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1일(수)

“집에서도 재활하도록 ‘가활’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뷰] 김정희 파랑새발달클리닉 대표

“아동의 뇌와 행동 발달은 환경에 크게 의존해요. 그렇기 때문에 직접 생활하는 공간에서 함께 어울리는 사람과 학습하는 것이 아동 발달에 좋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의료기관 중심으로 재활이 이뤄지고 있어요. 덴마크나 호주처럼 가정이나 학교를 중심으로 장애아동의 재활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7일 대구 수성구 파랑새발달클리닉 상담실에서 만난 김정희(39) 대표는 “국내 많은 장애아동이 의료영역에만 국한된 재활을 하고 있다”며 “아동이 병원 밖에서도 일상의 활동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맞춤형 재활 정보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랑새발달클리닉은 장애아동과 청소년의 재활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2018년 설립돼 현재는 대구·안동·구미 등 인접 지역에서 온 장애아동 60여 명이 재활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맞춤형 재활 수업과 활동 증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가정이나 학교에서 쉽게 재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유튜브에도 제공하고 있다.

김정희 파랑새발달클리닉 대표는 “장애아동·청소년이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꾸준히 발달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재활”이라고 말했다. /대구=성이영 청년기자
김정희 파랑새발달클리닉 대표는 “장애아동·청소년이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꾸준히 발달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재활”이라고 말했다. /대구=성이영 청년기자

-파랑새발달클리닉을 설립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병원에서 소아 물리치료사로 12년간 근무하면서 병원에서 대기만 하다가 재활의 골든타임을 놓친 아이들을 자주 봤다. 병원 내 전문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소아 재활이 병원이라는 공간에 한정돼 있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가정에서도 재활이 이뤄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설립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옷 입기 등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 장애아동의 재활을 돕는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활동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보와 전략을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핵심은 부모에게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독립성을 기르는 것에 있다. 보호자에게도 아이가 스스로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다른 민간 재활 기관과 다르게 ‘가활’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파랑새발달클리닉은 가활(Ablement)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활이란 치료 당사자의 발달상태에 맞춰 인적·물적 환경을 바꾸는 재활 개념이다. 손 사용이 불편해 이 닦기를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360도 솔이 달린 칫솔로 이를 닦게 하는 방법이 가활의 예다. 파랑새클리닉은 이 과정에서 360도 칫솔과 같은 가활 도구를 추천하고, 아이가 사용법을 배우고 혼자서 해낼 수 있도록 돕는다. 가활 자체가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라 도구들은 직접 고치거나 외국에서 구해서 쓰고 있다.”

-재활치료실에 전문 기구가 아닌 일상 도구가 많이 보인다.

“보통 재활치료라고 하면 큰 기구를 사용해 수업하는 모습을 생각한다. 하지만 저희는 기존 재활도구와 함께 일상 도구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아이가 먹고, 입고, 씻는 등 일상생활에서 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한 아동은 혼자 셔츠 입기 어렵다며 치료실에 셔츠를 갖다 두었다. 치료사와 함께 옷 입는 연습을 하며, 손이나 팔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배운다.”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겠다.

“가족은 아이의 재활과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모든 활동을 보조하는 것 보단 아이를 믿고 최소한의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기관에 중증 뇌병변장애를 가진 7살 기윤이라는 아이가 있다. 기윤이 부모님께서는 아이가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믿어주신다. 그 덕분에 기윤이는 자신감과 재활 의지가 높아 수월하게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고개 가누기도 어렵던 아이가 지금은 부모와 산책도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반장을 하고 싶다고 말할 만큼 자존감도 높아졌다.”

김정희 대표가 다리가 불편한 뇌성마비 아동과 재활 수업을 하고 있다. 파랑새발달클리닉은 축구공 차기 등과 같은 활동을 제공해 아동이 능동적으로 움직임을 학습할 수 있게 돕는다. /파랑새발달클리닉
김정희 대표가 다리가 불편한 뇌성마비 아동과 재활 수업을 하고 있다. 파랑새발달클리닉은 축구공 차기 등과 같은 활동을 제공해 아동이 능동적으로 움직임을 학습할 수 있게 돕는다. /파랑새발달클리닉

-재활치료 외에 별도 프로그램도 있나?

“장애아동이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도록 돕는 것은 재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달리기 등 일상 활동을 하면서 ‘뛰는 방향을 바꾸는 게 어렵네’, ‘한쪽 발로 서 있는 시간이 부족하네’ 등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랑새발달클리닉 2년 전부터 작은 축구 대회를 열고 있다. 팀을 꾸린 참가 아동들에게 경기에 필요한 움직임을 알려주고, 자유롭게 경기를 하도록 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와 보호자가 일상 활동 경험의 중요성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튜브로 무료 콘텐츠도 보급한다고?

“사람들이 쉽게 소아 재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파랑새 유튜브를 시작했다. 인터넷상에는 정보도 많이 부족하고 잘못된 정보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는 주로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재활 운동 영상이나 소아 재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올리고 있다. 오프라인 활동도 찍어서 공유한다. 특히 장애아동의 재활사례에 대한 영상이 인기가 많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가 영상을 보고 위로가 많이 됐다고 하시더라.”

-온라인 재활서비스 플랫폼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기술 지원을 받아 온라인 재활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플랫폼은 어려운 용어가 많은 기존 평가 지표들을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바꿔서 아이의 발달 상태, 맞춤 재활 전략과 방법도 알려준다. 보호자는 이를 활용해 수월하게 아이의 재활을 도울 수 있다. 또 재활서비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에 양질의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었다.”

대구=성이영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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