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韓면적 절반 태운 캐나다 산불, 원인은 가뭄과 병충해

캐나다에서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사상 최악의 산불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와 가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초 캐나다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동부 퀘백주를 중심으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초 캐나다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동부 퀘백주를 중심으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3일(이하 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생태학자·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잎말이나방과(科)의 유충 피해에 주목했다. 갈색 바탕에 짙은 갈색 무늬·띠가 도색된 잎말이나방과는 식물의 잎을 갉아먹는 해충으로, 특히 침엽수림에 치명적이다. 잎말이나방과는 일반적으로 캐나다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식하지만, 온난화 탓에 캐나다 중부 지역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과학자들은 건조한 기후로 인한 가뭄, 수목을 갉아먹는 해충으로 고사하는 산림 면적이 늘면서 화재가 더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 소속 과학자 케이샌드라 월드런은 “과거 잎말이나방과 유충은 남쪽의 전나무 서식지에서 볼 수 있었지만, 지구온난화로 유충이 북상하면서 북쪽 지역의 가문비나무가 말라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임업 관리자들에 따르면, 잎말이나방과는 나뭇잎의 85%가량을 갉아먹는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기후과학자 저스틴 맨킨은 “급격한 가뭄 시작과 대규모 산불, 악화한 대기 질은 모두 지구온난화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에서 파견한 소방관들이 캐나다 산불 진화작업에 나섰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에서 파견한 소방관들이 캐나다 산불 진화작업에 나섰다. /AFP 연합뉴스

산불 발생 빈도가 잦아지면서, 아스펜나무·자작나무 등 수명이 짧고 빨리 자라는 나무들이 가문비나무같이 수명이 긴 수목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과학자들은 “산림 생태계 변화는 서식하는 동물 종을 바꾸며, 수명이 짧은 나무들은 되레 탄소·메탄을 흡수하지 못하고 방출한다”고 지적했다.

12일 기준 캐나다 전역에서 산불로 소실된 면적은 약 490만ha로, 대한민국 면적(약 1004만ha)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캐나다산림청(CFS) 소속 과학자인 엘런 휘트먼은 “올해 산불은 아주 이례적”이라며 “과학자로서 오랫동안 기후변화와 산불의 연관성에 대해 경고했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상황을 목도하는 건 개인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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