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1일(금)

대기업과 소셜벤처, 우리는 시너지를 창출하는 ‘경영 파트너’ 입니다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6>
대한상공회의소 ‘ESG 경영 포럼’ 현장

“대기업은 기술이나 재원을 투입해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ESG 과제를 해결할 힘이 있습니다. 동시에 스타트업과 소셜벤처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나 기술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하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에서 ‘ESG 경영 포럼 : ESG 패러다임과 오픈이노베이션 2.0’을 열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사회투자, 서울경제진흥원,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가 함께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ESG 과제 해결에 필요한 대기업 4곳이 스타트업에게 먼저 협력 방안을 제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12일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에서 진행된 ‘ESG 경영 포럼 : ESG 패러다임과 오픈이노베이션 2.0’에서 발표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기존의 ‘오픈이노베이션’이 기업이 내부 자원을 공유하며 필요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이라면, ‘오픈이노베이션 2.0’의 개념은 다양한 사회 주체가 함께 창의적인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주도해 일방향으로 이뤄지던 기존의 협력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협력해 비즈니스 성장과 ESG 가치 실현을 동시에 이루는 방식에 대해 논의가 진행됐다. 대기업은 ESG 솔루션을 가진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협력해 자사의 ESG 과제를 해결하고, 스타트업은 수익 창출과 투자의 기회를 늘리는 윈윈(win-win) 전략으로 활용한다는 방식이다.

◇ 스타트업의 혁신과 대기업의 역량을 모으자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경영을 완전히 바꾸거나 개선할 혁신 솔루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가 ‘오픈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에게 파트너십이 성장 전략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넓은 공급망을 가진 대기업이 세계적으로 ESG 경영을 요구받는 만큼, 스타트업 또한 ESG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대기업과 협업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가 12일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에서 진행된 ‘ESG 경영 포럼 : ESG 패러다임과 오픈이노베이션 2.0’에서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ESG 협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최원식 린스타트업코리아 대표는 ‘파타고니아(Patagonia)’와 ‘요크(YOLK)’를 ESG 경영에 앞장서는 우수 기업 사례로 소개했다. 파타고니아는 모든 옷에 약품을 쓰지 않은 면을 사용하며 폴리에스터 원단의 88%를 페트병 등을 사용한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쓰고 있다. 헌 옷을 어떻게 재활용할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페이지를 만들고, 무료 수선 트럭을 운영해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휴대용 태양광 충전기 솔라페이퍼(Solar Paper)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요크는 개발도상국 전력공급으로 사업을 넓혔다. 태양광 충전 시스템 솔라카우(Solar Cow)를 학교에 설치해 개발도상국 아동이 학교에 적극적으로 출석할 요인을 만들었다. 아동들은 수업이 끝나면 충전이 완료된 우유병 모양의 휴대용 배터리를 가지고 돌아가 가정에서도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서 최원식 대표는 “기업은 ESG를 생존전략으로 가져가는 것을 넘어 ESG를 DNA에 새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 삼성물산, SK텔레콤, LG화학, 플랜에이치벤처스… 대기업 4곳의 ‘오픈 이노베이션’ 공개 프로포즈

이어 포럼에서는 삼성물산, SK텔레콤, LG화학, 플랜에이치벤처스 등 대기업이 먼저 해결하기 원하는 ESG 과제를 말하며 스타트업에 협력 방안을 제시하는 순서가 마련됐다.

조혜정 삼성물산 상무는 디지털 기술로 ‘맞춤형 공간 경험’에 혁신을 더할 스타트업을 구한다고 밝혔다. 조혜정 상무는 “건설업 또한 디지털과 결합해 개인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지속가능하다”며 “주거 문화와 빌딩 운영, 시니어 생활 등 해당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갖춰 건설 패러다임을 함께 선도할 스타트업을 찾는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물산이 협업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2024 퓨처스케이프’ 프로그램을 론칭한 이유도 이와 같다. 서울경제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이 프로그램에는 317개 스타트업이 지원해 6개 기업이 최종 선발됐으며, 지난달 30일부터 본격적인 기술실증(PoC)도 시작했다.

원한경 플랜에이치벤처스 대표가 12일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에서 진행된 ‘ESG 경영 포럼 – ESG 패러다임과 오픈이노베이션 2.0’에서 호반그룹과 스타트업의 협력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SK텔레콤의 배리어프리 기술 적용 앱 ‘설리번플러스’도 소셜벤처의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설리번플러스’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AI가 화면 속 내용을 읽어주는 어플로, SK텔레콤은 AI 기술을 지원하고 스타트업 ‘투아트’가 개발했다. 시각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문서 인식 특화 서비스 ‘설리번 A’와 시각장애인의 아웃도어 활동을 돕는 ‘설리번 파인더’ 앱에도 SK텔레콤의 AI가 적용됐다. 김춘수 SK텔레콤 팀장은 “스타트업과 더 다양한 변화와 기술을 만들기 기대한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LG화학의 이영준 책임은 “소셜벤처와 대기업의 협업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넘어 ESG 경영 실천까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기후테크 스타트업 ‘땡스카본’과 협업해 사업장이 있는 전남 여수에 1ha당 500톤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해초류 잘피를 심었다. 폐어망을 자원화하는 ‘넷스파’와도 협업해 이들이 개발한 재생 나일론을 충남 당진에 있는 열분해유 공장의 원료로 사용한다. 두 기업 모두 지난 14년간 LG화학과 LG전자가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LG소셜캠퍼스’를 통해 발굴되고 성장한 기업이다.

원한경 플랜에이치벤처스 대표는 “도시화가 환경문제를 심화하는 오늘날 기술 집약적인 스마트시티가 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플랜에이치벤처스는 2019년 호반건설의 100% 출자로 설립된 벤처캐피탈(VC)이다. 플랜에이치벤처스의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는 ▲이끼 포자를 활용해 황폐해진 땅을 복원하는 ‘코드오브네이처’ ▲건설·산업현장 안전관리시스템 ‘플럭시티’ ▲근로자 건강검진 플랫폼을 운영하는 ‘비바이노베이션’ 등이 있다. 원 대표는 “스마트시티 조성 과정에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포럼 현장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와 ▲고려대 ▲국민대 ▲서강대 ▲서울과학기술대 ▲숙명여대 ▲중앙대 ▲충남대 등 7개 대학과의 ESG 산학협력 업무협약도 체결됐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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