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농가의 골칫거리 농산부산물, 화장품 원료로 변신

[인터뷰] 나상훈 코코베리 대표

대전대학교의 한 사무실에는 풀냄새가 가득하다. 식물 줄기와 잎 등 과일이나 채소를 수확하고 남은 농산부산물에서 풍기는 냄새다. 농가에서 수거한 농산부산물은 세척과 건조 과정을 거쳐 기능성 화장품으로 재탄생한다. 농가의 골칫거리였던 농산부산물을 화장품으로 바꾸는 스타트업 코코베리 사무실 풍경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매년 1000만~1500만t의 농산물이 처리가 곤란해 불법으로 소각되거나 버려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대전대학교 사무실에서 만난 나상훈(31) 코코베리 대표는 “농산부산물은 먹진 못하지만, 과일이나 채소와 비슷한 수준의 양분을 가지고 있다”며 “농산부산물을 활용해 화장품을 만들면 농가의 고민도 덜고 환경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코베리는 농산부산물의 업사이클링을 통해 농산부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코코베리는 딸기 농사 중 버려지는 식물의 줄기에서 항산화 성분을 추출해 스킨 제품을 만들었다. 2021년엔 해당 스킨을 3차까지 모두 완판할 만큼 상품성도 확보했다. 현재 코코베리의 매출은 설립 초기보다 40배 성장했다.

20일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사무실에서 나상훈 코코베리 대표가 딸기의 기는줄기를 소개하고 있다. /대전=정고은 청년기자
20일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사무실에서 나상훈 코코베리 대표가 딸기의 기는줄기를 소개하고 있다. /대전=정고은 청년기자

-농산부산물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

“함께 창업을 준비하던 친구 부모님이 딸기 농사를 지었다. 딸기 농사를 짓다 보면 잎, 줄기 등 농산부산물이 많이 발생하는데, 폐기하는 일이 만만찮았다. 직접 농가로 가보니 열매양에 비해 잎, 줄기 등 농산부산물의 양이 두배 이상 차이 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결국 폐기물로 버리게 되는데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 과일 껍질에도 영양분이 있는 것처럼 줄기나 잎에도 사람에게 이로운 성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국내에선 농산부산물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농민들에게 농산부산물은 큰 골칫거리다. 농산부산물 자체는 자연스럽게 부패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엄청나게 많은 양의 부산물을 쌓아두면 다음해 농사를 짓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폐기물로 처리하게 되면 인력이나 비용도 무시하지 못해 대부분 불법적으로 소각하는 경우가 많다. 농가 화재가 2~4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대부분 농사를 시작하는 영농기를 앞두고 부산물을 소각하면서 발생한다.”

-농산부산물을 어떻게 화장품으로 재탄생시키는가?

“우선 여러 농산부산물을 모아서 화학적 처리를 통해 피부에 도움이 될만한 성분을 찾는다. 이후 그에 맞춰 화장품을 개발한다. 코코베리의 주력제품인 딸기 스킨의 경우 딸기의 줄기 부분에서 피부 미백,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는 ‘엘라그산’을 발견했다. 이는 석류 열매에 함유된 항산화 성분이다. 이외에도 수박 줄기에선 염증 억제 성분을 발견해 현재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20일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사무실에서 나상훈 코코베리 대표가 딸기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정고은 청년기자
20일 대전 동구 대전대학교 사무실에서 나상훈 코코베리 대표가 딸기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대전=정고은 청년기자

-수급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현재 농산부산물 거둬들이고 있는 논산의 딸기 농가만 2300개나 된다. 협력 농가 외에도 코코베리 블로그나 기사를 보고 전국에 있는 농가에서 연락도 온다. 심지어 돈을 줄 테니 농산부산물을 가져가 달라는 요청까지 있을 정도다. 2021년엔 농산부산물 100kg 정도만 활용했는데, 현재는 300kg까지 수거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500kg 이상 수거해 활용하는 것이다.”

-소비자 반응도 궁금하다.

“대개 부산물을 원료로 사용했다고 하면 거부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신다. 실제로 화장품 개발 공장에서도 이게 효능이 있을지 걱정까지 하셨다. 하지만 제품 성분 개선을 꾸준히 진행해 다른 스킨케어 제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었다. 또 최근엔 친환경적인 소비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더욱 많이 찾아주신다.”

-원료 수거부터 개발, 판매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나?

“수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이 코코베리 내부에서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딸기의 경우 5~6월 농사가 마무리되는데, 그 시기에 맞춰 협력 농가에 방문해 부산물을 수거한다. 이후 부산물 세척, 건조, 성분 추출, 배합 등 전 과정을 모두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모든 과정을 맡는 게 힘들긴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신뢰도를 줄 수 있는 한 가지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농가에서 수급한 농산부산물은 코코베리의 연구실에서 세척, 건조를 거쳐 화장품의 원료로 쓰인다. /대전=정고은 청년기자
농가에서 수급한 농산부산물은 코코베리의 연구실에서 세척, 건조를 거쳐 화장품의 원료로 쓰인다. /대전=정고은 청년기자

-농가에도 수익 일부를 환원하고 있다.

“농산부산물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농가에 수익을 드리고 있다. 농가에 방문하면 기존에 처치하기 곤란했던 걸 수거도 해가는데 부수입도 생기니 기분이 좋다고 하시더라. 앞으로 사업이 더 커지면 제품 판매를 통해 발생한 매출의 일부도 농가에 환원하고자 한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농산부산물을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딸기, 수박, 토마토의 농산부산물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는 39개의 주요 작물의 농산부산물이 있다고 하더라. 이를 모두 연구하고 이로운 성분을 발견해 제품화 하는 게 목표다. 또 해외로도 영역을 넓히려고 계획 중이다. 최근 멕시코와 인도의 대학 연구실에서 공동 연구 제안이 와서 논의 중이다.”

대전=정고은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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