 출연금으로 조직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하 생명보험재단)이 서울시 복지건강실과 함께 올해 4월부터 직장인 대상의 건강증진사업 ‘건강나눔도심걷기’를 기획·진행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LG전자·대우인터내셔널·SH공사 등 8개 기업 100여 명의 참가자가 5인 1조로 팀을 만들어 건강에 관한 미션을 실행하고, 이를 점수화해 경쟁하는 방식. 이혜영 생명보험재단 팀장은 “비만이 병이라는 인식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팀별 미션’과 ‘경쟁’이라는 콘셉트를 더해 참여자들의 동기를 강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상위 3개 팀에 주어지는 상금(총 2500만원)의 50%는 복지 소외계층에 기부하도록 해 의미를 더했다.

◇15주에 22㎏ 빼기도… “혼자선 어림없었죠”

지난 6월 21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활동을 개시한 20개 팀은 건강 식단으로 채워진 도시락을 먹고, 운동 처방을 받으며 15주간의 ‘체중 감량’ 경쟁을 펼쳤다. 자제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기도 했다. 한일전기엠엠씨(MMC)㈜의 유영민(27·아기바람팀·3위)씨는 “앱에서 제공하는 미션에 따라 온종일 먹은 걸 빠짐없이 기록하기도 하고, 팀원들과 100만보 걷기를 하기도 했다”며 “다른 팀이 올린 결과도 수시로 체크할 수 있게 해놓으니,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참가자 100명이 감량한 총량은 405㎏으로 쌀 5가마니와 맞먹는 무게다. 15주 만에 22㎏을 뺀 열혈 참가자도 탄생했다. 참가자들이 걸은 발걸음 수를 모두 합하면 지구 한 바퀴 반을 도는 거리(8700백만 걸음)가 되며, 이를 통해 피자 1408판에 달하는 체지방(338만300kcal)을 걷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보 국장은 “단순히 살을 뺀 것이 아니라 허리둘레도 줄고, 혈액의 중성지방도 개선되는 등 단시간 내에 상당한 효과를 보였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팀워크로 이뤄낸 쾌거”라고 입을 모은다. 유영민씨는 “혼자선 늘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였는데, 공동체를 구성해 때론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다 보니 포기하지 않게 되더라”며 “원하는 옷을 맘껏 입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며 웃었다. 백은미 계장은 “활동이 끝난 지금도 꾸준히 운동하는 동료도 있는데, 이런 활동을 통해 건강한 습관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인 것 같다”고 했다.

강재헌 교수는 “대부분 부모님인 직장인의 생활습관이 바뀌면 자녀를 포함한 온 가족에게 좋은 교육 효과를 미칠 수 있다”며 “이런 활동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좀 더 체계적인 비만 관리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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