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8일(일)

다회용기 사용, 플로깅… 온라인으로 ‘착한 행동’ 모이면, 기업이 ‘기부’로 화답한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모아’ 플랫폼 출범 6개월 그 후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가 관심있는 사안에 자원봉사를 하면서도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4월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론칭한 ‘모아’ 플랫폼은 기존 자원봉사에 대한 편견을 깼다. ‘모아’는 일상 속 ‘착한 행동’을 인증하면 기업이 ‘기부’하는 온라인 자원봉사 플랫폼이다. 오프라인 봉사처럼 한 곳에 모일 필요도 없다. 하지만, 또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온라인 자원봉사와는 다르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주제로 모여 같은 활동을 하며 목표를 함께 달성한다. 일명 ‘크라우드 액션(Crowd Action)’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MZ세대 사이 유행하는 ‘챌린지’의 재미를 자원봉사에 덧입혔다는 것이다. 개인이 다회용기 사용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챌린지’에 참가하고, 여럿이 모여 ‘공동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프로젝트와 연계된 기업이 지역사회에 ‘기부’를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인증사진 200개 달성’을 목표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챌린지를 진행한다면, 참여자들은 각자의 지역과 장소에서 ‘다회용기 인증 사진’을 올리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6개월 간 30개의 챌린지가 열렸으며 3761명이 참여했다.

‘모아플랫폼’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챌린지 목록. /모아플랫폼 갈무리

이 아이디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봉사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자원봉사를 기획하다 발전됐다. 한도헌 서울시자원봉사센터 기획연구팀장은 “지역사회 내 서로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시간을 교환하는 호주의 ‘타임뱅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공동의 목표를 정해 함께 참여하는 것에 더해, 함께 모은 활동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형태로 발전한 것이 모아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 기업 특색에 맞는 자원봉사 캠페인, “여기 있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업(業)과 연관된 사회문제를 캠페인 방식으로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부할 수 있다. 폐전지를 분리 배출하는 ‘배리굿 캠페인’에는 폐전지에 관심 있는 한국전지재활용협회, 폐전지를 재활용하는 ‘ER’, 배터리 제조사 ‘에너자이저’, LG유플러스, 고려대학교 등이 참여했다. 베이비 본죽의 경우 ‘줍깅’을 인증하면 이유식 3개를 기부하는 챌린지에 참여해 자사 제품을 한부모 가정에게 전달했다.

한국전지재활용협회, 폐전지를 재활용하는 ‘ER’, 배터리 제조사 ‘에너자이저’, LG유플러스, 고려대학교 등이 참여하는 ‘배리굿 캠페인’ 이미지. /모아플랫폼 갈무리

하나투어는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모아 플랫폼에서 ‘착한여행’ 챌린지를 열었다. 여행 중 ‘다회용기 챙기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플로깅 하기’, ‘전통시장 방문하기’, ‘분리배출 잘하기’ 등의 활동을 사진으로 인증하는 것이다. 하나투어는 모든 참여자에게 대나무 칫솔, 고체치약 등으로 구성된 ‘친환경 편의용품’을 제공했다. 여기에 챌린지 목표인 ‘인증사진 200개’를 달성하면 문화소외계층 가족 20명에게 필리핀 보홀 여행을 선물한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도 캐릭터 ‘몰랑’과 함께 지난 6월부터 10월 말까지 이웃공감 캠페인 ‘왔다감’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문고리 방향제에 이웃에게 전하는 편지를 남기는 등 이웃과 교류하는 인증사진을 올리는 챌린지다. 목표인 인증사진 2642개(이웃사이)를 달성하면 참여자에게 추첨을 통해 몰랑이 실내화와 열쇠고리를 주고, 가장 많이 참여한 지역에는 경비원, 미화원 등 이웃에게 아모레퍼시픽 제품이 담긴 선물꾸러미를 제공한다.

아모레퍼시픽이 캐릭터 ‘몰랑’과 함께한 이웃공감 캠페인 ‘왔다감’에 활용되는 문고리 방향제. /아모레퍼시픽

챌린지형 봉사로 재미도 더하고, 임직원 참여도 높인다

기업 임직원만 참여하는 ‘폐쇄형 챌린지’도 열 수 있다. 자원봉사 활동을 관리하는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에게는 참여 임직원 수와 정보, 인증 사진 등의 데이터가 제공된다. 향후에는 사회적 성과 측정 관련 데이터까지 보완할 계획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경우 ESG 활동의 하나로 다회용품 사용, 환경보호를 위해 메일함 비우기 등의 챌린지를 진행했다. 중앙대병원 간호본부 또한 워크숍 행사로 플랫폼을 활용해 한강공원에서 쓰레기를 줍는 챌린지를 실시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모아플랫폼을 통해 진행하는 임직원 봉사활동 챌린지. /모아플랫폼 갈무리

모아 플랫폼을 통해 챌린지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A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는 “기존 플랫폼은 비용이 많이 들어 사회공헌 예산의 절반을 사용료로 지불했으나 모아 플랫폼의 경우 무료라 더 많은 예산을 실제 사회공헌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챌린지 목록에 기업명과 활동이 보여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다”며 “챌린지 달성률이 실시간으로 보이는 등 재미요소가 있어 임직원 참여도 독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희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전략사업팀 대리는 “모아 플랫폼은 다양한 주제로 기관 및 단체와 기업을 연계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에는 고립 은둔, 이웃 돌봄, 환경 등 다양한 주제의 챌린지를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5일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민관 자원봉사 협력사업 제안회’를 열어 ▲모아 플랫폼 ▲이웃과 함께 봉사하는 ‘이웃 프로젝트’ ▲재난 대응 자원봉사 ‘바로봉사단’ 등을 소개했다. 민관협력으로 자원봉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제안회에는 노사발전재단, 본아이에프, 서울시교육청,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신한라이프, 아름다운가게 등 다양한 단체의 사회공헌 및 홍보 담당자 40여 명이 참여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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