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하루종일 일해도 고작 1200원 벌어… 용돈 아껴 소녀에게 희망 전합니다

굿네이버스 초등 나눔교육 ‘원하트’

칠판 앞 영상에 또래 친구가 등장했다. 네팔에 사는 열두 살 ‘라탄’이다. 교실 내 28명의 아이들이 숨죽인 채 라탄의 하루를 좇았다. 학교 대신 공사장을 찾은 아이가 제 몸보다 무거운 30㎏의 벽돌을 나르는 모습에 한 여학생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온종일 일하고 받은 돈은 100루피(한화 약 1200원). 아이들은 “저게 뭐야!” “너무하네!”라며 웅성거렸다. 영상이 끝나자 교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김주선 ‘원하트’ 강사는 “라탄과 우리의 하루가 참 다르죠”라면서 “우리가 이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약속들을 적어보자”고 했다. 민동현(10)군은 “양치할 때 물을 잠그고, 저금도 더 열심히 하고, 동생한테 옷을 물려줄 것이라고 적었다”며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원하트' 교육을마친아이들이나눔실천약속을적고있다. /굿네이버스제공
‘원하트’ 교육을마친아이들이나눔실천약속을적고있다. /굿네이버스제공

지난 15일 오전,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산초등학교 4학년 3반 교실에서 이뤄진 굿네이버스의 찾아가는 나눔교육 ‘원하트(One Heart)’ 현장이다. 전문 강사가 학교로 직접 찾아가, 아이들에게 지구촌 이웃의 현실을 이해하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수업이다. 이 학급의 담임인 박지혜(33) 교사는 “해외 어려운 아이들의 얘기를 우리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가르쳐주시니 쉽게 공감하는 것 같다”고 했다.

4학년 1반 김태언(10)군은 지난 4월, 자신의 이름으로 또래의 네팔 친구와 정기결연을 맺었다. 굿네이버스 ‘원하트’ 교육을 들은 직후의 일이다. 결연에 필요한 돈은 부모님 안마를 해드리며 직접 모았다. 어머니 김종선(40)씨는 “자기 방을 ‘안마방’으로 명명하더니, ‘1시간’ ’30분’ ‘부분 안마’ ‘특별 세일’ 같은 메뉴도 마련해놓더라”며 “며칠 하다 말 줄 알았는데 6개월 이상 이어지는 걸 보고 솔직히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옷이나 중고물품도 따로 모아둔다. 역시 네팔에 보내기 위해서다. 교육이 만든 아이의 변화다.

태언이의 담임인 류명희(46) 교사는 “요즘 태언이가 자기 준비물을 나눠주거나, 친구 짐을 함께 들어주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작은 행동들이지만 마음 씀씀이가 넓어졌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김군은 “다른 나라 친구들의 힘든 삶을 알고 나니 부끄러운 마음이 생기더라”며 “강사 선생님 말씀처럼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원하트 교육을 받은 학생은 513개 초등학교에 12만2000여명. 지난해 8월, 교육에 참가한 1900명을 대상으로 교육 효과성을 평가한 결과, 공감·도움·친절·협력 등 친사회적 행동과 다른 나라 사람들을 이해하는 ‘다문화 수용성’이 증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집단 따돌림 현상에 대해 관여하는 정도도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미 굿네이버스 사업운영본부 나눔인성교육팀 과장은 “배운 것을 교실이나 가정의 실천으로 연결하는 게 우리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수업을 듣고 봉사를 하고 싶다고 문의하는 학생들도 굉장히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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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호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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