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기후위기로 본격화하는 보험리스크… “화석연료 투자 멈출 때”

캐나다 퀘벡 화재, 중국 허베이성 홍수, 미국 하와이 산불 등 최근 3개월 사이 대규모 자연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캐나다에서는 5월 발생한 화재로 한국 면적의 40% 이상이 불탔고, 중국에서는 한주만에 1년 동안 내릴 비가 쏟아져 1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달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섬에서 일어난 산불로 1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15일(현지 시각)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Moody’s Investors Service)는 “이번 하와이 산불로 보험손실액이 최소 10억 달러(약 1조3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15일(현지 시각) 100명을 넘어섰다. 하와이 당국은 앞으로 사망자가 최소 2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15일(현지 시각) 100명을 넘어섰다. 하와이 당국은 앞으로 사망자가 최소 2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이례적인 화재,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로 보험업계의 부담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 3월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자연재해에 따른 보험손실액은 1252억달러(약 166조7500억원)으로 30년 전보다 2.5배 늘었다. 또 최근 5년간 평균 보험손실액은 1100억달러(약 133조5000억원)로 2012~2016년 평균 보험손실액인 520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보험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14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 장혜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보험사의 자연재난 보험 청구액이 5년 사이 3배 이상 늘어 지난해엔 1조30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지급액인 3947억원에 비해 3.2배 늘어난 수치다. 지급 건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9만2537건이었던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금 지급건수는 5년 새 4.3배 늘어 39만 6315건을 기록했다.

기후위기에 따라 자연재해가 크게 늘면서 보험사의 재보험 인수 거부 현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캘리포니아주 최대 보험사 스테이트팜(State Farm)은 캘리포니아주 산불로 인한 보험 손실 증가로 주 전역의 주택보험에 대한 신규 손해보험 인수 중단을 선언했다. 대형 보험사의 시장 철수를 시작으로 에이아이지(AIG), 처브(Chubb) 등 보험사도 잇따라 보험 인수를 중단했다. 이승주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보험사들의 잇따른 시장 철수 현상은 기후 변화 위험 확대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안정성이 취약한 중·소 보험사의 경우 심각한 경우 파산에 이르기도 한다. 2021년 허리케인 ‘아이다’로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100여 가구가 피해를 입어 230억 달러 규모의 보험손실이 발생하자 50개 이상의 보험사가 허리케인 관련 위험인수를 중단하고, 12개 보험사가 파산했다.

해외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보험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탈석탄 금융’을 강화해 이행하고 있다. 특히 기존 사업에 대해서도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투자연장을 결정하거나 아예 손을 떼는 식이다. 독일의 알리안츠(Allianz)는 2018년 석탄 광산과 발전소, 석탄 가치사슬과 관련한 인프라 프로젝트 등에 대한 건설과 운영 보험 제공을 중단하고, 올해부턴 손해 보험에도 이 기준을 확대 적용했다. 프랑스 보험사 악사(AXA)는 2017년부터 기존 석탄 사업의 보증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밝혔다. 취리히(Zurich)는 화석연료 제한 정책을 세워야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3년 이내 에너지 전환 진행상황을 검토해, 2021년 기준으로 명확한 전환계획을 마련한 기업과만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국내 보험사들의 보험리스크 대응 활동이 역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석탄을 이용하는 산업에 투자를 멈추는 탈석탄 금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금융·보험사 등의 탈석탄 이행을 추적하는 ‘탈석탄 트래커’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재보험사 등 전체 보험사 26곳 중 석탄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 중단을 간접적으로 밝힌 곳은 6곳에 불과하다. 또 석탄을 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외하는 배제 기준(매출 기준 대비 30% 이상)을 명시한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두 곳이 전부였다. 장혜영 의원은 “보험업계가 위험을 회피할 수단을 모색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탈석탄 금융 중단 노력은 미미하다”며 “화석연료 투자나 관련 보험 인수를 멈추고, 투자 관련 배출량 공시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글로벌 보험사들은 탈석탄 선언, 신규 석탄 관련 투자 중단뿐만 아니라 기존 석탄 투자에 대한 연장 포기, 석탄 활용 기업 투자 배제 등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신규 석탄 관련 투자 중단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석탄관련 신규 사업 자체가 감소한 오늘날 신규 사업 투자 중단 선언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글로벌 보험사 추세에 맞춰 명확한 판단 기준을 세우고, 석탄관련 산업 중단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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